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리페서 복직 반대, 정치 아닌 실리적 이유?
    By mywank
        2008년 09월 04일 07: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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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을 마친 고려대 학생들이 ‘정경관’을 나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4일 오후 고려대학교 정치경제대학관 로비에는 5교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번 주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열리는 ‘고연전(또는 연고전)’ 이야기를 하느라 분주했다. 또 수강신청 변경기간을 맞아, 친구들과 시간표를 다시 짜는 학생들의 모습도 보인다.

    ‘곽승준, 김병국 교수님의 2학기 복직에 관한 학우들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로비 한편에는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와 고려대 정경대 신문인 <HOANS>가 지난달 14일부터 21일까지 정경대 학생 179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내용이 걸려 있었다.

    복직 반대 63.6%

    여기서 고려대 곽승준 경제학과 교수(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와 김병국 정치외교학과 교수(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복직을 반대한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63.6%였고, 복수응답이 가능한 ‘복직반대 이유’ 문항에서는 ‘수업권 침해(71.9%,)’가 1위를 차지했다.

    익명을 요구한 김 아무개 씨(행정학과 4학년)는 “곽승준 교수님 수업은 널널하고 학점 받기도 쉽다는 소문이 나있다”며 “휴강을 많이 하시는 편이어서, 공부 안 하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며 농담섞인 어조로 말했다.  

    지난 해 곽승준 교수의 수업을 들었다는 한 학생은 “올해 1학기에 갑자기 곽 교수님이 청와대로 가시면서 다른 강사로 대체되었고, 이미 수강신청을 했던 학생들이 많이 피해를 봤다”며 “저는 1학기에는 곽 교수님 강의를 신청하지 않았지만, 작년에 수업을 들었을 때도 다른 일이 많이 바쁘셨는지 강의에 나오지 않은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곽승준, 김병국 교수 복직에 대한 학내여론 조사결과가 ‘대자보’로 붙어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역시 지난 해 김병국 교수의 수업을 들었다는 유지영 씨(정외과 3학년)는 “김 교수님은 예전에 고대 안에서도 강의가 좋다고 알려져 있었고, 당당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하지만 교수님이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이 되면서, 김 교수의 수업을 신청한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 강사의 수업을 대신 듣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대 정경대학 학생들은 곽 교수와 김교수에 대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 그리고 “교수라는 자리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경대 학생회가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도덕성 문제와 교수에 대한 이들의 인식이 각각 ‘복직반대 이유’ 2위(61.4%), 3위(41.2%)에 올랐다.

    연예인도 자숙하는 기간 갖는데

    유지영 씨는 “그동안 촛불문화제에 열심히 참여했다”며 “그런데 김 교수님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내면서 ‘캠프 데이비드 회동’을 주선하고,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일으킨 장본인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정말 실망했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곽승준 교수님이 ‘위장전입’ 등 부동산 투기의혹을 받고 경질되었는데, 이렇게 사회적으로 신뢰를 잃은 분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당당히 ‘가르침’을 줄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김 아무개(통계학과 3학년) 씨는 “두 분이 이번에 연줄을 통해 다시 학교로 오신 것 같다”며 “교수로 몇 년 있다가 기회가 오면, 얼마든지 학생들을 버리고 다시 출세할 수 있는 곳으로 가실 것 같다”고 비아냥거렸다.

    유지영 씨는 “연예인들도 물의를 일으키면 어느 정도 자숙하는 시간을 갖고 현업에 복귀하는데, 더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분이 낙마하자마자 학생들에게 아무런 사과 없이 학교로 복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곽승준, 김병국 교수실은 정경관 3층에 마련되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지난달 중순부터 ‘곽승준, 김병국 교수 복직 반대활동’을 벌이고 있는 고려대 정경대학 정태호 학생회장(행정학과 4학년)은 ‘폴리페서(polifessor·정치참여교수)’ 문제에 대해 “교수란 직책은 연구활동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강의를 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입신양면을 위해 정관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언제든지 다시 복귀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공개질의서’를 작성해 다음주 초 곽승준, 김병국 교수님에게 보낼 예정”이라며 “공개질의서 내용에는 학내 여론조사 결과와 학생들의 반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문항 그리고 수업권 침해, 도덕성 문제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문항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복직 반대입장 분명, 사과 요구도

    그는 또 공개질의서 내용을 검토한 후 "복직에 관한 학생들의 입장과 두 교수의 공개사과 요구 그리고 폴리페서 복직문제에 관한 ‘학내규정’ 마련 등을 촉구하는 학내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경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단과대학 학생들과도 연대해 회견을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 회장은 “곽승준, 김병국 교수가 학습권 침해와 도덕성 문제 등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경우, 이들의 복직에 반대하는 ‘학내 피켓시위’ 등 강도 높은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대 총학생회도 이미 학교 측에 곽승준, 김병국 교수 복직에 대한 반대입장을 학교 측에 전달한 상태이며, 대자보 등을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편, 개인비리 의혹 등으로 지난 6월 말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던 고려대 곽승준 경제학과 교수와 김병국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학기가 시작된 지난 1일부터, 각각 ‘지역도시경제론’, ‘비교정치개설’ 강의하고 있다. 

    이 밖에도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지리학과),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장관(재료공학부)은 서울대에서,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은 숙명여대에서 이번 2학기부터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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