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간첩'과 '잃어버린 10년'의 상관관계
    2008년 08월 28일 09: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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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가 대통령의 ‘종교편향’에 항의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범불교도 법회(주최측 추산 20만명, 경찰추산 6만명)를 가진 날, 정부 공안당국은 ‘탈북자로 위장’한 ‘여간첩 사건’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실제 혐의 내용보다 ‘한국판 마타하리’라는 드라마에 방점이 찍힌 이번 ‘여간첩 사건’ 발표는 ‘공안정국’ 논란 속에 ‘절묘한 시점’이라는 점이 공감을 사고 있다. 일부 보수언론들은 "10년만의 간첩 검거"라며 이번 사건을 ‘잃어버린 10년론’의 연장으로 이어가며 정치 공세에 가담하고 있다.

27일, 이병순 KBS 신임 사장이 사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청원경찰들의 보호 아래 채 첫 출근을 강행했다. 셔터문과 방화문을 이용해 직원들의 출입을 철저히 봉쇄한 채 이뤄진 ‘취임식’에서 그의 첫 일성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프로그램의 존폐를 검토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사장의 편성권 개입에 대한 방송법 위반 논란과 함께 정권과 코드를 맞춰 KBS를 관영매체화하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범불교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불교계가 요구한 핵심 사안인 ‘대통령의 사과’와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일단 관망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경향 2면)

다음은 28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미민주 ‘이라크전중단/의보 전면확대’ 정강채택>
국민일보 <첫 ‘위장탈북 간첩’ 30대여 검거 "한국인7명납치·북송">
동아일보 <위장탈북 30대 여간첩 검거>
서울신문 <불교도 ‘반종교차별’ 대규모 시위>
세계일보 <‘위장탈부’ 여간첩 첫 적발>
조선일보 <위장탈북 여간첩 검거>
중앙일보 <30대 미모 여간첩 / 장교4명 ‘성포섭’>
한겨레 <이병순 KBS사장, 권력감시 프로 폐지 시사>
한국일보 <미녀간첩에 홀린 대한민국 안보>

드라마에 방점 찍힌 ‘여간첩 사건’

28일자 신문들은 <30대 미모 여간첩 장교 4명 ‘성포섭’>(중앙일보1면), <위장탈북 30대 여간첩 검거>(동아 1면), <미녀간첩에 홀린 대한민국 안보>(한국일보 1면) 등의 제목으로 공안당국이 발표한 여간첩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한국일보 10면 <훈련-잠입-사랑…영화’쉬리’ 복사판>, 동아일보 4면 <장교들에게 성미끼로 군기밀 수집 ‘한국판 마타하리’> 등의 기사에서 보듯, 이날 공안당국의 발표는 실제 혐의 내용과 증거보다는 ‘여간첩’의 인생역정과 군 장교에 이성교제를 수단으로 접근한 점을 들어 ‘한국판 마타하리’라는 ‘드라마’에 쏠려 있었다.

대부분의 신문들이 간첩혐의로 구속된 원씨에 대해 일부 모자이크 처리를 하거나 선글라스를 낀 사진을 내보냈음에도, 조선일보는 1면 <위장탈북 여간첩 검거>에 구속된 원씨의 얼굴사진을 그대로 내보내는 대담함을 보였다.

조선 동아, "10년만의 간첩 검거" 햇볕정책 타깃

‘여간첩’ 사건을 두고 일부 보수 신문들은 ’10년만의 간첩 검거’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지난 10년 간의 햇볕정책을 타깃으로 삼았다.

조선은 <‘햇볕 10년’에 군도 안보 불감증>(4면)에서 "원씨는 김대중 정권 이후 지난 10년 간 우리 공안당국이 적발한 2명의 ‘직파간첩’ 중 1명"이라며, "이번 사건은 지난 10년간 남북 화해무드 속에서 우리 사회가 ‘안보 불감증’에 깊숙이 중독돼 있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어진 사설에서도 "얼마나 많은 간첩과 간첩 협력자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이 나라를 휘젓고 다니며 정보를 캐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지난 10년 동안 붙잡힌 남파 간첩은 단 둘 뿐"이라며 "대공 수사기관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여간첩이 북 보위부에 넘긴 군 장교 명함 100장>).

