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는 히틀러 같은 역사적 반동”
        2008년 09월 05일 01: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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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출범 6개월을 맞은 이명박 정권을 “역사적 반동”이라 평가했다. 노 대표는 “노태우 전 대통령도 군부독재 출신이지만 민주화로 가는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기 때문에 반동적 국면은 아니었던 반면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년을 거꾸로 가고 있기 때문에 반동적 국면”이라고 주장했다.

       
     ▲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그럼에도 노회찬 대표는 이명박 정권을 ‘독재’나 ‘파쇼’로 규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노 대표는 “‘독재적이다’, ‘파쇼적이다’라는 지적은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독재정부나 파쇼정부로 규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이명박 정권이, 과거의 독재정부처럼 안기부나 기무사를 동원하고, 군부를 배경으로 무력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서 선출됐다는 점에서 히틀러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또, 노회찬 대표는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등 일각에서 제안하고 있는 ‘반독재국민전선’이 주전선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반대했다.

    노 대표는 “만약 ‘반독재국민전선’이 형성된 가운데 FTA가 강행되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반독재국민전선’에는 FTA 찬성론자, 반대론자 모두 다 들어올 것 아닌가? 또한 비정규직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비정규직 악법을 통과시켰던 사람들과 더불어 해야 하는가?”라고 비판하며, “‘반신자유주의’가 진보진영의 주전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신자유주의가 진보진영 주전선”

    노회찬 대표는 “내년 2월 경 제2창당을 통해 새로운 진보정당이 어떤 사회를 만들려고 하고 또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당인지, 정책과 노선을 제대로 국민에게 보여주고 평가받으려 한다”고 진보신당의 ‘제2창당’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또, 노 대표는 “올 하반기엔 비정규직과 생태 문제에 주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노 대표는, 주대환 민주노동당 전 정책위 의장의 진보신당 비판을 반박했다. 노 대표는 “이번에 그 분의 메시지는 사민주의에 있는 것 같지 않다”며 “그 글의 핵심은 진보-보수 구도 전략의 포기를 선언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자는 것인데, 나는 다른 길을 모색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노회찬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설’을 완곡하게 부정하며 “지금부터 준비하면 당선 안 될 이유가 없다. 2년 동안 걸어 다니기만 해도 된다. 전당적으로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준비된 후보가 점점 쌓여가도록 하겠다”고 2010년 지방선거에 대한 진보신당의 준비 계획을 설명했다.

    이재영 기획위원이 진행한 노회찬 대표와의 인터뷰는 4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여의도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 * *

    – 이명박 대통령 취임 6개월을 총괄적으로 평한다면?

    = 그야말로 이명박 정부가 왜 출범하면 안 되는 것이었는지 보여준 6개월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는 87년 이후 치러진 다섯 번의 대통령선거에서 2등과 가장 큰 격차를 벌인 압도적 당선이라는 것과 전체유권자 대비 득표율이 30%에 불과할 만큼 역대 대통령 중 전체유권자 대비 득표율이 가장 낮다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즉 집권의 기반은 가장 취약하면서도 경쟁세력과의 관계는 안정적이면서 압도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 점에서 지난 2007년 12월 19일의 상황이 지금도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낮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정적인, ‘위기 속의 안정’이라는 모순된 측면을 함께 갖고 있다.

    내용적으로는 신자유주의의 완성이라고 볼 수 있다. 김영삼 정부 이후 15년 동안 추진되어 온 신자유주의가 가장 강력한 기세로 관철되려 하고 있다. 필연적으로, 꾸준히 형성된 사회양극화가 훨씬 더 심화된 양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강자와 약자가 공존하거나 그 차이가 줄어들거나 아니면 강자가 더 강해짐으로서 약자까지도 보호해주었던 시스템을 붕괴하고 80%의 서민을 포기한 채 강화된 20%의 지지로 국정을 끌고 나가려고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방책을 별로 강구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높은 지지율을 포기한 지 오래고 오히려 20~30%의 입지기반을 강화함으로써 이를 바탕으로 국정을 끌고 나가려 할 것인데, 그러다보니 필수적으로 지난 20년 민주주의 성과를 심하게 훼손해가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그런데 이런 양상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발을 강하게 초래하면서 신자유주의에 책임이 있는 ‘부르주아 민주주의 세력’들의 입지를 강화해 주는 측면이 있다. 전선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군사독재 시절과는 달라”

    – 이명박 정권에 대해 ‘독재’라거나 ‘파쇼’라는 평들이 있다.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실제로도 그런 평가를 하는 것이 타당할까?

