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 세제의 절정, 혹세무민의 극치
    상속세 때문에 국부 유출? ㅋㅋㅋㅋ
        2008년 09월 04일 10: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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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속세에 대한 대폭적인 감세는 이번 세제개편안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상속세는 아무나 내는 것이 아니다. 상위 0.7% 계층에 속해야 비로소 상속세를 내게 된다(2006년 기준으로 사망자 304,215명 중 2,221명 만이 상속세를 납부하였다). 따라서, 이번 상속세 감세의 혜택은 상위 0.7%의 최상류층에 국한되며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떡고물조차 없다. 여당인 한나라당조차 상속세 감세의 파장을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나라당조차 우려하는 이유

    게다가, 이번 상속세 감세 혜택은 상위 0.7% 계층 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한다. 상속재산이 많을수록 혜택의 폭도 그 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에 앞서 국민의례 중인 이명박 대통령(오른쪽)과 강만수 장관 (사진=청와대)
     

    상속세 감세혜택의 크기를 ‘상속세 경감액 ÷ 상속세 과세표준’의 식으로 구하면, 상속세 과세표준이 5억원인 경우는 약 12%, 10억원인 경우는 약 13%, 15억원 이상인 경우는 대개 17% 정도가 된다. 그런데, 상속세 과세표준이 10억원 이하인 가구가 전체 상속세 납세 가구의 73%를 차지한다.

    즉, 이번 세제개편안은 상속세 감세 혜택을 받는 상위 0.7% 내에서도 하위 73%(전체 상속세 산출세액의 8.8%를 차지함)와 상위 27%(전체 상속세 산출세액의 91.2%를 차지함)로 나뉘어 상위 27%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이다. 결국, 최상위 0.2%에 혜택이 집중되는 감세안이니 이번 세제개편안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터무니없는 상속세 감세안에 대하여도 정부는 역시 합리화 논리를 펴고 있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일본과 함께 OECD 국가 중 최고라는 점과 높은 상속세율은 국부를 해외로 유출할 가능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우선, 상속세 때문에 국부가 해외로 유출한다는 주장은 혹세무민의 극치이다. 우리나라 상속세법에 의하면, 거주자의 경우 그 재산이 국내에 있든 해외에 있든 전부 상속세 과세대상에 포함된다. 결국, 국내에 거주하는 한 재산을 해외로 빼돌려 보았자 상속세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상속세를 피하려면 아예 이민을 가야 한다.

    상속세 때문에 국부가 유출돼? ㅋㅋㅋ

    그렇다면,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이민을 가야할까? 상속세 때문에 이민을 가는 사람이라면 선진국을 선호할 것이다. 가장 선호하는 미국을 보자. 상속세 최고세율이 우리나라 보다 5% 낮다. 그런데, 죽기 전까지 소득세를 내야 할텐데 미국의 GDP 대비 개인소득세 부담률은 9.6%(2005년)로 우리나라(3.4%)의 약 3배에 이른다.

    게다가 탈세범에 대하여 매우 엄격한 나라이므로 우리나라에서 하던 탈세습관을 고치지 못하면 감방에 가기 십상이다. 그 유명한 마피아인 알카포네를 감방에 보낸 건 검찰이 아니라 국세청이었던 점을 참고하기 바란다. 상속세 5% 아끼자고 평생 3배의 개인소득세를 부담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기획재정부는 독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30%로 매우 낮음을 친절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독일로 이사를 가야 하나? 그런데 독일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45%로 우리나라 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다. GDP 대비 개인소득세 비중도 우리나라의 2배를 훨씬 상회한다. 게다가 2006년부터 부유세를 다시 도입했다. 상속세 아끼려고 평생 부유세를 내려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선진국 대부분은 우리나라 보다 개인소득세 부담률이 2배 이상 높으며, 그 외에도 부동산보유세(재산세) 부담률 역시 매우 높다. 따라서, 상속세율 낮은 것 하나 보고 이민을 갔다가는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꼴을 당하기 십상이다.

    기획재정부가 우리나라 상속세법의 규정, 선진국의 조세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상속세 때문에 국부가 유출된다.’는 주장을 함부로 펴고 있으니, 우리나라 앞날이 걱정스럽다.

    상속세와 탈세

    상속세는 다른 세목과는 두 가지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하나는 피상속인(사망자)의 생전에 미과세된 부분을 사망시에 정산한다는 세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단순히 재정수입원이라는 의미 외에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상속세의 세법적인 특징은 피상속인이 생전에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탈세 또는 불완전한 세법 등에 의해 과세가 불충분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사망시에 상속재산에 대하여 일괄적으로 과세함으로써 이를 보완한다는 의미를 말한다.

