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영어도시? 학원-부동산 부양책?
        2008년 09월 08일 12: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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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영어교육도시 조감도.(출처=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정부가 추진 중인 제주영어교육도시 사업은 당초 예상한 기대수익 달성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나자, 사설학원, 부동산 사업을 중심으로 한 추가 수익모델을 적극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예상된다.

    학원-부동산 사업이 중심?

    그동안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을 비롯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무총리실의 ‘제주영어교육도시 기본방안 개선안’이 해외 사립교육기관들의 돈벌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비판하며 외국교육기관의 과실송금 허용, 영리법인 설립 등 독소조항 삭제들을 요구해왔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8일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제주영어교육도시 설립의 기초자료로 쓰였던 ‘제주영어교육도시 조성사업 계획 수립용역 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용역을 밭은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지난 4월 작성한 것으로,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국토해양부 등은 이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 지난 6월 제주 영어교육도시 기본방안 개선안을 발표했다.

    특히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했던 대로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실시한 학부모 여론조사는 대상 학부모 690명 중 64.5%가 월소득 5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로 구성됐으며, 이들 중심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또 조사대상엔 제주지역 학부모는 단 1명도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돼 귀족학교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귀족학교 설립이 목표”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보고서를 보면 수요조사 표본 중 월소득 800만원 이상이 23.5%, 500만원 이상이 41.0%로 전체 조사대상 690명중 445명(64.5%)이 월수입 500만원 이상의 소득수준으로 고소득층을 대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제주지역에 설립되는 영어교육도시임에도 조사대상자에는 제주 학부모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으며 서울 29.9%, 경기·인천 등 수도권 42.0%로 71.9%가 서울-수도권 거주자였다.

    잠재수요층도 당초엔 실제 출국·귀국하는 조기 유학생과 국제계열 중·고교 학생과 지원자를 중심으로 9만명 수준이었으나 보고서는 무려 5배나 늘어난 45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6세~고교생의 학부모 6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국내 90만명이 조기유학 의향이 있지만 이중 절반수준인 45만명이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수용의사를 보였다고 분석해, 상당히 부풀려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고서는 교육기간도 당초 1년 단기 영어특성화학교에 집중해 국제고를 제외한 11개 학교를 모두 1년짜리 영어특성화학교로 운영해 교육을 받은 학생은 본교로 복귀시킨다는 계획에서 영어몰입초등학교, 특수목적 중·고교, 자립형사립고 등의 의견을 받아들여 1년 기간 학교는 초등 1개, 중등 1개교로 제한하고 나머지 10개 학교를 전학년·연계 수학이 가능한 학교로 운영하도록 제안했다.

    이에 따른 교과과정도 해외·국제교과와 국내 커리큘럼 기반 특성화 학교 비율을 산정하도록 돼 있다. 당초 교과과정엔 국내 커리큘럼을 존중하는 범위에서 영어몰입수업을 진행한다고 돼 있었으나, 이처럼 교과과정이 바뀔 경우 사실상 완전영어몰입 수업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고서는 ‘잠재 수요층은 학교 교육품질과 진학 성과를 중요하게 여긴다’며 이를 위해 해외 유명 국제학교와 국내 특성화 학교 유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하는 등 ‘유명학교들의 간판’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외국학교, 돈벌이 보장해주면 갈께”

    이 보고서에는 또 “제도적 선결 과제로 이익 잉여금 본교로 송금 가능, 영리학교법인의 교육기관 설립 허용이 다수 의견”이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해외 명문 보딩스쿨’과 ‘유명 국제학교’를 대상으로 한 의향조사로 이는 지난 7월말 정부의 특별법 개정안에 ‘영리학교 허용’으로 반영돼 우리 교육의 근간인 영리학교 불허방침을 단번에 흔들어 놓았다.

    보고서는 이를 위한 과제로 △경제적/비경제적 인센티브 및 조건 구체화 △공급자 인터뷰 결과, 요구되는 법 개정 추진 등도 함께 제시하는 등 완벽한 투자조건까지 요구했다.

