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막농성에 찾아든 '아름다운 밤'
        2008년 08월 30일 03: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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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고라 은평모임의 회원 어재선씨가 색소폰 연주를 하고 있다(사진=고세진 기자)
     

    ‘아 싸모님~’ 소리가 절로 나왔다.

    때론 끈적하게 때론 감미롭게. 29일 밤 상암월드컵 경기장 주변은 색소폰 선율로 가득했다. 시민들도 모처럼 발길을 멈춰섰다. 이랜드 일반노조의 천막농성이 두 달을 넘기고, 매주 파업투쟁 승리를 기원하는 ‘금요문화제’가 열렸지만, 먼 발치에서나마 시민들이 함께 문화제를 즐기는 일이란 흔치 않은 장면이다.

    사실 문화제 공연의 대부분이 소위 ‘쟁가’라고 불리우는 투쟁가 일색이어서 시민들은 언제나 ‘그들만의 문화제’를 낯설어 했다. ‘동지들~’로 시작되는 발언들 역시 듣기에 따라서는 무시무시해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날은 달랐다. 아고라 은평모임 회원이라고 수줍게 자신을 소개한 참가자가 색소폰 연주를 시작하자, 상암월드컵 경기장 주변은 거대한 야외 째즈바로 변신했다. Only you, Summer time……연주가 계속될수록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시민들의 수도 조금씩 늘어갔다. 이대로 밤을 지새워도 좋을 정말 ‘아름다운 밤’이었다.

    하지만 파업투쟁 431일을 맞이한 이랜드 조합원들에게는 진정한 ‘아름다운 밤’은 아직 요원해 보였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진보신당 정현정씨는 “사측은 우리들에게 ‘팔 하나 주면 안잡아먹지’라고 해놓고 팔을 잘라주면 다리를, 다리를 잘라주면 머리를 내놓으라는 식의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잘라준 팔다리가 대체 무엇이 있냐?”라며 분개했다.

    그는 이어 “그들이 오히려 우리들의 목숨, 비정규직의 목숨을 요구하는 것이 진실”이라며 “이번 추석에 이랜드와 홈에버에서는 아무 것도 사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한가위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29일 홈에버 상암점 앞에서 열린 이랜드 파업투쟁 승리를 기원하는 ‘금요문화제’ (사진=고세진 기자)
     

    이랜드 안양분회의 이미연 조합원은 “뻔뻔하기 이를데 없는 이랜드 박성수 회장은 벌써 4년째 조합원들에게 임금동결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번 추석기간을 통해 그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똑똑히 알게 해주자”며 이랜드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한편, 이랜드 일반노조는 설에 이어 이번 추석에도 ‘이랜드 일반노조 생계비 마련을 위한 추석특판‘ 행사를 벌인다. 영광굴비, 상주곶감, 신고배 등 최상급의 물건을 유통비용을 줄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추석특판행사를 맡은 일산분회 박경은 조합원은 “추석 직전에는 주문이 몰려 배송이 늦어질 수 있으니, 지금부터 미리미리 주문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특별한 정보를 귀뜸(?)해 주기도 했다. (추석특판에 대한 자세한 내용 → 바로가기 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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