    = ‘독재적이다’, ‘파쇼적이다’라는 지적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독재, 파쇼가 집권세력이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면서 타 정치세력들의 정치적 자유를 속박하고 독점적인 권력유지를 하는 현상을 얘기한다면, 비록 전두환 정권을 연상케 하는 공안탄압이라거나, 무리한 검찰 동원과 같은 측면은 있지만 독재정부나 파쇼정부로 규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런데 독재정부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인가? ‘독재적’이면 됐지. 광우병 인자가 1mg 있네, 2mg 있네 따지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년, 민주화 과정에서 수세에 몰렸던 민주화의 대상, 민주화의 적, 걸림돌들이 현재 이데올로기적으로 주류를 차지하고 있고 이들이 잃었던 실권을 만회하려고 하는 역사의 반동적 국면에는 이미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 여야 간에 계속 정권 교체를 할 때마다 반동이니 개혁이니 평가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 이는 정권 차원의 반동이라기보다 역사적 반동으로 볼 수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군부독재 출신이지만 민주화로 가는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기 때문에 반동적 국면은 아니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년을 거꾸로 가고 있기 때문에 반동적 국면이라고 하는 것이다.

    다만 반동의 기반이 과거의 독재정부처럼 안기부나 기무사를 동원하고, 군부를 배경으로 무력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히틀러와 비슷하다. 히틀러는 선거에서 선출된 권력이 아닌가? 그 히틀러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배경으로 삼는 것은 선거로 선출된, 국회의 70%를 차지하는 범여권 의석이다. 때문에 독재정부로 바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 조금 상승했다지만 대통령 지지도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정권이 강경 드라이브를 고집하는 배경이나 목적은 무엇인가? 그럼에도 국민들이 무반응을 보이는 배경은 또 무엇일까? 또 야권 무기력의 원인은 무엇인가?

    = 회복되었다고 하는 지지율 30%는 원래 이 대통령이 대선에 얻었던 전체유권자 대비 30% 득표와 같다. 국민들은 촛불을 통해 이미 강력한 경고와 반발을 보여주었는데 현재는 일단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 일단 관망”

    실제 ‘조중동 안보기 운동’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나 정연주 사장 문제와 같은 개별 사안들을 보면 절반 내외가 계속 반대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당장 물러나면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이는 ‘대안의 문제’이고 야당세력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한편으로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지 6개월이 지났음에도 심판대에서 아직 못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점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노 전 대통령 쪽의 정치세력화도 전면으로 나서지 못하고 정중동(靜中動)으로 이루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가 ‘반독재국민전선’을 제안했고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과 진보연대 인사들이 찬성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역시 비슷한 구상을 밝힌 바 있는데, 이런 구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반독재국민전선’은 어떻게 보면 ‘반이명박 국민전선’으로 볼 수 있는데 촛불이 바로 ‘반이명박 국민전선’이 아니었나? 또 KBS를 관영방송으로 장악하려는 시도에 대해 KBS 본관 앞을 지키며 연대하는 세력들도 ‘반독재 국민전선’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가 반동적 국면을 주도하는 한 자연스럽게 곳곳에 형성되어 갈 것이기 때문에 ‘반독재 국민전선’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반독재국민전선’이 현 시기 진보진영의 주요전선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들이 고통받는 것은 사회 양극화를 심각하게 조성하고 있는 시장만능주의 정책들이다. 고용 붕괴, 자영업자 급증, 교육과 의료를 시장으로 집어던지려는 문제를 해결하는 ‘반신자유주의’가 진보진영의 주전선이 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에 반대하지 않는 ‘반독재 민주주의전선’이라면 국민들의 제대로 된 지지를 받기 어렵다. 반독재 전선으로 가면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복권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왜 여전히 노 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국민들이 냉정하게 심판하고 있는지 봐야 한다.

