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식한’ 러시아가 잃은 것
        2008년 08월 28일 01: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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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과 더불어 그루지야 침공 등에서 보이고 있는 최근 일련의 러시아의 행보는 세계 정치 경제 질서를 논하는 데 있어, 특히 전쟁과 관련하여 ‘제국 내 내란’이라는 네그리와 하비의 ‘제국론’보다는 제국주의 간 (대리)전쟁과 같은 ‘제국주의론’에 입각한 분석이 아직은 더 현실에 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 진격하는 러시아군 옆으로 불타는 그루지아 민가

    같은 맥락에서, 이번 그루지야에서의 전쟁은 단순한 국지적 무력 충돌만은 아니라는 데에서, 이미 수많은 국가들 간에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고 이후 더욱 강력하게 유라시아 전역에서 벌어질 ‘거대한 게임(The Great Game)’의 양상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로는 광범위한 유라시아 지역 곳곳에서 미국/서구와 러시아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원 확보를 위한 직간접적 다층적 충돌들은 이후 세계 정치 경제에서 중심적인 주제들 중 하나로 대두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이 지역에서 미국과 서방 제국들, 러시아, 중국, 이란 그리고 해당 지역 국가들 간에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제 2의 ‘새로운 거대한 게임’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시발점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 미국발 전 세계 경제 위기에 대한 공포, 고유가와 석유 고갈 등이 초래할 비산유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불안한 미래 등에 대한 문제들과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라시아에서의 거대 게임

    전 유라시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거대한 게임’에 대해 모두 다 상술할 수는 없고, 이번 그루지야 전쟁을 중심으로 생소한 이 지역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올바른 관점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분석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몇 자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심지어 진보 진영의 글들 중에서도 지나치게 중립적인 관점에서 ‘강대국 간 힘겨루기’로 보거나 ‘공격적으로 부활한 러시아’에만 초점을 맞춘 글, 혹은 이와 정반대로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음모에만 더 강조를 두는 글 등 올바른 시각에서 분석하는 글을 보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서방에서는 그루지야 군의 무자비한 남 오세티야 수도 공격에 대해서보다는 러시아 군의 무자비한 그루지야 반격에 따른 희생에 대해서만 강조하고 있고, 러시아 방송에서는 마치 러시아는 그루지야인들을 대량 살상한 것은 없는 양 오직 그루지야 군의 남 오세티야인에 대한 공격만을 보도하는 것을 보며 역으로 이 전쟁은 단순한 전쟁이 아님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엇보다 우선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미국 등 서방에 있다는 것은 두 말 할 나위도 없습니다. 그리고, 러시아는 이러한 서방의 위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대내적 정치 경제적 불만을 바깥으로 돌리는 효과를 노림과 동시에 대외적으로 유라시아 공간에서의 그간의 ‘보이지 않은 전쟁’에서 더 이상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대 서방 경고로써, 이 갈등을 ‘보이는 전쟁’으로 전환하며 전 세계에 ‘부활한 러시아’를 보여 주려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자국 내에서도 각종 산업이 붕괴하면서 제3세계화의 위협 속에 미국과 서구로의 경제적 종속과 수탈이 가속화되고 있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치 군사적으로도 한없이 후퇴하게 되어 과거 사회주의 형제국들이었던 동유럽 국가들은 물론 발트 3국까지 유럽 연합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아프가니스탄 등 유럽 외 지역 분쟁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나토는 더욱 동진하여 구 사회주의 진영 뿐 아니라, 최근에는 심지어 구 소련 주요 구성원이었던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까지도 나토 가입 협상이 진행 중인데 러시아에게 이는 자국 안보에 대한 거대한 위협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수세적 상황에서도 아프가니스탄, 이란, 그리고 신생 중앙 아시아 이슬람 국가 등 이슬람 세계와 광범위한 국경선을 공유하고 있고, 알 카에다 등 각종 이슬람 단체들로부터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체첸 등 국내 소수 민족 독립 운동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러시아는 9.11 테러 이후 서방 국가들의 의도를 견제하기는커녕 미국과 서구의 의도대로 따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면초가의 러시아

    결국, 러시아는 탈레반 소탕을 위해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즈스탄 등 구 소련 땅에 미국의 군대가 주둔하고 기지가 건설되는 것을 허용하게 됩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미국과 서구의 석유 가스 관련 초국적 자본이 이 지역에서의 자신들의 이익 수호의 경제적 토대를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면, 군대 주둔이나 군사 기지 건설은 안전한 이익 보장의 물리적 토대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군대 주둔은 미국이 자국 이익을 지키는 주요 수단으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전략이기도 하다는 건 잘 아실 것입니다.

