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있는, 아주 정치적인 '운동적 실험'
        2008년 08월 30일 01: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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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외공부하러 왔습니다." 

    회의 참석 이유를 묻자 김종철 전 진보신당 동작을 국회의원후보는 이렇게 답했다. 그처럼 이날 과외 받으로 온 사람들은 모두 40여 명 정도. 이날 참석자 중에는 멀리 마산, 원주 등지에서 온 당원도 있었고 당원이 아닌 사람들도 있었다. <칼라TV>도 한쪽에 자리를 잡은 채 생방송 장비를 설치했다. 오늘의 과외 과목은 마포 ‘민중의 집’이다. 

       
     심광현 민중의 집 공동대표의 발제를 참가자들이 진지하게 듣고 있다.(사진=정상근 기자)
     

    정경섭 민중의 집 공동대표는 지역진보운동의 성공사례로서 ‘민중의 집 사업설명회’를 하게 된 소감(?)을 묻자 “성공사례라는 말은 과장된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주민들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민중의 집은 추석이 지나게 되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본격적인 운영체제에 들어갈 예정이다. 

    29일 오후 6시 10분부터 진보신당 당사에서 열린 이번 사업설명회는 진보신당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지역사업의 시도와 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보신당의 새로운 지역정치 모델을 함께 기획하고자 마련했다. 박성이 조직국장은 “지역사업을 통한 전국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이번 설명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일상 속에서 정치-문화-생활을 하나로 연결

    정종권 집행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민중의 집이 언론 등에서 많은 관심 받고 있어 여러 지역에서 당원들이 직접 찾아가 설명을 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밖의 분들도 민중의 집에 대한 관심이 많을 것 같아 중앙당이 설명회를 주최할 필요성을 느꼈으며 향후 고양 마을학교 등 지역에서 벌이는 활동에 대해서도 설명회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사업설명회 첫 프로그램은 심광현 민중의 집 공동대표의 사회운동으로서의 ‘민중의 집’ 조명이었다. 심 대표는 “민중의 집 운동은 일상생활 속에서 정치-문화-생활이 하나로 연결되는 새로운 운동을 창출해 전통적인 형태인 위로부터의 진보운동과 촛불에서 보여진 새로운 형태의 아래로부터 대중운동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연결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또 “대중의 일상과 분리된 공간에서 따로 놀던 기존의 사회운동을 지역 대중들과 새롭게 연결하여 지역대중들의 새로운 삶의 양식을 촉진함과 아울러 기존 운동도 새로운 활력으로 다시 운동하도록 추동하는 ‘운동의 운동’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유모차를 이끄는 시민들과 활동가들이 하나가 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대안사회 향한 상호부조운동

    심 대표는 이어 “민중의 집은 일상생활 수준에서부터 정치-경제-주체형태를 바꾸려는 노력들이 함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려는 공동의 노력”이라며 “서로 분리되어온 자본, 국가의 지배에 맞선 정치적 투쟁과 대안사회를 향한 상호부조운동이라는 두 가지 시공간을 하나로 연결하는 ‘제3의 시공간’을 창출하려는 운동적 실험”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민중의 집 운동은 이념과 실천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된, 축구에서의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의 운동”이라며 “오늘날 전문화된 공격수로의 활동가들과 수비수로의 대중의 자생적 직접행동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줄 수 있는 시뮬레이션 모델로 ‘민중의 집’운동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중의 집은 △상품화된 삶의 양식에서 벗어나는 대안적 생활, 상호부조 시스템 구축 △자본, 국가와 맞서는 정치적 토론과 참여 △지역-전국-국제를 잇는 다층적 네트워크 구성이 민중의 집 운동의 기본 프로그램”이라며 “광역 단위의 지역 네트워크 개념으로 비위계적이고 자생적으로 확장이 가능한 웹2.0 운영체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광현 대표(사진=정상근 기자) 
     

    난해한(?) 개념설명을 들었으니 이제 실제 적용사례를 들을 차례. 정경섭 대표의 발제가 이어졌다. 정 대표는 “10월에 계획된 총회가 지나면 본격적인 운영이 시작되는 것이고 지금은 시험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현재 시험 중인 프로그램과 계획된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민중의 집 ‘생활의 달인’ 프로그램은 민중의 집 시스템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다. 정 대표는 “민중의 집 회원 중에서 계급화된 노동을 뒤집어 회원들이나 지역주민들이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특강식으로 강좌를 개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물론 무료, 모든 것은 기본적인 후원금과 노동과 노동의 등가교환으로 이루어진다.

    이날 소개된 프로그램은 이 외에도 생활의제를 정치의제로 결합시키는 프로그램인 ‘정치의 귀환’, 출판사가 많은 마포의 특수성을 활용한 작가 등 유명인을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는 ‘수요초대석’, 지역의 불만들을 노래로 만들어 행정기관 앞 등에서 부르는 ‘불만합창단’, 주말을 이용해 떠나는 ‘주말답사’와 ‘동네지도 만들기’ 등이 있다.