       
    ▲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
     

    –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반독재국민전선’ 이야기를 하며 민주노동당에게 그것을 주문하는 뉘앙스를 보면, 이 위원장은 진보세력의 지위 변화까지 얘기하는 것 같다. 마치 1980년대처럼. 노 대표가 말한 KBS 문제나 촛불집회와 같은 사안별 연대가 아니라 정치구도 자체의 변화를 얘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독재국민전선은 비정규악법 입법자들과 함께 하자는 것”

    = 만약 ‘반독재국민전선’이 형성된 가운데 FTA가 강행되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반독재국민전선’에는 FTA 찬성론자, 반대론자 모두 다 들어올 것 아닌가? 또한 비정규직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비정규직 악법을 통과시켰던 사람들과 더불어 해야 하는 만큼 현 상황이 절체절명의 위기도 아니다.

    엄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좋은 게 좋은 것’으로 갈만한 사안이 아니다. ‘감세’ 문제 같은 경우도 민주당 안과 한나라당 안이 다르지 않다. 또 수돗물 민영화도 노무현 정권 때인 작년 5월에 만들어진 안이다. 넘어지고 물러간 정부를 끄집어내서 공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반신자유주의 연대’다.

    – 이명박 정부가 일방드라이브로 가고 있는데 이러한 정국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또 가을이나 겨울에 정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떠오를 정치사회적 현안은 무엇일까?

    = 야당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가 낮은 현실에서 특정 세력이 ‘다 하겠다’라고 해서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몇 가지 주요한 정책노선을 중심으로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반신자유주의연대’라고 말했지만 이것도 추상적이다. 교육, 의료, 물, 건강, FTA 같은 핵심 민생문제에 대한 정책연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경제가 어렵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지금 서민들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떤 일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공감대 없이 경제가 살아야 한다는 원망만 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주경복 전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떨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육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의 교육 방식으로는 ‘우리 모두 죽는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선거를 강남 부자들의 단결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 대선, 총선, 촛불 한가운데에서 교육감 선거까지 선거 3부작을 다 졌다. 우리는 대중들에게 우선 어떤 해결 대안이 필요한지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는 큰 설득이 필요 없었다. 대중들이 먼저 판단을 했고 뛰쳐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설득이 필요하다. 설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정파적 문제는 1차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 FTA 반대,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중심으로 편을 가르고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당분간은 그 활동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 9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만약 거기 나간다면 대통령에게 무엇을 물어보고 싶나?

    = 별로 안 나가고 싶다.(웃음) 장미란 선수를 초청하라고 했다는데 이는 장 선수에 대해서도 모욕이라 생각된다. 사실 일본 같은 경우 수상이 사퇴를 했다. 다른 나라 같으면, 의원내각제라면 이미 그만뒀어야 할 정도로 실력과 철학이 이미 다 드러났는데 대통령제 형식 때문에 살아남아 있는 것이다.

    “외국 같으면 그만뒀어야”

    이제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말할 때가 왔다. 민의를 수렴해 국민이 원하는 정부가 되어야함에도 자신들이 일부 기득권을 대변해 한국사회를 지배하려는 것을 국민 앞에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 내가 물어볼 것이 있다면, 청와대 뒷산에 올라갔다고 했는데 안 올라갔다는 얘기가 있다. 진짜 올라갔는지, 그거 물어봐야겠다.(웃음)

    – 촛불시위 때 진보신당이 민주당, 민주노동당보다 지지도가 높았던 여론조사가 있었다. 촛불시위가 잠잠해지긴 했는데 요새 진보신당이 무엇을 하는지 눈에 띄지 않는다. 촛불시위가 조금 소강기에 들어간 뒤 진보신당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 무엇을 하는지 보이지 않는 것은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은 만들어진 지 6개월도 안 된 당이다. 3월 16일에 창당하고 4월에 선거 치르고 촛불정국 100일을 보냈다. 급하게 만들어진 당으로서 짧은 기간에 실력 이상의 일을 해왔다고 본다.

    촛불이 다소 차분해지면서 진보신당은 원래 하려고 하는 일을 뒤늦게 시작하려고 한다. 진보신당이 새로운 진보정당 기치를 내걸고 창당해 관심을 모았지만 그 새로운 진보정당이 어떤 것인지, 누가 함께 하는 것인지 보여주지 못했다. 우리는 그것을 제2창당을 통해 보여주기로 약속했고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내년 2월 경, 내년 초에 제2창당을 통해 새로운 진보정당이 어떤 사회를 만들려고 하고 또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당인지, 정책과 노선을 제대로 국민에게 보여주고 평가받으려 한다. 또 함께 할 수 있는 세력들을 제2창당 과정에서 규합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 물론 선후경중이 있을 수밖에 없고 안이 정리되어야 바깥 일을 할 수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국민정치를 하는 정당인데 너무 눈에 안 띄는 것 아닌가?

