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교수의 기상천외한 연구 결과
        2008년 08월 29일 04: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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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기관의 통폐합 이야기가 한창이다. 공기업에 이어 국책연구기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바야흐로 신자유주의 정부가 고대하고 고대하던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칼을 휘두르는 시대가 도래했다.

    교육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당장 통폐합이나 민영화의 대상으로 지목된 기관은 없지만, 꾸준히 통폐합 이야기가 오고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관이 지역교육청이다. 지역교육청이란 일종의 시군구 교육청이다. 예컨대, 경기도교육청은 ‘시도교육청’으로 부르고, 안산교육청은 ‘지역교육청’이라 부른다.

    지역교육청은 전국 180개이고, 근무하는 공무원만 2008년 4월 기준으로 10,675명이다. 공무원 신분이 아닌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면 12,046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니까 전국 방방곡곡에서 1만 명 이상이 근무하는 공공기관의 폐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전국교육기관 공무원노조와 지역교육청 통폐합.기능축소반대 교육청 공대위 등 단체들이 행사장 입구에서 현수막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폐지의 이유를 도출하는 방식이 가관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아마도 다른 공공부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거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반면교사의 의미도 있다. 

    기상천외한 어떤 교수의 분석 

    지역교육청 폐지는 이주호 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이 신경썼던 부분이다. 관련 법안도 지난 4월에 제출되었다가 철회된 바 있다. 최근에도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8월 12일 교육부 지정 중점연구소인 지방교육연구센터가 개최한 ‘지방교육행정체제의 개편 방향’이라는 토론회가 그것이다.

    이 자리에서 △소폭 통폐합 △중폭 통폐합 △완전 폐지 등 3가지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 근거를 간단히 말하면, 쓸데없이 있다는 거다. 전국 180개 지역교육청은 쓸데없는 공문만 남발하는 매우 비효율적인 기관이라고 진단한다. 효율적이지 않으니, 통폐합하거나 없애자는 거다(이에 대한 반론은 다음 기회에). 이 주장을 하기 위해 기능 분석, 기능 재설계, 효율성 분석, 사회적 네트워크 분석을 했다.

    그런데 뭔가 대단한 것처럼 보이는 각종 분석이 재밌다. 기능 분석은 지역교육청 전현직 공무원 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기능 재설계도 10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10,000명 이상의 인원이 근무하는 기관을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고작 0.1%에 해당하는 10여 명 정도에게 물어본 것이다.

    그러면서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기능 및 직무분석을 실시해야 하나 이를 시행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 ‘설문조사 결과에’ 상대적 가중치를 구하는 방법을 적용한다. … 근무하고 있거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직원 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라고 말한다. 이럴 때 “기가 막히다”라고 표현한다. 뭐, 15명이라서 그런지 당연히 표본에 대한 설명도 없다.

    지역교육청이 쓸데없는 공문만 남발한다고 지적하는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철저하게 하기 위해서는 수개 연도에 걸치는 모든 공문서를 봐야 하나 … ‘너무 많아서’ 2008년 6월의 공문서를 분석대상으로 한다. … ‘그런데 이것도 너무 많아서’ 대표적으로 2008년 6월 30일자 발송공문에 대한 기능분석을 한다”고 밝히고 있다. 거창하게 말하더니, 결국 하루치만 본단다. 그것도 수신공문은 빼고 발송공문만. 하하하… 웃자.

    놀라지 마시라. 이 연구 하신 분, 교수다. 충북대 행정대학원의 부학장이기도 하다.

    단 1명만 있으면 충북대 행정대학원의 폐지 가능하다

    교수이자 대학원 부학장으로 계신 분이 활용한 방법은 여러 모로 유용하다. 그 분이 근무하는 기관에 적용해도 꽤 짭짤하다.

    충북대 행정대학원의 입학정원은 34명이다. 석사과정만 있으므로, 2개 학년 68명이다. 정원외 입학까지 감안하여 70명 정도라고 보자.

    70명이 다니는 충북대 행정대학원을 폐지하는데 필요한 숫자는 단 한 명이다. 1만 명 기관의 운명을 0.1%에 물었으니, 충북대 행정대학원 또한 마찬가지다. 70명의 0.1% 하면 0.7명이니,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 한 명’이다. 재학생이나 졸업생 중에서 행정대학원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단 한 명이면 충분하다.

    운영을 제대로 하는지 보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장기간 살펴볼 필요가 없다. 1년 중 “단 하루”면 된다. 아무 때나 가서 수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본 다음에 결심하면 된다. 그러니 강의가 없는 방학 때 가주자. 이 분, 행정대학원 부학장이자 행정학과 교수이기도 하니, 충북대 행정학과에 이 방식을 적용해도 좋겠다.

    금융선진화로 수수료만 오른 거 잊지 않았으면

    이명박 정부의 스타일을 보건대,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상당한 억지가 예상된다. 그러면서도 자칭 ‘선진화’라고 한다. 여기에 평소 공무원을 ‘철밥통’이라고 불렀던 안 좋은 감정을 개입하지 않았으면 한다.

    공공부문이 보다 민주화되고, 문턱이 낮아질 필요는 있다. 하지만 민영화나 통폐합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니 공무원에 대한 감정으로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보지 말았으면 한다. 사실, 한편으로는 자녀나 가까운 사람이 교사나 공무원이 되기를 바라고도 있지 않은가.

    정말 잊지 말아야 하는 점은 소위 ‘금융선진화 기법’이 도입된 다음에, 수수료만 잔뜩 오른 거다. 500원, 800원, 1000원 하는 게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몇 개월이나 1년 정도 쌓이면 상당하다. 이처럼 금융선진화의 결과가 우리에게 준 건 ‘비용 증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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