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기아 비정규직이 부럽습니다”
        2008년 09월 04일 12: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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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일,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설립 1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대우자동차 서문 앞 천막농성장에는 여전히 10여명의 해고 노동자들이 ‘임단협 쟁취, 해고자 복직, 고용안정 쟁취’를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하러 온 동지들이 3일 밤 GM대우차 부평공장 서문 앞에서 1주년 결의대회를 열었다.

    천막농성도 어느새 300일을 넘어 1년을 바라보고 있다.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아도, 우리의 투쟁이 정당하기 때문에 버틴다. 100일 가까이 단식농성을 하는 기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면서, 1년 넘게 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랜드 아주머니 노동자들을 보면서 버틴다.

       
      ▲ 올초 GM대우 비정규직지회 소속원들은 한강대교에 올라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였다 (사진=금속노조)
     

    기륭을 보며, 이랜드를 보며 버티고

    힘이 있으면 이긴다고 한다. 우리에게 힘은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단결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조직하면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것이 너무나 어렵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노조에 가입하는 것조차 엄청난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노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뜻 가입하지 못한다. 

    다른 동료들이 가입하면 모르겠지만 자신이 나서겠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드물다. 그것이 현실이다.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투쟁을 벌이고, 홍보를 했지만 지난 1년 동안 조합원은 많이 늘어나지 못했다.

    천인공노할 노동자 탄압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방법은 집단적으로 노조에 가입하겠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금속노조는 산별노조 전환과 동시에 1사 1조직의 방침을 정했다.

    실망스러운 정규직 노동조합

    정규직 노동자들이 산별정신에 입각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하청 공동교섭을 하고, 1사 1조직 규칙을 개정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GM대우자동차 지부의 활동은 매우 실망스럽다. 일부 업체의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에 역할을 하고, 조합 가입범위를 확대하여 1사 1조직 실현을 위한 틀을 마련하였지만, 우리가 느끼는 것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올해 2008년 임단협만 해도 그렇다. 비정규직지회의 경우 작년부터 단체교섭 요청을 하였지만, 원하청 자본은 응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올해 금속노조의 임단투에서 방침으로 정한 원하청 공동교섭이 하나의 돌파구가 되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아무것도 진행되지 못했다. 형식적인 공동논의조차도 진행되지 않았다. 현대자동차 지부가 비정규직 노조와 함께 공동교섭단을 꾸리고, 1사 1조직을 완성한 기아자동차가 비정규직을 포함한 임단협 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우울함만을 느끼고 있다.

    비정규직에게 임단협 투표권이 있었다면

    2001년 이후 처음으로 GM대우자동차 지부는 60시간이 넘는 강력한 파업투쟁을 전개했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부의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켰다. 임금성 문제, 창원공장 해고자 복직문제, 신입사원 연월차 문제, 정리해고자 퇴직금 재정산 문제 등에 있어서 불만족스럽다는 표현이라고 보인다.

    이번 잠정합의안 투표 때, 비록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권한도 없지만, 만약 투표권이 주어졌다면 역시 반대표를 던졌을 것이다. 2003년부터 형식적이라도 들어 있었던 비정규직 처우개선안조차도 다루어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속노조의 2008 임단협 투쟁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GM대우자동차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비정규직지회와 함께 고민하고 대응하는 한 가닥의 노력이라도 하면서 2008 임단협이 종료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비정규직은 비정상이라는 상식이 있었으면

    지부 설립 1년을 보내면서 다가오는 1년은 움츠렸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시 한 번 일어나는 1년이 되었으면 한다. 고공농성이라는 극한 투쟁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투쟁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은, 그만큼 비정규직 투쟁이 절박하다는 것과 동시에, 더 많은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관료적인 노동부, 보수적인 법원, 비정규직 천국을 꿈꾸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둘러싸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뚫을 수 있는 것은, 비정규직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상식이 이 사회를 뒤덮을 때 가능해질 것이다. 이러한 세상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1년을 시작해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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