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껍데기만 바꾼 기숙형 공립고
        2008년 08월 28일 04: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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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교육과학기술부는 기숙형 공립고 82개교를 선정 발표하였다. 이들 학교는 하반기의 설계 및 공사를 거쳐,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한 학교당 38억 원이 지원된다. 자율학교 지정 등 행정적인 지원도 병행된다.

    교과부가 밝힌 기숙형 공립고의 취지는 “지역사회의 부족한 교육기반을 강화하고 ‘돌아오는 농촌학교’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도농간의 교육격차가 심각하니, 농산어촌의 학교를 키우겠다는 의미다. 그러면 학부모의 실질적인 자녀교육 부담의 경감 및 사교육비 경감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기존 사업에서 옷만 갈아입은 기숙형 공립고

    그런데 이런 방식과 취지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2004년부터 실시하고 있던 ‘농산어촌 우수고 육성 사업’(처음엔 ‘1군 1우수고 육성 사업’로 불렸다)과 유사하다. 농산어촌 우수고 사업에 대해 교과부는 지난 2007년 4월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지역특성에 맞는 학교모델을 발전시킴으로써, 고교 단계에서 우수인재의 도시유출을 방지하고 과도한 교육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숙형 공립고 사업과 판박이다.

    선정된 학교 역시 비슷하다. 82개 기숙형 공립고 중 기존 사업의 수혜 고교는 62개교로, 75.6%에 달한다. 강원, 충북 등의 지역은 그 고등학교가 모두 다시 선정되었다. 제주는 기존 2개교가 모두 탈락했다.

       
     

    기존 사업의 수혜 고교 입장에서는 총 86개 학교 중 62개가 기숙형 공립고로 옷을 갈아입었다. 24개 학교가 제외되었는데, 그 중 17개교는 기숙형 공립고 사업에 해당되지 않는 사립학교였다. 즉, 기존 사업의 대상 고등학교 중 공립은 그대로 혜택을 입었다. 사립은 빠졌지만, 그 자리에는 같은 지역내 다른 공립으로 대체되었다.

    따라서 기숙형 공립고는 기존 농산어촌 우수고 육성 사업을 이름만 바꿔 시행하는 형태다. 물론 교과부는 “기숙형 공립고는 내년부터 도농복합중소도시까지 확대된다는 점에서 기존 사업과 다르다”고 애써 차이점을 밝히고 있으나, 확대는 기존 사업에서도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별반 다르지 않다.

    한 학교가 50억 원 지원받을 때, 나머지 학교들이 전무하면…

    이런 이유로 기숙형 공립고는 기존 사업의 문제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기존 사업이나 기숙형 공립고나 모두 지역내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이렇게 한 지역의 한 고교만 집중 육성하면, 그 고등학교와 도시고교의 격차는 줄어들 수 있겠지만, 해당 지역내 다른 고교와의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기존 농산어촌 우수고 육성 사업에서는 농특세와 지방비 등으로 조성된 1,342억 원을 86개 고교에 지원하였다. 한 고등학교당 16억원 정도다. 그리고 기숙형 공립고 사업에서는 3,173억 원이 82개 고교에 지원될 예정이다. 평균 38억 원이다.

    이번에 처음 선정된 20개 고교는 38억 원을 받고, 전에도 지원받았던 62개 고등학교는 54억 원을 받는 셈이다. 물론 그 지역내 다른 고교는 지원받는 게 별로 없다. 지역내 차별과 편애가 아닐 수 없다.

    차별과 편애는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현재 농산어촌 고교가 587개교인데, 이 중 82개교만 집중 육성된다. 그러면 남은 505개 고교는 도시학교에도 뒤지고, 같은 농산어촌학교에도 밀리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 심각한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반면, 혜택받을 학교는 중복투자나 과잉투자의 행복감까지 누릴 수 있다. 기존 사업의 재정지원을 받아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기숙사 신증축 및 리모델링’을 한 경우가 24건, ‘교사 및 교실 신증축 및 리모델링’은 33건, ‘어학실과 과학실 등 특별실 신증축 및 리모델링’이 57건이었다. 그런데 또 돈을 받는다. 그것도 예전의 2배가 넘는 돈이다.

    학교교육의 목적은 차별을 조장하는 데 있지 않다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300’ 중에서 두 가지가 거의 완료 단계다. 마이스터고는 한창 고르고 있고, 기숙형 공립고는 선정이 끝났다. 자사고 100개는 법령 개정을 요하는 관계로, 국회를 거쳐야 한다.

    특징은 ‘선택과 집중’이다. 그럴싸하게 들리나, 차별과 편애다. 선택받은 학교는 축배를 들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는 독배를 마셔야 한다. 학교교육의 목적이 차별을 조장하는 데 있지 않건만, 이명박 정부는 학교교육의 목적을 재해석하고 있다.

    농산어촌 교육은 열악하다. 여기에 대해 어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대부분 공감한다. 하지만 그 대책이 몇몇 학교만 찍어서 집중육성하는 형태라면, 도농간의 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내 격차만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중요한 건 “이 아이나 저 아이나 모두 소중하다”는 교육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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