    생활의 달인, 불만합창단 등 눈에 띄는 사업 수두룩

    이미 시범중인 프로그램들은 더욱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정 대표는 “청소년 독서토론을 진행했는데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았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관심 있는 학부모들이 민중의 집에 와서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데 이런 적극적인 관전자를 만드는 것이 민중의 집 운동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참여하고 싶게”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또 “대안생리대 워크숍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찼으며 화요밥상 모임은 근처 주민들도 자주 온다”고 말했다. 또 “공공장터 같은 경우 민중의 집 회원단체인 마포농수산물센터 상인연합회가 일주일에 한 번씩 야채와 과일을 한 트럭씩 제공하기로 했는데 우리 중에 운전면허 있는 사람이 없어 가지고 오지 못하고 있다”며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정 대표는 “우리 민중의 집이 외국의 다른 민중의 집과 다른 것은 노동조합의 집단적 참여”라며 “노조에서 단순히 회비만 내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의 전문분야를 교육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준비 단계에서 노동조합을 찾아다니며 ‘노조도 파업 때만 지지받으려 하면 안되고 평상시에도 지역 활동이 있어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관심을 가졌지만 성공여부를 알 수 없어 주저하던 노조들이 막상 민중의 집이 설립되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 대표는 “가든호텔 노동조합이 요리강좌를 하고, 공무원노조에서 세무상담 등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며 마포구청 상용직 노조원들이 민중의 집 네트워크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노조 집단적 참여가 외국과 다른 점

    이어 “특히 상용직 노조 어르신들은 노조에서 내는 돈 말고 따로 민중의 집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데 이들이 아파도 믿고 갈 수 있는 한의원, 병원 또 변호사를 찾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진정으로 원하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며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네트워크가 없는데 민중의 집이 이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며 물론 그들도 무료 배관수리 등 그들이 잘 할수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민중의 집 사업이 진행되면서 노조의 평조합원들과 주민들이 서로서로 만나는 장이 되고 여러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다”며 “아직 회원이 많지 않아 개인회원은 250명 정도이지만 내년쯤 되면 충분히 500명 이상이 확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착한 일을 하고 행복한 공동체를 이루고 살고 싶어 하는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많이 있다”며 “그들을 엮어주면서 새롭게 네트워크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네트워크 안에는 정치가 있는, 그리고 나아가 서대문, 은평 등 민중의 집이 많이 생겨 더 위력 있게 노동과 노동이 교환 될 수 있는 상황을 형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뜨거웠던 질의응답 시간

    이날의 가장 뜨거웠던 장면은 역시나 질의응답이었다. 마산에서 온 이장규씨는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던데, 작은 민중의 집에서 다 소화가 되는지" 궁금해했고, 이에 대해 정경섭 대표는 “시간대는 충분하며 모두 현실적으로 가능한 프로그램들”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쏟아진 질문 “상근자는 몇 명인가”, “초기 인력풀의 형성은 어떻게 했나”, “동사무소나 교회 등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과 큰 차이가 없다. 어떻게 차이를 만들어야 하는가”, “여러모로 어려웠을 텐데 극복할 수 있었던 방법은?”과 같은 현실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답변은 각각 “상근자는 1명”, “초기 인력풀은 각 지역별 운동 특성을 고려해 지역의 풀뿌리 단체 및 노조 등에 개념을 설명하고 참여를 구하는 것”, “프로그램은 차이가 없을 수도 있지만 민중의 집 사업은 네트워크 참여하는 회원들 각각이 상호부조적이고 대안적 활동으로 순환하는 것이 문제지 그 프로그램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 “일단 상근자를 채용해 민중의 집 추진을 전담하도록 ‘질러버린 것’”이었다.

       
      ▲민중의 집 ‘화요밥상모임’장면(사진=민중의 집)
     

    발제와 열띤 토론은 3시간이나 흘러버려 시간은 9시를 가르켰다. 광진구에서 온 이윤숙, 김준성씨는 “광진구는 아직 당원협의회 추진위원장만 뽑고 시작도 되지 않은 상태라 이 모델을 적용하는 것을 아직 판단할 수는 없는 상태”라며 “하지만 앞으로 지역사업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음으로 오늘 설명회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당원들이 문자로 질문 내용 보내기까지

    파주에서 온 윤지미씨는 “파주 당원들이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 여기 온다고 하니까 문자로 질문내용을 많이 보내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후원주점에서 처음 민중의 집을 알고 파주 당원들에게 ‘이런 것이 있더라’고 알려주었는데 정말 많이 관심있어했다”고 말했다.

    그는 “파주는 농촌지역이 많고 지역개발주의가 우선시됨에도 지역 단체들이 별다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 면에서 마포는 참 부러운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파주가 활동가들이 많지 않고 환경도 열악하지만 지역 활동가들은 네트워킹에 목말라 있다”며 “진보신당 당원들도 민중의 집을 통해 ‘속’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설명회 동영상은 <칼라TV>에 의해 진보신당 당게시판에 게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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