       
      ▲ 그루지아와 그 주변의 지도
     

    무엇보다도 이 지역 국가들의 정치 사회를 자기 편으로 끌어 들이는 것이 중요하기에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붕괴한 러시아가 해 줄 수 없는 것, 즉 경제적 지원과 자국의 자본 투자 유치, 그리고 지역 엘리트들의 서구로의 유학 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꾸준히 이 지역 내 친서방/친미 지배 정치 엘리트 집단을 양성해 내며 토대를 갖추게 되었고, 결국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직접적 지원까지 감행하여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키르기스스탄 등지에서 ‘민주화’라는 이름 하에 지역 지배 블록의 교체에 성공을 하게 됩니다.

    미국이 내세우는 보편적 근대화 혹은 현대화, 그리고 민주화 주장은 매우 허구적임에도 불구하고, 비 서구 사회에서는 상당히 유효하게 작용하기도 하는 경우는 역사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마찬가지로 구 소련 곳곳의 부패하고 무능력하며 비민주적인 지배 엘리트에 대해 염증이 나 있던 이 지역의 국가의 빈곤한 민중들 역시 미국과 서방의 노골적인 의도에도 불구하고, 선택의 여지없이 소위 서구 지원의 ‘민주화 혁명’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극도로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졌었고, 현재도 그러한 상황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위 이 ‘색깔 혁명’ 이후, 러시아 지배 계급은 서방의 이익을 수호하는 정권으로의 교체에 극도로 불안감을 느끼며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하는데, 이에 따라 정부가 장악한 러시아의 거의 모든 방송들은 구 소련 지역에서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미국과 서방이 지원한다는 ‘민주화’의 실체에 대해 폭로하는 프로그램으로 넘쳐 났고, 소위 민주 정권의 등장 이후의 실상(?)에 대해 비판하는 방송은 안 나오는 날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서구의 대 러시아 적대 정책이란 매우 오래되고 뿌리 깊은 것이며 서방을 믿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을 민중들에게 교육하고자 하는 방송도 많았었는데, 2차 대전에서 독일이 행한 만행을 포함하여 러시아 역사에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저지른 만행들을 되새기고, 이들 서방 국가들이 후원하는 이슬람 세력들의 체첸 등 소수 민족 국가들에 대한 탈 러시아 공작, 그리고 중앙 아시아와 코카서스 지역에서 서방 국가들이 탈러시아화/반러시아화 정책을 재가동하고 있는 ‘거대한 게임’의 오랜 역사와 현재 등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단골 메뉴였습니다.

    미국의 대 중남미 정책 등과 마찬가지로, 서구 제국들은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과 지역들을 반식민지화하고 제3세계화하려 하는 제국주의적 정책이 러시아를 포함한 구 소련 지역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좌파 지식인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논의되어 오고 있었는데, 러시아의 지배 계급은 러시아가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현재에조차 심지어 이러한 좌파적 분석틀마저 적극적으로 차용, 선전하고 있기도 합니다.

    러시아의 대외강박증과 애국주의

    러시아 민중의 머리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서구와 이슬람, 그리고 외세 침략에 대한 공포감과 열등감, 강한 제국에 대한 러시아 민족의 향수와 러시아 애국주의/민족주의를 이용한 러시아 지배 계급은 민주화를 열망하는 시민 사회의 목소리에 정면으로 맞서는 전략을 택하면서, 소위 ‘(서구식)민주화’란 허상과 무질서에 불과하며, 이를 주장하는 자들이란 결국 서구 이익에 복무하는 매국노들일 뿐이라고 맞받아치면서 국내 시민 단체 등의 목소리를 민중들로부터 차단하는 상당한 효과를 가져 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내부 반대자들을 제압해 가는 와중에 동유럽에서 유일하게 러시아가 아직까지도 후원자 노릇을 하던 세르비아마저 유럽 연합에 가입하고자 하는 정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를 하게 되었고, 현재는 알바니아계가 다수이나 오랜 세르비아의 영토이자 세르비아인들의 성지가 있는 코소보마저 강력한 서방의 지지하에 독립하기에 이르렀으니 러시아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란으로부터의 공격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폴란드와 체코가 미국과 MD 협정을 맺고 러시아와 불과 180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미사일 기지까지 세워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그 위기감과 분노는 더욱 확산되었습니다.

