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평택에 평화가 찾아왔어요"
        2008년 09월 01일 12: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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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평화한마당 행사에서 일본에서 온 오키나와 반전지주회 참석자들이 현수막을 펼쳐들고 있다 (사진=변경혜 기자)
     

    ‘오늘 하루는 축제니까 맘껏 웃자’

    미군기지 확장을 막아내기 위해 오랜 시간 싸워왔던 평택사람들이 2008년 평화한마당을 열었다. 대추리와 닮은꼴이라는 파주 무건리에서도 이날 하루는 걱정을 잠시 접고 평택으로 왔고, 일찍이 대추리 투쟁에 연대를 해왔던 일본 오키나와의 반전지주회도 참가해 ‘미군철수 요구엔 국경도 없다’고 말했다.

    지역 이주노동자들과 멀리 미국의 동포 2·3세들로 구성된 재미청년 노둣돌 회원들도 얼굴을 마주했다.

    지난달 30~31일 이틀간 평택시 일대에서 열린 2008 평화한마당엔 대추리를 지키기 위해 오랜시간 싸웠던 이들이 시민들과 함께 ‘우리의 평화’를 찾기 위한 신명난 잔치였다.

    # “웃고는 있지만 속이 타들어간다”

    31일 평택시청 광장에 마련된 17개 단체의 천막엔 파주시 무건리 훈련장 확장계획에 반대하는 대책위도 함께했다.

    지난 2002년 효순·미선 두 여중생을 깔려 죽게 했던 미군 장갑차가 훈련했던 곳이 무건리 훈련장이다. 주한미군이 필요에 따라 언제든 우리 군의 훈련장을 쓸 수 있는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무건리 훈련장이 확장될 경우 현 여단규모 작전지역을 훨씬 뛰어넘는 기갑훈련과 포사격 훈련까지 가능해진다.

    지난달 1일 훈련장 확장지에 편입될 위기에 처한 오현리 주민들은 촛불시위를 시작했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낸 주병준 무거리 훈련장 백지화 대책위원장은 “국방부가 예정지에 대한 고시가 발표되면 살아있는 주민들의 묘비를 국방부에 싣고 갈 준비를 다 해 놨다”고 설명했다.

    주 위원장은 “촛불시위 시작하고 홧병나서 병원으로 간 주민도 있다”며 “관계당국에서는 마을에 몰래 찾아와 주민들에게 ‘대책위 말 듣지마라’ ‘정부에서 하는 것이니 반대하면 괜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반대해도 소용없다’는 협박을 일삼고 있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울화통을 터뜨릴만하지만, 그는 ‘잔칫날인데….’라고 말한다.

    # 오키나와, 미군기지 싸움에 동반자

       
      ▲ 모토나가 하루키(사진=변경혜 기자)
     

    일본의 주일미군기지의 70% 이상이 몰려 있는 오키나와는 반전, 주일미군 철수 투쟁이 대표적 지역이다. 특히 반전지주회는 그 싸움을 이끌어 온 대표적 단체다. 한국의 주한미군기지 싸움에 어김없이 달려온 이들은 이날 오후 평택시청 광장에서 진행된 문화행사 중간에 ‘민중연대로 아시아에서 미군기지를 몰아내자’는 플랭카드를 들고 나타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시의원, 평범한 회사원, 소설가, 가정주부 등이지만 유명한 헤노코액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그들이다.

    지난 30일 평택흥사단에서 열린 2008 평화포럼에서 ‘주일미군 재편과 오키나와 평화운동의 대응’ 주제발표에 나선 모토나가 하루키 한평반전지주회 사무국장은 “일미 양 정부는 ‘헤노코에 후텐마기지의 대체기지로 미군북부훈련장 부근인 ’타카에‘에 새로 헬리콥터비행장을 건설하려고 한다”며 “이는 가데나이남의 기지반환 약속이 헤노코와 타카에 기지건설이 이뤄져야 한다는 패키지론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 최대 미군기지인 가데나기지를 포함한 오키나와의 미군기지들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에서 미군의 발진기지로 이용돼 왔다.

    하루키 사무국장은 “지난 7월 오키나와의 지방선거에서 오키나와현지사는 여당에서 당선됐지만 지방의회 의원 49명중 야당이 절반 이상인 26석을 차지하고 있어 일미 양 정부가 추진하는 미군기지 확장계획 저지투쟁이 나쁘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한국을 찾아 효순·미선의 추모비와 무건리, 매향리 등을 방문한 반전지주회는 오는 6일 군산평화대행진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 “대추리 지명 확보없인 입주 불가“

    2008평화포럼에서는 대추리에서 끝까지 남아 싸워왔던 주민들을 위한 ‘평화마을 대추리’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평화마을 대추리’ 조성계획에 대한 특별발표에 나선 대추리 김택균씨는 “미군기지확장으로 대추리가 지도에서 사라져버렸지만 대추리 주민들은 새로 조성되는 평화마을 지명이 반드시 ‘대추리’로 확보받아야 입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마을 대추리‘는 2009년 6월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며 대추리에서 끝까지 싸웠던 44가구가 입주될 예정이다.

       
      ▲ 2008년 평화한마당 행사 참가자들이 신명난 난타공연을 펼치고 있다(사진=변경혜 기자)
     

    31일 오후 신나는 풍물가락으로 시작된 평화한마당 문화공연은 난타, 오카리나와 하모니카 연주, 비보이공연, 마당극, 락공연 등 다채롭게 진행돼 오후 늦게 ‘평택의 평화’를 기원하는 촛불연날리기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행사가 마무리되자 평택평화센터 강상원 소장은 “내년엔 평화한마당이 이 땅의 평화를 기원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참여해 대추리 평화마을에서 열리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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