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은 계속, 불매운동은 강화”
    By mywank
        2008년 09월 02일 06: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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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성천막 한편에 농성 ’60일 째’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한 눈으로 보면 촛불만 보이지만, 두 눈으로 보면 촛불 속의 영혼까지 보입니다’. 2일 오후 조계사에 마련된 ‘광우병 촛불시위 수배자’ 농성장을 찾자, 청화 스님의 ‘시문’이 손님을 맞이했다.

    또 바로 옆에는 ‘농성 60일째’라는 글씨와 함께 대책회의 박원석.한용진 공동상황실장, 김동규 조직팀장, 김광일 행진팀장, ‘안티 2mb 카페’ 백은종 부대표, ‘미친소닷넷’ 백성균 대표,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권혜진 사무처장, 새시대예술연합 정보선 예술단장 등 ‘촛불 수배자’ 8명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농성 천막 안으로 들어가자 위로는 가지런히 걸린 빨래들이, 아래로는 여기저기 놓은 사회과학 서적들이 머리와 발끝을 스쳤다.

    “날도 더운데, ‘효소’ 한 모금 드시죠. 이게 간에 좋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김동규 조직팀장이 농성장을 찾은 여성농민단체 회원이 줬다는 효소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힘드시지 않냐”는 질문에 김 팀장은, “지칠 때도 있지만, 농성장을 찾아주시는 분들의 격려가 힘이 되고, 다른 농성에 비하면 저희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이날 오후 찾아간 농성장에는 김 팀장을 비롯해, 박원석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 김광일 행진팀장, 백은종 ‘안티 2MB’ 부대표, 백성균 미친소닷넷 대표 등 5명의 수배자와 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오평석 농성장 상황실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의 모습은 농성천막에서 볼 수 없었다.

       
      ▲조계사 농성장의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잠시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촛불 수배자’들의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이들의 근황을 묻자 김 팀장은 “오랜 농성으로 솔직히 촛불 수배자들도 많이 지쳐있다”며 “오전과 저녁시간을 제외하고, 오후 시간에는 시간을 나눠 교대로 조계사의 모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촛불 수배자’들은 매일 새벽 5시에 조계사에서 ‘108배’로 하루를 시작하고, 매일 오전 11시에는 ‘상황실 회의’, 매주 월요일 오후 2시에는 ‘운영위원회의’를 벌인다. 또 나머지 시간에는 농성장을 찾은 시민들과 만나거나 각자 독서, 인터넷뉴스 검색 등을 하며 생활하고 있다.

    김 팀장 바로 옆에 있던 미친소닷넷 백성균 대표는 이날 ‘오체투지 순례’ 출정식을 가진 지관 스님, 문규현 신부 등이 농성장 방문했던 영상을 편집하고 있었다.

    백 대표는 “평소에 영상 편집하는 것을 좋아해서, 디카로 찍은 영상을 지금 ‘프리미어(동영상 편집프로그램)’로 편집하고 있다”며 “동영상은 촛불 수배자들의 근황과 이곳 농성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바깥 세상에 알리는 메신저”라고 말했다.

    ‘꼭 촛불이 승리합니다’, ‘동지들 곁엔 항상 꺼지지 않는 촛불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투쟁에 동참합니다’. 

    농성천막 안 한쪽 벽면에는 시민들이 보낸 격려 메시지들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아래 책상에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김광일 행진팀장이 컴퓨터로 열심히 글을 쓰고 있었다.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 궁금해 김 팀장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시민들의 격려메세지가 농성천막 한편에 걸려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촛불소녀’가 그려진 종이컵 (사진=손기영 기자) 
     

    김 팀장은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면서 느낀 생각과 그 동안의 경험들을 모아 글을 쓰고 있다”며 “하지만 이곳 농성장에 오시는 분들을 맞이하느랴, 아직 제대로 글을 완성하진 못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종교편향문제 불거지자 신도들도 격려해 줘

    김 팀장은 이어 “그동안 대책회의에서 행진팀장을 맡으며 거리에서 시민들과 함께 했는데, 여기에만 있으려니까 솔직히 답답하다”며 “지난 7월 12일과 17일 시민들의 거리행진 행렬이 조계사 앞으로 지나 갈 때 정말 반가웠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야기 말미에 “농성을 하며 가장 화가 났던 일은, 보수언론에서 촛불 수배자들에 대해 악의적인 보도를 했을 때”라며 “’조계사 신도들의 항의 때문에, 수배자들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등 이런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농성 천막 끝에 앉아 있었던 백은종 ‘안티 2mb’ 부대표는 이날 명동에서 열린 ‘안티 2mb’의 집회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다. “농성장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카페 활동을 하고 있다”며 “오늘 명동에서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 뉴라이트 반대’ 집회가 있었는데, 회원들이 집회를 잘했는지 집회사진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 대표는 “처음에 여기 왔을 때는 수배자들에게 ‘명동성당이나 가지 여긴 왜 왔냐’며 안 좋게 생각하는 신도들도 있었다”며 “하지만 종교편향문제가 불거지면서, 조계사의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고 수배자들의 농성을 격려하는 신도들도 예전보다 더 많아졌다”고 전했다.

       
      ▲‘촛불 수배자들’의 농성장이 있는 조계사의 모습. 이날 조계사 주변에는 수십여 명의 사복경찰들이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광우병 안전지대 국민네트워크 출범

    이어 박 실장에게 향후 대책회의의 투쟁 계획을 물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전면화’ 되었기 때문에, 유통을 봉쇄하고 소비를 감소시켜 시장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소비자들에게 철저히 외면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 실장은 “촛불문화제를 계속 이어가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앞으로 집회방식보다는 일상적인 영역에서 벌이는 ‘불매운동’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동규 조직팀장도 “앞으로는 중앙차원에서 진행되는 촛불보다 ‘지역촛불’을 강화하면서, 촛불문화제를 이어갈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도 불씨는 살아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앞으로도 ‘서민말살’ 정책을 계속한다면, 언제든지 불씨가 수만 개의 촛불로 다시 결집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이어 “향후 대책회의 투쟁계획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촛불은 계속, 불매운동은 강화’”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매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위해 ‘광우병 안전지대 국민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국민네트워크는 앞으로 학교와 보육시설 등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협약선언’을 권유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국민감시단’을 모집하는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이 단체에는 민주노총·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전국여성연대 등 50여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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