    = 촛불 기간 때는 대국민정치의 제1선이 촛불광장이라고 판단해 거기에 집중했던 것이고 이후 KBS나 기륭전자, KTX와 같은 현장에는 지금도 적극 가담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신당이 모든 일을 할 수 없고, 하반기엔 비정규직과 생태 문제에 주력하기로 했다. 현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구를 설치하는 한편 예산을 확정하고 구체적인 아젠다 정립에 들어갔다.

    8월말, 9월초에는 진보신당이 모습을 못 보여 주었지만 추석이 지나면 하반기 주요사업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제2창당 문제도 조직 내부 문제로 끌어가는 것이 아니고 국민들이 알 수 있게 정치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보여지는 현안에 따라가는 것이 아닌 진보신당의 특성과 지향을 보여줄 수 있는 비정규직과 생태, 두 사업을 중심으로 가려고 한다.

    “비정규직과 생태, 두 축”

    – 제2창당에 관련한 논의나 진전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무엇이 문제되고 있고 어떤 논쟁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 것인가?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

    = 지난 4~5개월은 ‘제2창당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의 공유 과정이었다고 본다. 제2창당은 자신들의 관심과 이해, 각자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달리 이해될 수밖에 없다. 민주노동당을 탈당하고 관망하는 사람들을 빨리 끌어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고, 선거만 끝나면 바로 제2창당 선언하고 진행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또 제2창당이 ‘일상시기에 가능하겠냐?’며 멀리 보고 천천히 가자는 의견도 있고, 민주노동당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입당한 사람들 중에는 이미 진보신당이 제2창당이 된 줄 알고 들어온 분들도 있다. ‘무슨 또 새로운 정당이냐’는 것이다.

    물론 제2창당이 당내에서 일정하게 실현되어 가는 측면도 있지만 이것만으로 제2창당을 할 수는 없다. 아직 밖에 있는, 또는 과거에 함께 못했던 세력들과 함께 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문제가 있다.

    노동, 녹색, 사회당 등을 새롭게 하나로 모으는 과정도 필요하다. 제2창당의 속도나 상에 관련된 다양한 의견들이 현실적 바탕과 구체적 일정 속에 하나로 응집되는 과정이다.

    – 그동안 논란이 된 것 중 하나로 당 외연 개방성에 관련된 것이 있었다. 다른 세력들에게 진보신당이 개방성에 소극적으로 보이는 것은 아닌가? 또 하나의 문제는 노회찬, 심상정이라는 유력정치인이 가지고 있는 독점적 권리에 관한 것이 있다.

    = 여러 이견들을 극복하는 방식에 있어 충돌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당을 공중분해하고 새롭게 당을 만들지는 않는다’는 공통된 의견이 있다. 하지만 진보신당의 기득권을 유지한 채 하나하나 들어오라는 것은 아니다. 진보신당을 모태로 하되 당의 기득권을 유지하지 않고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독점적 권리에 관한 것은 근거 없는 억측이다. 개방성만 놓고 봐도 함께 할 만한 세력인데 진보신당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에 일이 더뎌지는 곳은 없다. ‘노동자의 힘’ 같은 곳도 조금 생각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한국의 현실에서 하나의 진보정당에 충분히 같이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노동자의 힘’과 함께 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번 공식적으로 만나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노동자의 힘’이 진보신당 제2창당 과정에 합류할 생각이 없다고 공공연히 얘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이 우리 개방성의 문제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지만 만약 개방성에 부족한 측면이 있다면 바꿀 수 있다. 우리가 제한한 것은 민주노동당밖에 없다. 기성정치세력 중에는 세력 또는 개인 차원에서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세력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 주대환 전 의장이 진보신당의 미래를 ‘포스트모더니즘 좌파’, ‘작은 문제제기 정당’이라 단언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진보정당은 원래 작게 시작”

    = 모더니즘을 넘어섰다는 것은 정확한 얘기다.(웃음) 오히려 모더니즘을 지나 리얼리즘 단계에 도달했다. 나는 스탈린주의 정당이나 북한 조선노동당, 심지어 독일사민당과 영국노동당조차 19세기말 역사에 기반한 모더니즘 정당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그 모더니즘을 넘어섰다는 것은 정확한 지적이다.

