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의 사활적 시기와 공간
        2008년 09월 04일 09: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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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영상 진보신당 정책위 부위원장

    많은 분들이 제2창당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내년 2월 당대회를 새로운 진보정당의 창당대회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린다.

    지금 진보신당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진보신당의 기득권에 연연해하거나, 진보신당만으로 뭘하겠다는 식의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보신당의 기득권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기득권이라고 해봤자 ‘진보신당’이라는 이름과 노회찬, 심상정 대표의 이름을 대중적으로 알린 것 정도가 아닐까?

    진보신당의 기득권?

    한마디로 말해 기득권을 주장할 뭐가 없다는 것이다.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것처럼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당장 같이할 수 있는 세력이 누구인가?

    세력연합식의 사고를 벗어났으면 좋겠다. 일단 그럴 세력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세력보다는 흩어져 있지만 진보신당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고, 바로 그런 사람들이 믿고 참여할 수 있는 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을 탈당했지만 진보신당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10,000명 가까이나 된다고 한다. 아마 이 분들 중에는 더 왼쪽으로를 주장하는 분들도 있고, 또 더 오른쪽으로를 주장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또 운동권식 관성에게 벗어나길 희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더 폭넓게 재편하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분들은 진보신당이 제대로 활동한다면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믿는다. 다시 말해서 이 분들을 상대로 진보신당 가입을 적극적으로 권유할 필요는 있지만, 권유자체가, 당원확대 자체가 핵심 사업이 되어서는 안된다. 활동을 통한 당원확대가 되어야 한다. 그럴러면 당활동이 살아 있어야 한다.

    또 시민사회단체 주변에는 진보신당의 문제의식이나 정책, 문화에 대해 찬성하지만 당운영이나 활동방식이 운동권스럽다는 점 때문에 주저하는 분들이 많다. 민주노동당을 거치지 않고 진보신당에 참가한 분들이 60%가 넘는다는 말에 이 분들은 공감과 기대를 표시한다. 그러나 곧 40%의 문제를 제기한다.

    할 말을 잃은 40%

    운동권 정치, 운동권식 사고와 활동에 익숙해져 있는 그 40%가 진보신당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예단’을 너무도 쉽게 내린다. 어디 다른 데서 희망을 찾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도 쉽게 마음을 줄 수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

    그 40%에 해당하는 나는 할 말을 잃어버린다. 그러나 이 분들의 불만과 평가는 근거가 있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 우리 모두가 답하는 가장 올바른 방식은 우리의 활동으로 그 우려를 씻어 내는 것 외에는 없다.

    진보신당을 당답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는 말도 많이 들린다. 맞는 말이다. 조직정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형식적 제도만들기를 의미한다면 별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본다. 당대회 대의원을 뽑아야 하고, 중앙위원도 뽑아야 하지만 어떤 사람들이 그것을 해야 하는가?

    전형적인 운동권식 대의기구나 의결기구를 만드는 것이라면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다. 민주노동당식 대의원이나 중앙위원들이 아니라 실제로 지역현장에서, 부문현장에서 대중을 만나고 새로운 활동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조직의 골간으로 설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의미의 조직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을 만드는 조직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당내에서도 정치가 필요하고, 또 그렇기 때문에 ‘정치’를 전업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어쩔 수 없이 생겨날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그래도 지역 최일선에서 지역대중들과 얼굴 맞대고 일하는 사람들이 당직을 갖고, 당의결기구에 참여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당대회나 중앙위원회회의에서 지역의 활동사례를 근거로 명쾌하게 자기주장할 수 있는 분들이 당대회나 중앙위원회의 다수를 구성하고 있다면 아마도 진보신당의 미래는 아주 희망적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지역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중앙도 중앙이지만 지역이다. 지역에 뿌리내리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2010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도 발굴하고, 공약도 준비하고, 선거조직도 염두에 두어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보신당이 지역에서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를 분명하게 세워내는 일이다.

    물 위에 뜬 기름처럼 선거 때만 되면 갑자기 나타나는 외계인같은 존재는 더 이상 사양해야 한다. 진짜로 지역유권자들의 삶 속으로 파고들어가는 그런 활동과 지방자치제를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여러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광우병청정지역을 선포하고, 주민들과 함께 실천하는 노력,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전력시설을 설치하고 대체에너지를 사용하여 아파트단지 조명을 사용하고, 주차장 전력을 활용하는 등의 활동도 많은 사람들이 생각과 삶을 바꾸는 지역정치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학교선생님들, 학원강사들이 함께 지역에서 학생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좌를 개설해서 공사교육의 경쟁논리에 지친 아이들을 품어 안고, 새로운 세상을 체감해 나가는 그런 활동도 지역정치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

    비정규직과 영세상공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생활과 직업의 소통공간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꽤 의미있는 시도들이라 할 수 있다. 마포에서 추진하는 <민중의집>은 아직 시작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많은 당원들이 꿈을 나눌 수 있는 훌륭한 시도가 될 수도 있다.

    진보신당이 입증해야 할 것들

    지금 우리는 매우 중요한 시기를 경과하고 있다. 아마도 진보신당은 촛불 때문에 잠시 각광을 받았던 기억에서 벗어나 의회연단에서 배제되고, 언론에서도 잘 받아주지 않는 엄혹한 시절을 견뎌내야 할 것이다. 노심을 비롯한 대표단만의 활동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각자가 처해 있는 공간에서 진보신당의 가치를 세워내고, 진보의 재구성이 몇 가지 개념의 관념적 조합이 아닌 살아 있는 실천의 목소리임을 입증해 내야 한다.

    국민들의 비판과 분노를 무시하고, 가진 자들만의 세상을 위해 온갖 난리를 쳐대는 이명박 정부로 인해 우리는 무너지는 체력을 가다듬을 수 있을 것이고, 또 국민들과 함께 부대낄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을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진보신당은 입증해야 한다. 서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안세력이고, 대안정당임을 입증해야 한다. 그래야만 형식적으로 밀린 숙제하듯 처리하는 제2창당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대중적 제2창당을 가능케 할 것이다.

    대중적 힘을 발휘할 수 있을 때만 의미있는 세력규합이 가능하며, 또 그럴 때만 이명박 정부에 대항하는 힘있는 대안세력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지방선거는 바로 그 현실적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다. 2010년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과연 2012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마도 암담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진보신당은 지방선거를 치룰 의지가 있는가?

    아니 지방정치가 진보정당운동의 가장 소중한 기초라는 생각이나 하고 있는가? 지방정치의 공간이야말로 진보신당이 앞으로 함께 해야 할 수많은 세력들을 발견하고, 이 엄혹한 시기를 돌파할 대중적 힘을 만들어 내는 소중한 공간이 될 것이다. 바로 그 길을 개척하기 위한 전략과 정책, 조직과 활동을 만들어내는 것, 바로 그것이 진보신당에게 필요하다.

    이 글은 <주간 진보신당> 9호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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