    또 해외 명문학교 등 잠재공급자들은 △학교부지의 무상제공 △학교 건설비 일체 지원필요 △법인 전입금 비율 축소 △등록금 책정 등 자율성 부여 △국민 공통기본 교과과정의 축소 적용 △독자적 방식으로 우수학생 선발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담겨져 있다.

    보고서를 보면 향후 특정학교에 대한 특혜 시비도 우려된다. 보고서에는 학교설립의향을 가진 국내외 19개 유명 초·중·고교 리스트가 포함됐는데 싱가포르의 래플즈 주니어 대학(Raffles Junior College)의 경우 보고서에 이미 ‘벤치마킹 목적방문 때 구두로 제주영어교육도시 진출의향 및 고려 중인 진출방식을 전달했다’고 밝히고 있어 특정학교에 대해 ‘우선 티켓‘을 줬다는 오해까지 낳고 있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관련기관들의 설명을 감안하면 제주영어교육도시에 해외 보딩스쿨은 4~6개 학교가 들어올 것이며 보고서에는 의향을 가진 11개 학교가 포함돼 있어 보고서대로라면 이중 5~7개 학교는 탈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 내줘도 사업성 불투명”

    총사업비도 크게 늘었다. 정부의 영어교육도시 조성 기본방안에서는 7851억원이었으나 개선안에 따른 용역보고서는 9340억원으로 무려 1490억원이나 증가했다.

    보고서는 사업비가 이처럼 많이 늘어났음에도 예상 수익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밝혔다.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수요조사 및 실사 결과 사전용역 대비 주거용지 수요와 상업용지 분양가가 크게 줄어들어 새로운 수익모델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 사업성이 얼마나 불투명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는 △주거용지 1056억원 감소 △상업용지 631억원 감소 △사립학교 용지 220억 감소 △부지조성비 191억원 감소 등 사전용역대비 수입이 1916억원이나 감소할 것으로 보고있다. 결국 제도적 지원은 물론 자금 지원을 다 해줘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말하는 외국교육기관 및 공립학교건설지원(1143억원), 흑자잔여금액(201억) 등에 따른 1300억원 이상의 흑자라는 장미빛 계획은 완전히 빗나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보고서는 ‘사전용역과 비교해보면 JDC의 NPV(순현재가치)는 오히려 -483억원이 발생한다’고 분석,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지 않으면 어느정도 적자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다.

    “학원장사로 수익모델 창출”

    보고서는 또한 정부가 영어도시를 추진하며 ‘학원장사를 통한 수익모델 창출’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추진 고려 가능한 세부사업 58개’를 놓고 수익성을 중심으로 3회에 걸쳐 적절한 사업을 추려냈는데, 이 같은 과정에 따라 도출된 ‘중점추진 수익모델 대안 6개’ 가운데 첫 번째가 사설교육서비스업을 추진하자는 것으로 이는 사실상 학원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수익모델 6개 가운데 4개는 교육과는 무관한 부동산 관련 사업인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정부는 제주영어도시의 교육비를 기숙사비를 포함해 연간 1000만원 수준으로 추산, 외국으로 나가는 것보다 싼 가격에 안전한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좋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기엔 학부모가 감당해야 할 사교육비는 제외돼 있어 ‘사교육 시장이 제주영어도시 운영의 핵심’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권영길 의원은 “보고서는 영어교육도시 조성이 부자만을 타깃으로 귀족학교를 설립하고 사립학교와 외국교육기관의 민원해결을 위해 영리학교와 과실송금 허용, 불확실한 사업성, 제주영어교육도시에 대규모 학원가를 설립하기 위한 시설임을 확인시켜줬다”며 “이렇게 추진될 경우 공교육은 완전히 무너져 교육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채칠성 전교조 제주지부장은 “목표를 세우고 제도개선을 하고 거기에 맞는 상대를 찾아야 하는 제주영어교육도시인 경우 목표가 수시로 바뀌고 절차가 완전히 거꾸로 돼 있다”며 “이는 정부가 고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특히 채 지부장은 “정부는 최소한 공교육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라도 고소득층에 포함되지 않는 대다수 국민들의 자녀들을 위한 교육대책이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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