"소문으로만 떠돌던 ‘탈북위장 남파간첩’이 처음으로 적발됐다"(동아 1면)고 지적한 동아는 "우리 안보체제 이토록 허술했나. 따지고 보면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 10년 동안 햇볕정책을 펴면서 안보의식이 풀어질 대로 풀어진 상태다. 나라가 이념적으로 무장해제 된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북이 무슨 공작인들 못했겠는가. 10년 간 단 한명의 남파 간첩도 검거하지 못한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고 설파했다(사설 <‘햇볕’의 그늘에서 활보한 탈북위장 여간첩>).

한겨레, "3년 전 혐의 잡고도 이제야 구속 의문"

28일자 대부분의 신문이 1면에 기사를 실은 데 반해 한겨레는 사회면에만 관련 기사를 처리했다. 한겨레는 <‘탈북자 위장’ 여간첩 검거> 기사에서 합수부가 이날 발표한 사건의 개요와 함께 "당국이 3년 전 간첩 혐의를 잡고도 이제야 구속 기소한 점", "군 안보강연에서 ‘북핵은 자위용’이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하는데, 공작원으로서 대담한 발언을 하고 다녔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의문점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앙은 이번 간첩 사건이 오세철 교수 등이 포함된 사노련 사건 등과 엮어져 공안정국 시비로 불거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은 사설 <10년만의 간첩 검거와 공안정국 시비>에서 "간첩사건과 야당의 ‘신공안정국’ 공세는 분리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체제유지를 위한 간첩 수사와 사상의 자유 보장은 별도 법으로 다뤄지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중앙은 "대형 공안사건의 경우 수사단계에서 그럴듯하게 포장 발표해 국민 여론을 들끓게 한 뒤 법원 판결 단계에서 범죄 혐의가 크게 축소되는 왜곡 현상이 그 동안 없지 않았다"며, "공연히 옳은 일을 하고도 공안정국이니 뭐니 하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미디어포커스’ ‘시사투나잇’ ‘시사기획쌈’ 등 폐지위기

이병순 KBS 신임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프로그램 존폐를 검토하겠다"고 한 발언으로, KBS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들의 폐지될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한겨레는 1면 <이병순 KBS 사장, 권력감시 프로 폐지 시사>에서 "여권과 보수언론이 편향적이라고 지적해 온 ‘미디어포커스’와 ‘시사투나잇’, ‘시사기획 쌈’ 등의 폐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지적했다. 이 사장의 ‘특정 프로그램 존폐 발언’에 대해 한겨레는 "방송사업자는 방송편성 책임자의 자율적인 방송편성을 보장해야한다는 현행 방송법 제4조 3항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방송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 사장이 정부 여당에서 일방적으로 평향 시비를 걸고 있는 프로그램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이는 정부와의 코드맞추기를 통해 한국방송을 관영매체화하려는 첫단계 수순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이병순 KBS 사장, 편성권 개입 ‘코드 맞추기’>).

고흥길 문광위원장, "1공영 다민영으로 바꿔야"

고흥길 문광위원장은 27일 라디오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1민영 다공영인 현 방송체제를 1공영 다민영으로 바꾸는 문제를 18대 국회에서 본격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최근 여권에서 흘러나오는 ‘MBC KBS2 민영화’ 추진론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4면 <여 ‘MBC·KBS2 민영화’ 여론다지기?>에서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은 "현재 방송 민영화를 위한 어떤 법안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 특히 문화방송 민영화 법안은 올해 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박 기획관은 "방송통신 시장의 변화를 보고 난 뒤 민영화 문제를 판단해도 늦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친이명박계 한 문광위원 등 여권쪽은 "구체적인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당 내에 민영방송은 민영답게, 공영은 공영답게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존재한다"고 전해, 최근 고흥길 공성진 의원 등의 최근 발언은 여권이 공영방송 구조개편과 관련한 여론 다지기 성격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러한 여론은 하반기 국회 내 미디어 입법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 "MBC 민영화 문제, 방송법 개정 더 주시해야"

