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언론 ‘감세 돈 잔치’도 아쉬운 이유
        2008년 09월 02일 10: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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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다 일본 총리가 1일 밤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조선일보 2일자 1면 보도에 따르면 지지율 20%대 하락이 이유라고 한다. 같은 날 이명박 정부는 26조 원에 이르는 감세안을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지율 20~30% 수준이지만 정부는 대기업 부유층을 위한 돈 잔치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천문학적인 감세를 단행했다. 예상대로 언론의 시선은 엇갈렸다. 정부의 재정건전성 악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고 아쉬움을 토로한 언론도 있었다. 언론이 전한 아쉬움의 의미는 전혀 달랐다.

    다음은 2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5년간 26조 원 대규모 감세>
    -국민일보 <양도세 1주택 비과세 기준 6억→9억/소득세 연봉 4000만 원 내년 36만 원↓>
    -동아일보 <후쿠다 일 총리 전격사임>
    -서울신문 <연봉 4000만 원 내년 소득세 36만 원↓>
    -세계일보 <환율 폭등·증시폭락…금융시장 ‘공황’>
    -조선일보 <이 정부 대대적 감세 임기내 21조 줄인다>
    -중앙일보 <9억원 이하 1주택자 양도세 0>
    -한겨레 <사상 최대 감세…대기업·부유층에 혜택 쏠려>
    -한국일보 <사상 초유의 전방위 감세>

    경향신문, ‘부자를 위한 돈 잔치’ 비판

       
      ▲ 경향신문 9월2일자 1면.

    이명박 정부가 단행한 감세안은 역대 최대규모로 평가된다. 5년간 26조 원에 이른다. 국민 중 세금 내기 좋아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세금을 내는 규모는 소득과 재산 수준에 따라 다르다. 세금을 줄여줄 때 혜택을 받는 규모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세금을 줄여준다고 좋아하다보면 근본적 의문이 남는다. 세금을 천문학적으로 줄이면 나라 살림은 어떻게 될까. 세수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 독거노인, 결식아동 등 어려운 이웃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한 언론은 이명박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부자를 위한 감세 돈 잔치’로 인식했다. 경향신문은 1면 <5년간 26조 원 대규모 감세>라는 기사에서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세 등 대부분 부유층들이 내는 세금과 대기업이 주로 부담하는 법인세를 중심으로 오는 2012년까지 5년간 26조40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세금 감면이 이뤄진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돈 잘 버는 이들이 더 많이 벌면 나머지에게 떡고물?"

       
      ▲ 한겨레 9월2일자 4면.
     

    경향신문은 3면 <부유층에 혜택 집중…’부의 대물림’도 쉬워져>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 첫해에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친 부유층·친 기업’ 색채가 확연하게 드러나 있다”면서 “특히 예상을 뛰어넘는 막대한 감세 규모는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와 사회복지 축소에 따른 사회양극화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1면 <사상최대 감세…대기업·부유층에 혜택 쏠려>라는 기사를 실었고 5면에는 <6억~9억 집 양도세 면제 ‘강남 집부자들만 살 판’>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한겨레는 4면 <고소득층 ‘감세 잔치’…서민층은 ‘일회성 혜택’뿐>이라는 기사에서 “감세안은 대기업과 고소득층, 자산가에게 혜택이 집중되게 설계돼 있다. 돈 잘 버는 이들이 더 많이 벌고 쓸 기회를 넓혀줘야 경제가 활성화돼 나머지에게도 떡고물이 떨어진다는 게 정부 논리”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일보는 3면 <감세 통한 MB식 경제살리기…’가보지 않은 길’엔 불안감>이라는 기사에서 “결국 ‘부자를 위한 감세’였다. 정부가 이번 개편안의 배경으로 밝힌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 재도약 세제’ ‘중·저소득층 민생안정’ 등은 정부의 기대만큼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결국 부자를 위한 감세였다"

       
      ▲ 한국일보 9월2일자 3면.
     

    한국일보는 “’유리지갑 서민 봉급생활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소득세율 2%포인트 인하와 공제확대 정도뿐, 반면 ‘10%에도 크게 못 미치는 소수의 부자’들에게는 소득세는 물론이고 상속 증여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사 등 감세 혜택이 무더기로 안겨졌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4면 <내년 양도세 2600만 원→40만 원>이라는 기사에서 “10년 전에 5억 원을 주고 산 주택을 비과세 요건(3년 보유 2년 거주)을 갖춰 10억원에 팔 경우 현재는 2600만 원의 양도세를 내지만 2010년에는 불과 40만 원으로 줄어든다. 세금부담이 무려 99%나 경감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기사는 이명박 정부 세제개편안의 수혜자가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부유층에게 감세 선물을 안겨준 이번 조치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언론도 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에서 “연봉 4000만 원인 4인 가구의 연간 소득세 부담이 내년에는 지금보다 최소한 35만 원 줄어든다. 양도 차익에서 각종 공제를 뺀 뒤 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과세표준)이 3억 원인 아파트를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는 내년에 최소한 700만 원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 "연봉 4000만 원 가구 소득세 부담 35만 원 줄어"

       
      ▲ 동아일보 9월2일자 1면.
     

