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류근일, 주대환 칭찬한 까닭은?
        2008년 09월 02일 08: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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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대환 민주노동당 전 정책위 의장이 <조선일보> 류근일씨로부터 ‘칭찬’을 듬뿍 받아 눈길을 끈다. 류씨는 9월 2일자 이 신문의 ‘류근일 칼럼’란에서 ‘어느 좌파 지식인의 커밍아웃’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오랜 기간 민주노동당 비주류로 있어 왔”던 주대환이 “그간 겪은 자신의 고뇌의 결과를 좌파 매체 아닌 우파 매체를 통해 커밍아웃시켰다.”며 “이것만으로도 ‘그가 무슨 말을 했느냐’는 내용 이전에 잔잔한 충격을 던지기에 충분하다”고 적고 있다.

    어느 좌파 지식인의 커밍아웃

    그는 주 전 의장이 ‘좌파는 대한민국을 긍정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독립운동 시절부터의 광범한 합의를 할 수 있는 토지개혁을 실시하여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평등한 사회경제적 토대 위에 건국된 위대한 나라’라는 등의 표현을 인용하면서 모든 진보진영이 이 문제를 놓고 끝장토론을 하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주 전 의장은 류라이트 재단의 계간지 <시대정신> 2008년 여름호에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와 좌파의 진로’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이제 좌파는 대한민국을 긍정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독립운동 시절부터의 광범한 합의를 할 수 있는 토지개혁을 실시하여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평등한 사회경제적 토대 위에 건국된 위대한 나라다. 결코 세계에서 뒤떨어졌다고 볼 수 없는 보통선거권을 실시한 현대 민주주의 국가였다."고 주장했다.

    주 전 의장은 또 “북한의 간첩 행위자에게 어떤 징계도 내리지 않음은 물론, 굳이 친북 주사파를 옹호하고 감싸고 돌아 북한당국의 대남정책의 지렛대 역할이나 하는 조선노동당 2중대가 아니냐는 혐의를 감수하는" 자주파를 비판했다.

    주 전 의장은 "민족사의 정통성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만 있고 대한민국에는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고…" "우리는 이제 민주주의를 가슴을 열고 받아들이며 민주주의를 우리의 이상 실현의 유일한 길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주대환 "뉴레프트 운동으로 업그레이드 돼야"

    주 전 의장은 또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비판하고, 그 귀결인 스탈린 체제, 공산당 1당 독재, 북한의 1인 독재와 그 아래 벌어지고 있는 인권유린과 민생파탄을 적극적으로 비판해야 한다." "우리의 사상적 조상, 정치적 족보의 연원을 김일성, 박헌영이 아니라 여운형, 조봉암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제 좌파는 뉴레프트 운동으로 업그레이드되고 거듭나야 한다. 노동자 시민에게 분노와 절망 아닌, 대안과 희망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사회민주주의 노선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류근일씨는 이 같은 내용의 주 전의장의 글을 소개하면서 “이 모든 말은 한마디로 한국의 좌파는 북노당(김일성 김정일), 남노당(박헌영), 스탈린 모델과 단절한 서유럽 사회민주주의 모델이라야 한다는 당위를 확실하게 못박은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류씨는 이어 “범(汎)좌파 바깥에서는 입만 열었다 하면 해오던 주문이었으나, 좌파권(圈) 내부에서 이런 직설적인 자성, 비판, 대안제시가 표출된 것은 그리 흔치 않은 일”이라며 “민노당, 진보신당, 민주당, 민노총, 전교조, 기타 모든 진영이 이런 주제를 놓고 그야말로 끝장토론을 해볼 만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류씨가 주대환 글의 내용보다 우선 그것이 게재된 매체를 주목하며 잔잔한 충격 또는 감동을 느낀 것은 왜일까. 주 전 의장이 얘기하는 유럽식 사민주의 노선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 신문의 대표 논객이 ‘잔잔한 충격’까지 받은 것은 이제 ‘같은 편’이 됐다는 동류의식 때문은 아닐까.

    좌파의 미래 또는 주대환의 미래

    사실 주 전 의장의 말은 그가 평소에 해오던 주장들이다. 진보정당 내부에서도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그가 주장해온 내용이다. 그 얘기를 다른 곳, 소위 ‘뉴라이트’의 기관지에 게재한 것은 같은 내용이라도 전혀 다른 맥락에서 읽힐 수 있다.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곳은 이제 과거의 동지들이 아니라, 새로 사귀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이며,  그곳은 유럽식 사민주의를 고민하는 곳이 아니라, 친북 빨갱이 독재 등의 표현을 동원해서 좌파에 대한 ‘역사적 구타’를 해오던 곳이다.   

    주 전 의장은 자신이 사회주의와 이별하고, 진보정당과 결별했다는 ‘전향 소식’을 공개적으로 확실하게 하기 위해 지난 총선 당시 ‘무소속’ 출마를 선택한 것은 아닐까. 주 전 의장의 글 제목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와 좌파의 진로’가 <시대정신>에 게재되고 <조선일보>에 인용된 것을 보면서, 그 제목이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주대환의 진로’와 겹쳐 보이는 이유는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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