    이러한 점에서 상속세에 대한 정책은 다른 세목(특히 소득세)과 연동하여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득에 대한 과세가 철저할 경우에는 상속세의 중요성이 그만큼 낮아지고, 조세행정과 조세법의 미비로 인해 과세가 철저하지 못할 경우에는 상속세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 재벌들의 변칙증여 등이 오랫동안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그 만큼 부유층의 탈세문제가 심각함을 의미한다.

    또한, 우리나라 소득세법은 열거주의(과세대상 소득의 종류를 법에 일일이 열거해야 과세할 수 있는 법체계)로 되어 있어 일부 신종소득에 대하여 과세하지 못하는 허점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장주식 양도차익과 같은 특정 자본이득에 대하여는 정책적으로 과세를 하고 있지 않다. 주식투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축적의 대표적인 수단인데, 주식투자로 인한 이익에 대하여 과세를 하지 않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정부의 단세포적 사고

    선진국의 경우에는 대부분 소득세가 포괄주의(과세대상 소득의 종류를 법에 열거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소득으로 간주되는 부분에 대하여는 과세할 수 있는 법체계)로 되어 있어 소득에 대한 과세가 철저할 뿐만 아니라, 상장주식 양도차익과 같은 자본이득에 대하여도 예외 없이 과세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상속세의 완화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학자들조차 상장주식 양도차익 등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철저히 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강화하는 등 소득세법상 미비점을 보완해야 상속세 완화의 정당성이 생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상속세 최고세율의 국제 비교만을 토대로 상속세 감세의 정당성을 합리화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세포적 사고라 할 수 있다.

    한편, 상속세는 출발시 부터 ‘결과의 평등은 아니더라도 최소한도 출발은 평등해야 한다.’는 사회정의 이념에서 출발하였다. 이로 인해 초기에 상속세는 소득세 보다 더 정당성이 인정되어, 소득세는 1895년 미연방대법원에 의해 한때 위헌판결을 받은 바 있지만 상속세는 1900년에 처음부터 합헌판결을 받았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세운 선조들이 정치적 힘의 세습을 거부했듯이 오늘 우리는 경제적 힘의 세습을 거부한다.’며 상속세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정신은 오늘날 까지 이어져 부시 대통령의 상속세 폐지 계획은 빌게이츠와 워렌버핏과 같은 미국의 ‘진짜’ 부자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었고, 그 결과 2006년 6월 미 상원에서 상속세 폐지 법안 상정이 부결되었다. 이로써 미국의 상속세 폐지 계획은 불투명하게 되었다.

       
      ▲ 세계적 대부호 워렌버핏(왼쪽)과 빌게이츠는 상속세 ‘폐지’를 반대해 왔다
     

    상속세와 헌법정신

    우리나라 역시 헌법에 이러한 정신을 담고 있다. 헌법 제119조 제2항은 국가에게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상속세 제도는 국가의 재정수입의 확보라는 일차적인 목적 이외에도, 자유시장 경제에 수반되는 모순을 제거하고 사회정의와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적 규제와 조정들을 광범하게 인정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의 헌법 이념에 따라 재산상속을 통한 부의 영원한 세습과 집중을 완화하여 경제적 균등을 도모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96헌가19 결정. 1997. 12. 24).’며 상속세의 사회정의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출처 : ‘세법강의’ 이창희]

    최근 일본에서는 상속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경향신문 2008. 8. 21). 가장 큰 이유는 과거 사망자의 7%가 상속세를 내다가 현재 4%로 줄어들었는데 이 때문에 빈부격차가 확대되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상속세 납세 인원이 사망자의 4%이면 우리나라(0.7%)의 6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우리나라 소득세제는 워낙 취약하여 세금 없는 재산축적이 용이하다. 우리나라의 부유층과 재벌의 재산축적과정은 각종 투기와 정경유착 등으로 얼룩져 국민들로부터 그다지 존경받고 있지 못하다. 우리나라에는 빌게이츠나 워렌버핏과 같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부자들이 없으며, 재벌들은 오히려 그 알량한 세금마저 빼먹고자 온갖 변칙과 불법을 다 자행하고 있다. 이런데도 상속세 감세가 정당하다는 것인가?

    이번 상속세 감세로 0.7%인 상속세 납세자 비율은 더욱 더 줄어들게 되었고, 사실상 상속세는 있으나 마나한 세금이 되었다.

    이렇게 될 바에야 상속세를 아예 폐지하는 것이 낫다. 대신, 소득세를 포괄주의로 고쳐 상속재산을 소득세로 과세하도록 하자(상속재산을 상속인이 ‘무상으로 취득한 소득’으로 보아 소득세를 과세하자는 뜻).

    나아가 이 기회에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체계를 정비하여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지키도록 하자. 어차피 상속세율이 소득세율과 같아지니 소득세를 전면 개편하여 상속세를 흡수하는 것이 실리적일 수도 있다. <끝>

    * <오마이뉴스>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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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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