한국일보는 8면 미디어 면 <신문·방송법 개정 등 여야 일전 예고>에서 "내달 1일 정기국회에서 국내 미디어 업계에 거대한 후폭풍을 불러일으킬만한 굵직굵직한 미디어 현안들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한나라당이 신문법 개정을 최우선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며, "인터넷포털에 대한 규정, 신문방송 겸영 허용 여부 등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신문법이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에 대한 신문사의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문은 "민주당 등 야당이 여론독과점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뜨거운 공방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특히 KBS 국가기간방송 논의와 MBC 민영화가 공론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MBC민영화를 위해선 원칙적으로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이 선결되어야 하나 이번 정기국회서 거론될 가능성은 적다는 평가가 우세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오히려 MBC민영화와 관련해서는 민영미디어렙 설립과 관한 방송법 개정을 더 주시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며 "법개정이 이뤄질 경우 한국방송광고공사는 공영방송의, 민영 미디어렙은 민영방송의 광고판매를 각각 대행하는 양극체제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MBC가 높은 광고수입을 쫓아 자연스레 민영화의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인촌 장관, 민영미디어렙 도입시기 2012년까지는 해야"

한편 조선일보는 2면 기사에서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이 27일 한국지역민영방송협회 사장단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방송광고판매제도 개편과 관련해 민영미디어렙 도입시기를 2012년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이날 유 장관은 "코바코 독점체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사회적 합의가 있지만 지역민방이나 종교방송이 어려워질 수 있어 지원책을 마련하고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민영미디어렙은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화가 마무리되는 2012년 까지는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화숙 칼럼, "언론인 자발적 땡전 시대 도래하나"

서화숙 한국일보 편집위원은 28일자 칼럼에서 언론인들의 자발적 땡전시대를 걱정하고 나섰다. 정부 정책을 보도한 한 통신사 기사와 최근 언론재단 노조의 싸움을 지적한 내용이다. ‘밥그릇’ 때문에 ‘언론’이길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언론인들에게 가하는 일성이다.

다음은 칼럼의 일부다.

임신한 여성들은 산전 진찰비 20만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게 된다는 보건복지가족부 입법예고안을 알리는 통신 기사에 이런 구절이 붙어있다. <복지부의 이같은 방침은 경제적인 이유로 출산율이 낮아져선 안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과 전재희 장관의 뜻을 적극 반영한 것이라는 후문이다.>

차라리 정부의 보도자료에 그런 구절이 있었다면 정부를 비판하면 그만이다. 언론 스스로 1980년대의 ‘땡전뉴스’ 때로 자발적으로 돌아가는 조짐이 아닐까 싶어 걱정스럽다.

방송은 땡노(태우) 시절과 땡김(영삼) 시절을 거쳐 매우 느리게 땡전뉴스 의식을 벗어났고 그나마 정부 정책에 반발하기도 한 것은 노무현 정부 들어서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이제 방송이 다시 옛날로 돌아갈지 새로운 공영방송의 길을 개척할지는 구성원들 손에 달려있다. 그러나 지켜보는 마음은 매우 조마조마하다.

이미 한국언론재단의 구성원들이 밥그릇 때문에 법과 원칙을 포기하고 나섰다. 법으로 보장된 이사장의 임기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던 언론재단 구성원들은 문화관광부가 주요 수익원인 정부광고 집행업무를 박탈하겠다고 협박하고, 기관 통폐합으로 인원을 정리하겠다고 하니까 이사장더러 나가달라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앞에 예를 든 통신사도 300억원에 이르는 정부 지원금을 계속 받을지 여부를 내년에 심사받게 된다. 과거 정부는 민주적인 절차를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이번 정부는 뜻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얼마나 무지막지한지를 한국방송공사 사장을 내쫓는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으니 구성원들이 눈치를 볼 법도 하다.

그는 칼럼에서 "언론의 변질에는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이명박 정부가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밥그릇 때문에 언론이기를 포기한다면 그것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라며 "그런 언론을 세금으로 유지하는 문제를 역으로 국민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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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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