    정부 조치가 서민과 중산층에게도 혜택이 간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문제는 서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부유층에 비교가 안 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국민에게 축복을 안겨준 것처럼 홍보하지만 실상은 다른 셈이다.

    정부 조치의 가장 큰 논란거리는 대규모 감세가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경향신문은 <‘부자 프렌들리’ 속성 드러낸 세제 개편안>이라는 사설에서 “과거의 예에서 보듯 감세는 경기 진작 효과를 내지 못한 채 재정만 축내는 꼴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도 <나라 앞날을 걱정하게 하는 세제개편>이라는 사설에서 “이번 세제개편은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게 한다. 세제개편으로 걸음마를 뗀 사회정책이 훼손되고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하면 남미식 사회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고 우려했다.

    이명박 정부 홍보 논리, 지면에 그대로 실은 언론

    그러나 대규모 감세 돈 잔치의 폐해에 무감각한 언론도 적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의 홍보논리를 지면에 그대로 실은 언론도 있었다. 이러한 언론보도만 접한 국민은 이번 조치가 가져올 ‘불안한 미래’를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일보는 <감세로 경제 살리려는 세제개편안>이라는 사설에서 “이번 개편안은 소비와 투자의 불씨를 살려 일자리 창출과 성장률을 높이는 경제 선순환 구조, 즉 ‘저부담→고투자→ 고성장’ 기조로 경제구조를 바꾸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MB정부 감세, 투자·성장으로 이어져야>라는 사설에서 “참여정부 시절 과도한 세 부담으로 민간투자가 성장률을 밑돌게 됨에 따라 성장과 분배도 실패했다는 진단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념논쟁을 불식시키려면 감세가 투자와 성장기반 확충으로 이어질 수 있게 규제완화 등 제도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21조 원 감세 규모도 충분치 않아"

       
      ▲ 조선일보 9월2일자 3면.
     

    한 술 더 떠서 이번 조치에 아쉬움을 나타낸 언론도 있었다. 조선일보는 3면 해설기사에서 “정부가 감세카드를 꺼낸 것에 대해 위축된 소비 심리를 살리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많다. 하지만 이번 감세방안은 ‘세금부담을 줄이면 소비와 기업투자가 살아나고 장기적으로 세수를 증가시키는’ 목적을 이루기에는 감세규모가 충분치 않아 자칫 재정 건전성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감세 효과 살리기 위한 후속대책도 내놔야>라는 사설에서 “정부가 대기업 법인세 인하를 당초 약속과 달리 1년 늦춤으로써 그만큼 대기업의 투자 결정도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2012년까지 모두 21조 원에 이르는 감세 규모도 보기에 따라서 충분치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감세 선물’을 안겨준 김에 대기업에도 좀 더 혜택을 줬어야 했다는 설명이다. 국민일보는<경기활성화 기대에 못 미친 세제 개편안>이라는 사설에서 “대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 세율을 하반기부터 22%로 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가 내년 실시로 후퇴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종합부동산세 그대로 둔 것 아쉽기 짝이 없다"

       
      ▲ 중앙일보 9월2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감세, 민생경제 활성화로 연결시켜야>라는 사설에서 “정부는 법인세율을 낮췄지만 과표가 2억 원이 넘는 기업에 대해서는 취약계층 지원에 쓸 재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시행시기를 1년 늦췄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법인세 인하로 기업들의 투자가 살아나면 그 혜택을 소수의 부자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경제의 파이를 키워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득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고 조언했다.

    중앙일보는 <성장정책의 시금석이 될 세제 개편>이라는 사설에서 “세제개편안은 그동안 이 정부가 보여줬던 경제정책의 기틀을 다지는 첫걸음이다. 또한 지난 10년간 지속됐던 증세 기조와 징벌적 세제를 정상적 세제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면서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징벌적 세제인 종합부동산세를 그대로 두고 과표 적용률만 낮춘 것은 아쉽기 짝이 없다. 종합부동산세는 아예 없애 재산세와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전면 감세의 두 얼굴을 잘 살펴야>라는 사설에서 “정부가 ‘세계적 트렌드에 역행하는 이념과잉 세제’라고 비난하는 현재의 보유세제와 상속ㆍ증여세도 우여곡절을 겪긴 했으나 공동체의 합의에 의해 탄생한 것을 잊어선 안 된다. 개편도 좋지만 보다 명확한 근거와 신중하고 정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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