• “세번째 추석을 거리에서 맞아”
    By mywank
        2008년 09월 08일 12: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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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지난달 27일부터 KTX, 새마을호 승무원 5명이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서울역 철탑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참여연대, 전국여성연대, 문화연대,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3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은 8일 오전 10시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공사 측에 조속한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그동안 다양한 시민사회 세력이 KTX, 새마을호 여승무원 문제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비정규직 문제이자,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집약되어 있는 상징적인 사건임을 지적하며 철도공사의 상식적인 사태 해결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세번째 추석을 거리에서 철탑에서

    이들은 이어 “하지만 철도공사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문제해결 요구를 비롯한 2006년 인권위의 권고 그리고 지난해와 올해 서울지법, 서울고법의 판결을 모두 무시한 채, 3년여 동안 문제 해결에 대한 노력을 기피하면서 승무원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안기는 한편, 업무의 외주화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3만 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한 공기업이 인권위의 결정과 권고를 거부하고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문제 해결을 회피하고 있는 행태는 법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모두 부당한 인권침해”라며 “한가위 달처럼 통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철도공사는 40m 철탑 위에서 여승무원들이 추석을 맞지 않도록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KTX, 새마을호 승무원들을 대표해, 한아름 KTX 승무원이 공사 측에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 씨는 “까마득한 높이의 철탑 위에서 느끼는 현기증은 올라가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고, 비 오는 날에는 온몸이 비로 젖게 된다”며 “하지만 냉정한 한국사회와 철도공사는 우리들의 ‘철탑 농성’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철도공사 측에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KTX 한아름 승무원 (사진=손기영 기자) 
     

    한 씨는 이어 “추석이나 명절이 다가오면 해고된 비정직 노동자들은 더 슬프고 외롭다”며 “KTX 승무원들은 세 번째,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두 번째 추석을 맞았고, 특히 올해 추석에는 승무원들은 철탑농성장과 부산역 단식농성장에서 지내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 씨는 또 “하지만 올 추석에서 서울역과 부산역을 이용하는 귀성객들에게 비정규노동자들이 철저한 외침을 분명히 보여주고 싶다”며 “한편, 철도공사 경영진들도 벼랑 끝으로 몰려 있는 승무원들의 서울역철탑농성과 부산역 단식농성을 외면하지 말고, 사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강조했다.

    "법대로 하면 풀린다"

    연대발언에 나선 ‘함께하는 시민행동’ 오관영 사무처장은 “KTX, 새마을호 승무원들의 농성장에 올 때마다 가슴이 답답한데, 이런 마음은 저 뿐만 아니라 여기에 오신 다른 분들도 느끼는 마음일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철도공사가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 사무처장은 “지난 2007년 서울지법과 올해 4월 서울고법에서 ‘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에 대한 사용자 지위가 있음을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며 “KTX, 새마을호 문제는 법대로 법에 따라 철도공사가 이들을 직접고용하고 정규직으로 인정하기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문화연대 이원재 사무처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의 경제는 지금 심각한 위기상황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KTX 사태’, ‘기륭전자 사태’ 등 여러 비정규직 문제들은 경제위기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철저히 외면하고 탄압하는 국가가 어떻게 경제위기를 극복할 건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철탑 농성장 아래에 KTX 승무원들이 밝게 웃고 있는 ‘사진 판넬’이 놓여있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전국여성연대 이강실 공동대표는 “오죽하면 KTX, 새마을호 승무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철탑 위에 까지 올라갔겠냐”며 “지금 승무원들은 1분 1초가 급박한 ‘생사의 위기’에 놓여있는데, 철도공사와 이명박 정부 꿈적도 하고 있지 않으며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공동대표는 이어 “계속 ‘KTX 문제’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안되면, 사태는 더욱 극단적으로 치달을 것”이라며 “언젠가는 비정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국민들의 촛불이 모아져, ‘횃불’로 타오를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정규 촛불, 횃불로 타오를 날 있을 것

    한편, 이에 앞서 지난 1일 철도공사 강경호 사장은  ‘전 KTX 승무원에 대한 사측의 입장((☞전문보기)’을 발표하며 “승무원들의 모순적이고 잘못된 투쟁으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법과 원칙이 무너진다면, 이후 모든 고용질서의 근간이 무너질 것"이라며 "법적 효력을 갖는 사법부의 결정 없이는 ‘직접 고용’은 안 된다"고 밝힌바 있다.

    철도공사는 현재 자회사인 ‘(주)코레일투어서비스’에서 운영하는 ‘열차 까페’ 정규직 판매사원으로 KTX, 새마을호 승무원들의 고용을 알선해주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승무원들은 공사가 직접고용하고 향후 정규직으로 전환이 가능한 ‘역무 계약직(2007년 말 잠정합의 뒤, 사측서 일방적으로 파기)’을 최소한의 합의수준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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