    그리고 작고 문제제기만 하는 정당이라는 것은 크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은 아니라는 의미인데, 이도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지적이라고 본다. 그것이 왜 문제가 되나? 1900년 영국노동당이 출범할 때는 영국 어떤 신문에도 기사가 실리지 않았다. 모든 진보정당은 원래 작았고, 또 문제제기를 하면서부터 시작했다.

    그 분의 글을 공식적으로 평가할 생각은 없지만, 진보정당의 미래와 관련된 이번 글에서 그 분의 메시지는 사민주의에 있는 것 같지 않다. 진보정당의 오랜 전략구도가 보수와 진보의 양축으로 정치체제를 재편해 나가는 것이었는데, 그 글의 핵심은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포기를 선언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자는 것인데, 나는 다른 길을 모색할 생각이 전혀 없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민주노동당도 그렇고 진보신당도 그렇고 내세우는 정책 중에서 사민주의적 정책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사민주의급도 안 되는 정책을 가지고, 그마저도 통과가 안 돼 연연하고 있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다. 현재 집권하고 있는 스웨덴 중도우파연합이 견지하는 정책이나 사르코지가 주장하는 정책도 한국에서 안 먹히는 현실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그 외 진보신당을 PD정당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진보신당에 새로 가담한 60% 당원들이 볼 때 수용하기 어려운 지적일 것이다. 과거의 잣대로 현실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

    – 이제 국회의원 아닌 재야정치인인데, 어찌 지내는가?

    = 4.9 총선 끝나고 석 달 동안 강연을 50건 하고, 간담회를 40건 했고, 인터뷰를 50건 했다. 그 전보다 더 바빴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이전에 비해 한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낙선한 사람의 특권을 그동안 못 누려왔다. 대개 낙선하면 다음 선거까지 안 나타나는 게 한국 현실정치 관례인데 우리는 굉장히 할 일이 많았다.

    여담으로 얘기하면, 고속도로 요금이 20% 할인된다고 해서 차에다가 하이패스를 달았는데 한 달 동안 고속도로 통행료만 24만 원이 나왔다. 이러니 재정 때문에 활동을 축소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돈이 없어서 갈 데도 못가는 상황이 왔다.(웃음)

    오늘도 상계동 일정이 끝나면 바로 마산 내려가야 한다. 아직 정신이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과거보다 책 읽을 시간이 늘었다. 그리고 관련 분야 전문가들, 교수들과 함께 공부모임을 하고 있다. 여러 차례 하고 있는데 꽤 좋다.

    “현산어보를 읽으며…”

    – 요새 읽은 책 중 기억에 남는 책이 있나?

    = 『현산어보를 찾아서』라는 책을 거금을 주고 5권을 사서 거의 다 봤다. 『자산어보』를 해석한 책인데, 그 외에 『자산어보』와 관련된 책 두 권을 더 봤다. 『자산어보』 순번역본과 신안군 흑산면에서만 파는 만오천 원짜리 『자산어보』 관련 책이 있는데, 그것도 봤다. 『자산어보』로 학술대회 나갈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웃음)

    – 낚시도 안하면서 물고기 공부를 하시나?

    = 낚시 때문에 하는 건 아니고.(웃음) 그리고 『정약용을 읽다』라는 책도 봤고 터키 출신 유명 사진작가가 낙타 타고 시안에서 터키까지 1년 2개월에 거쳐 실크로드 기행을 쓴 것이 있는데 그것도 읽었다. 요즘에는 핀란드 교육제도 관련 책을 보고 있고, 오바마 자서전 보면서 미국 정치에 대한 공부도 하고 있다 계속 분야를 넓혀 나갈 것이다.

    – ‘마들연구소’도 만들었다. 지역구 활동은 잘 되고 있나?

    = 9월 중 사단법인 인가가 나올 것이고, 7일에는 방송인 이금희씨를 모시고 강연회를 개최할 것이다. 강연회가 매월 1번씩 있는데 나는 강사 섭외만 하고 선거 때 도와준 아주머니들이 포스터도 붙여주고 실무적인 것도 그분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 분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하면 나는 옆에서 도와주는 구조가 될 것이다.