    사실 러시아로서는 중앙 아시아의 석유와 가스가 통과하는 중요한 길목(특히, 서방이 최초로 러시아를 통과하지 않는 대규모 송유관을 성공시킨 아제바이잔 바쿠-그루지야 트빌리시-터키의 제이한)인 그루지야 자체도 통제권을 잃어서는 안 되는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이지만, 그보다 정치적으로나 상징적으로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국가가 바로 같은 슬라브 민족인 우크라이나인데, 이번 그루지야에 대한 단호한 군사적 대처는 실은 러시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행보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는 설이 있는데 이는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입니다.

    어찌 되었든, 과거 자신의 영토에 대한 통제권 회복 때문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서방의 포위의 압박을 느끼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더 이상 뒤로 물러 설 곳이 없다고 판단한 듯 싶습니다.

    몽골 지배를 270년 이상 받았고, 스웨덴, 폴란드, 프랑스, 터키 등등 수많은 외적의 침입에 시달린 러시아, 특히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2천 7백만 명이라는 희생자를 낸 역사를 가진 러시아인들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외세, 특히 서방에 대해 거대한 공포심과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련 시절 항상적 공포 아래에서 핵무기 경쟁을 벌였던 미국에 대해서는 또 다른 성격의 공포심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 이러한 대중의 심리를 러시아 지배 계급은 매우 적절하게 이용을 하고 있음은 두 말 할 나위도 없습니다.

    개전을 감행한 그루지아 지배층의 노림수

    이런 상황에서의 그루지야의 도발. 러시아로서는 여러 면에서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무리수의 궁극적인 목적이 어디 있든지 간에 이번 전쟁을 개시한 측은 그루지야였음은 두 말 할 나위도 없습니다.

       
      ▲ 러시아군 검문소에서 잡힌 그루지아 시민
     

    그 동안 그루지야와 남 오세티야 사이에서 거의 매일 간헐적인 충돌이 있어 왔지만, 수도 점령까지를 목표로 한 대대적인 공격과 전격적인 군대 진격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무엇보다 아무리 러시아 군으로만 이루어진 평화 유지군이라고는 하지만, 러시아 평화 유지군을 공격하여 다수의 사상자를 내게 한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그루지야 군 궤멸을 목표로 한 러시아의 반격전은 가히 가공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한국에는 잘 보도가 안 되었는데, 남 오세티야 뿐 아니라, 그 이후 오랫동안 그루지야 전역에서 벌어진 러시아의 폭격은 그루지야 군사력의 절반 이상을 박살낼 정도였지만, 러시아의 모든 방송은 이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남오세티야인들의 희생에 대해서만 보도하며, 그루지야를 지지하는 구 소련과 동유럽 정상들의 행보를 비난하기 더 바빴습니다.

    문제는 대규모 미국 군사 고문단이 주둔하고 있으며, 미국과 철저한 동맹을 맺고 있는 그루지야 측이 미국 혹은 서방 제국들과 사전 교감 없이 이런 일을 저지를 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루지야가 러시아의 대대적인 반격을 생각하지 않았을 리가 만무한데 도대체 어떤 효과를 얻기 위해 무리한 도발을 했을까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혹자들은 그루지야 대통령인 사카쉬빌리가 지나치게 미국과 서방을 믿고 도발했다는 식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저는 좀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그루지야 지배계급은 무리하게 침공을 단행함으로써 러시아의 단호한 대응을 끌어내어 그루지야는 자국 주권의 문제에 러시아가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게 되었고,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직전까지 갈 정도로 막강했던 국내 반정부 세력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국은 친미적이기는 하나 독재 권력화하고 있던 사카쉬빌리를 버리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사카쉬빌리는 이 전쟁으로 위기를 벗어 날 수 있는 또 하나의 계기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루지아의 독재자가 얻은 것

    코소보 독립 문제와 비교해 그루지야 내 소수 민족 독립 문제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하는 서방에 대한 비판 등 소수 민족 독립 문제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진행되겠지만, 러시아, 중국 등 그 어느 국가도 국내 소수 민족 독립 문제가 얽혀 있어 일관된 목소리를 못 낼 것이라는 점을 그루지야는 너무도 잘 알고 있고 적극 이용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서구의 대 코소보 독립 논리와 두 공화국 독립 논리가 모순된다며 압하지야와 남 오세티야 독립을 승인하는 방법으로 더욱 공세적으로 치고 나가려고 하고 있지만, 티벳과 위구르 등이 발목을 잡고 있는 중국이 적극적으로 받쳐 줄 리 없는 상황 속에서 러시아 외에는 이들 국가들의 독립을 지지하는 국가는 많지 않게 되어 고립될 것입니다.

    그 후에 최악의 경우 서구에서 체첸 등 러시아의 아킬레스 건을 건드리며 러시아 내 소수 민족 공화국들의 독립도 같은 수준에서 요구할 경우 이러한 방안은 자충수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서구 제국들과 사전에 충분히 교감을 이루며 치루어진 게 분명한 그루지야 전쟁은 그 동안 서구와 러시아 사이에서 고민하던 수많은 구 소련 유라시아 소국들과 동유럽 국가들로 하여금 러시아가 아니라 서구의 우산으로 들어가야 할 이유를 찾게 되는 계기를 다시 한 번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철저하게 미국과 서구의 이익에 복무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 왔습니다.

    미적거리던 폴란드가 곧바로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의 예를 들며 자국 안보를 위해 불가피하다며 미국 미사일 기지 건설에 곧바로 서명했으며, 우크라이나 독립 기념일이었던 24일에는 대통령 유쉔코 역시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에서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지키는 길은 나토 가입 뿐이라는 연설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국내에 러시아계 주민들이 실질적 독립 국가를 건설하는 등 그루지야와 유사한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몰도바와 그 동안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애매한 입장을 보였던 아제르바이잔마저 그루지야 편에 선 것은 매우 특기할 만한 일입니다(그런데, 25일 곧바로 몰도바 대통령이 겁을 지레 먹고 러시아 대통령과 몰도바에서는 유사한 일이 없어야 한다는 다짐을 받는 회담을 했습니다만).

    또한 러시아의 침공 직후 그루지야 수도에서 있었던 대규모 반 러시아 집회에 구 소련과 동유럽의 주요 정상들이 참가했다는 것은 이후 반 러시아적 분위기가 어떤 동맹을 만들어 내고, 어떤 동맹들이 공고화될 것인지에 대해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상징적 사건이었습니다.

    탈러시아 러시

    물론, 이들 국가들은 러시아와의 이해 관계 탓에 노골적으로 친 서방 행보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고, 국가에 따라서는 러시아와의 연결 고리가 너무 강고하여 친서방 행보가 이들 국가에 전혀 이롭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이들 국가들이 이번 전쟁으로 구 소련으로부터의 독립과 러시아로부터 거리를 둔 이유를 새삼 다시 되새기며, 자신들의 정치적, 경제적, 그리고 군사적 대안은 러시아가 아니라 서방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러시아는 오히려 이 전쟁으로 함부로 러시아의 우산을 떠나려 하다가는 이렇게 된다는 것을 시범적으로 보여 주었다고 착각하고 있지만, 러시아 스스로 유라시아의 제 국가들에게 무식하고 폭력적이며 위압적인 러시아 제국주의보다는 교활하지만 민주주의와 번영을 내세운 그럴싸한 서구 제국주의가 낫다는 착각을 만들어 줘 버린 거대한 우를 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어쩔 수 없는 국가를 제외하고 러시아와 선을 그을 지점을 러시아 스스로 유라시아 제 국가들에게 보여 준 것이 장기적으로 득이 될지 아닐지는 러시아의 경제 성장 정도와 더불어 머지않아 확연히 들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럽 국가들이 석유 가스 등 에너지의 평균 25% 이상을 러시아로부터의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고 있기에 근본적 경제적 교류의 축소나 그에 이은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외국 자본에 대한 상식적 룰에서 벗어난 횡포가 이어지며 외국 자본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전쟁을 계기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외국 자본이 빠져 나가는 등 경제적 측면에서의 압박도 불규칙하게나마 계속 이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러시아에 대한 각종 제재 조치(경제 제재, G8에서 축출, WTO가입 거부 등등)가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는 등 전반적으로 러시아에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는 가운데에서도 러시아는 남 오세티아에서의 그루지야 군의 살육 행위를 유엔에 제소하기 위해 증거를 모으고 있으며, 25일 남 오세티아와 압하지야 독립을 러시아 의회에서 승인하는 등 이 지역에서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에너지 자원 보고 지역에서의 한층 가열된 주도권 경쟁이 다시 전 세계를 공포와 위협으로 몰아넣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듯 싶습니다.       <2편에 계속>

    필자소개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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