    – 정책연구소이기도 하고 대중강연 포스트이기도 하지만, 지역구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기반이 되는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 그런 목표의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선거는 아직 4년 남았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진보진영에서 지역정치 모델이 없기 때문에 그런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마들연구소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자 한다. 과거에 안하거나 못했던 일, 시민단체에서 안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마들 네트워크’로서, 다른 시민단체와 경쟁하기보다는 두루 묶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네트워크적 활동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주체를 꾸리는 데 있어서도 당 내부보다 지역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하려 한다.

    – 선거가 4년 남았다고 하지만 2년 남은 선거도 있다. 노회찬 대표와 관련해 언제나 서울시장에 출마하란 얘기가 있는데?

    “국민들은 진보신당 아예 모른다”

    = 난 아직 못 들었다.(웃음) 일단 진보신당의 인지도는 내가 체감하기에 30% 정도밖에 안되는 것 같다. 70%는 아예 모르고 관심 대상도 아닌 것이다. 그런 속에서 진보신당 지지율이 3~4% 나오는 것은 굉장히 높은 것이다. 인지도 100%로 보면 10% 전후하는 지지율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지지도는 우리가 한 일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기대감으로 본다. 때문에 제대로 못하면 지지도의 거품이 날아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진보신당이 어떤 당인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현실적으로 선거를 통해 극대화돼서 나타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지방선거가 매우 중요하다.

    내가 ‘2010위원장’이기도 한데 지방선거에 임박해서 활동도 안 한 후보를 억지로 만들어 내세우고 형식적으로 선거를 치르고, 피로감만 느끼는, 과거 진보정당의 선거대응 방식과 같은 역사의 고리를 끊겠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당선 안 될 이유가 없다. 2년 동안 걸어 다니기만 해도 된다. 전당적으로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준비된 후보가 점점 쌓여가도록 해야 한다.

    – 관건은 진보신당 인지도와 지지도라고 말씀 하셨다. 이런 이유로도 지방선거에 대응할 시점이 되면 조직적 결정과정에서 노회찬이라는 자연인도 배제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 진보신당의 간부만 출마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느 누구도 조직적 결정을 중시해야 한다.

    – 준비 안 된 예전 선거를 비판했고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면 유권자들의 가시권에 들어가는 특정 인물로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는가?

    = 기초의회 후보는 2년 전에 뽑자고 주장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올해 안에 다 뽑아야 한다. 그런데 구청장, 시장 특히 광역단체장은 같은 기조로 얘기하기 어렵다. 괜히 앞서 나서다가 사전선거운동 의혹을 받을 수도 있다. 일단 정세를 봐야한다. 총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진보신당은 2012년에 그 운명을 평가 받을 것이고, 이에 대해 성과 있게 대응하기 위해 2010년은 굉장히 중요하다.

    – 끝으로 <레디앙>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당원은 물론 진보신당을 아끼는 분들, 당을 넘어서 진보진영에 계신 분들에게 강조하고 싶다. 나 스스로 다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자본주의가 극복된 사회’처럼 목표가 너무 멀면 솔직히 내일부터 쉬어도 된다. 시간이 거기까지 너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목표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운동으로 삼아야 한다. 그걸 기준으로 운동을 평가하고 무엇인가 잘못되면 바꿔야 하는데, 목표부터가 애매하니 평가할 것이 없고, 평가가 안 되니 바꾸지 못한다.

    우리는 서민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도 왜 정작 서민 지지를 못 받는지, 여성주의를 가장 강하게 실현하면서도 왜 여성들에게는 남성주의적 정당으로 비춰지는지, 생태를 중시하면서도 왜 생태와 무관한 정당으로 인식받는지, 막혔던 부분에 더 천착해야 한다. 이걸 돌파하지 못하면서 강령 하나 새로 쓴다고 돌파되거나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

    막혀 있는 것이 무엇인지 현미경을 대고 제대로 포착해서 돌파해야 한다. 하나의 관심이 일시적으로 제기되었다가 지나가는 피상적인 분위기, 그때그때 표피적인 것에 관심이 옮겨다니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크다.

    그리고 <레디앙>은 매일매일 나오니까(웃음) 잘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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