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순 KBS 사장, 사원행동 저지 뚫고 출근
    By mywank
        2008년 08월 27일 11: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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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사원행동(대표 양승동, 이광규)은 27일 오전부터 이병순 신임 KBS 사장의 출근을 막기 위한 실력저지에 나섰지만, 이 사장은 사복 청경들의 호위를 받으며 출근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출근저지 투쟁에 나선 사원행동 소속 직원들과 사복 청경들간에 충돌이 발생해, KBS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병순 신임 KBS 사장의 차량을 막고 있는 사원행동 소속 직원들 (사진=손기영 기자)
     

       
      ▲이병순 사장이 사복 청경들의 호위를 받으며, KBS 본관 2층에 마련된 취임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병순 사장에 대한 출근저지 투쟁이 벌어진 오전 7시부터 KBS 본관 앞 주차장에는 사원행동 양승동 공동대표를 비롯해, 7명의 사원행동 소속 직원들이 일렬로 서서 입구를 막고 있었다. 이들의 손에는 ‘사수 공영방송’이라고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한편, 오전 8시가 되자 사원행동 직원들이 서있던 주차장 옆으로 대형 크레인 한 대가 도착했다. 이어 ‘투쟁 MB정권 낙하산 사장 임명반대’, ‘정치, 자주 독립적 KBS 노동조합 건설’이라고 적힌 KBS 노조의 현수막 2개가 나란히 철거되었다.

    사원행동의 한 직원은 “현수막이 왜 철거되는지 회사에 물어봤더니, 그 동안 본관 앞에 게시한 현수막을 KBS 노조가 자진해서 떼기로 했다”고 말했다. 낙하산 저지투쟁을 벌이지 않기로 선언한 KBS 노조의 앞날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자 본관 주차장 입구로 사원행동 소속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어느덧 50여 명이 훌쩍 넘는 직원들이 ‘출근저지 투쟁’에 동참했다.

    양승동 사원행동 대표는 “이병순 신임사장이 9시에서 9시 반에 사이에 정상 출근하겠고 했다”며 “이 사장의 출근을 필사적으로 막고, 만약 사장이 회사 안으로 들어가더라도 오전 10시로 예정된 사장 취임식에 가서 ‘사수 공영방송’이라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자”고 말했다.

       
     ▲ 본관 1층 주차장 입구에서 출근저지투쟁을 벌이고 있는 사원행동 소속 직원들 (사진=손기영 기자)
     

       
     ▲ 27일 발행된 KBS 사원행동의 특보 (사진=손기영 기자)
     

    김현석 사원행동 대변인은 함께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는 동료 직원들에게 “사복 청경과 구분하기 위해, 검은 리본을 가슴에 달아달라”고 말하며, 이날 결사투쟁을 예고했다. 이 사장의 출근 시간이 다가오자, KBS 주변에는 경찰병력이 배치되기 시작했고 사원행동 소속 직원들과 경찰들 간에 신경전도 벌어졌다.

    이어 사원행동 직원들은 “KBS 장악음모 이명박 정부 각오하라”, “MB정권 꼭두각시 이사회를 해체하라”라고 구호를 외치며 이병순 사장의 출근을 막기 위해 기다렸다.

    하지만 10시로 예정된 취임식이 15분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 사장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사원행동 직원들은 “우리가 여기를 막고 있으니까, 들어갈 곳을 찾으려고 회사 주변을 돌고 있을 것이다”라는 말들이 터져 나왔다.

    갑자기 사원행동 집회장에 이원군 전 KBS 사장대행이 나타났다. 이 전 사장대행은 사원행동 직원들을 향해 “내 동기인데, 좀 잘 봐줘야지”라고 말하며, 직원들의 투쟁을 만류했다. 잠시 집회장 주변이 어수선해진 사이, 오전 9시 50분 이병순 신임사장이 탄 검정색 그랜저 차량이 나타났다.

    순식간에 사원행동 직원들은 차량 주변을 에워싸고 “관제 사장 물러가라” ,”공영방송 사수하자”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진입을 막았다. 하지만 회사 측에서 동원한 사복 청경들이 사원행동 직원들을 강제로 끌어내며 이 사장이 차량에서 내릴 수 있도록 도왔다.

       
      ▲본관 2층 취임식장으로 들어가려는 사원행동 직원을 막고 있는 사복청경들 (사진=손기영 기자)
     

       
     ▲취임식장으로 들어가려던 사원행동 소속 한 직원이 사복 청경들에 의해 끌려나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사원행동 직원들은 본관 2층으로 발길을 옮긴 이 사장을 다시 막기 위해, 본관 안쪽까지 따라가 진입을 저지했다. 하지만 청경들의 호위 속에 이병순 사장은 본관 2층 복도를 통해 황급히 취임식이 열리는 2층 공개홀로 들어갔다.

    이어 KBS 안전관리팀은 사원행동 직원들이 2층 공개홀로 향하는 복도 진입을 막기 위해 복도에 설치된 철제문을 모두 내렸고, 청경들은 스크럼을 짜고 맞섰다. 청경들의 저지를 뚫고 이미 공개홀로 향하는 복도로 들어온 일부 사원행동 직원들은 졸지에 철문에 갖히게 되었다.

    철문에 갇힌 사원들은 철문을 올리고 밖으로 나오려고 했지만, 청경들은 철문을 강제로 내리면서 사원행동 직원들이 복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았다.

    공개홀로 향하는 복도로 들어오지 못하고, 민주광장에 서있던 직원들은 철문에 갇힌 직원들을 빼내기 위해 복도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청경들은 스크럼을 짜고 막았다. 이 과정에서 청경들과 사원행동 직원 간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오전 10시 반 이병순 신임사장은 취임식을 마치고 6층 사장실로 올라갔다. 사원행동은 곧바로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사원행동 김현석 대변인은 “오늘 이병순 사장의 행태를 보니 싸움이 정리된 것이 아니라, 진짜 싸움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우리는 앞으로도 대오를 넓히고 강고하게 해서 싸울 것”이라며 “관제사장이 KBS를 장악하겠다는 음모를 끝까지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문이 잠기자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사원행동의 한 직원  (사진=손기영 기자)
     

       
     ▲철문에 갇힌 직원들이 철문을 들어올리며 빠져나오려 하자, 사복 청경 한 명이 이를 몸으로 막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김 대변인은 또 “보통 처음 사장으로 오면 갈등을 치유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이 사장은 오늘 취임사에서 ‘제작비를 삭감하겠다’,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프로 정리하겠다’고 말했는데, 구조조정이나 프로그램 제작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이야기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출근저지 투쟁을 계속 이어갈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정해진 것이 없고, 오늘 이 문제와 관련해 회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원행동 내부적으로 향후 출근저지 투쟁을 계속 이어가자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항의집회를 마친 직원들은 낮 12시 경 다시 업무현장으로 복귀했다. 

    한편, KBS 이병순 신임사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KBS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로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립하는 것이고, 특정 이해집단에 치우치는 방송은 KBS의 존립 근거를 스스로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사전 기획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게이트 키핑이 이뤄지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장은 "KBS의 독립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사회 이익집단으로부터의 독립과 자율을 의미하며, 이는 재정 안정화가 가능할 때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므로 수신료 현실화가 필수적"이라며 "수신료를 낭비하지 않는 조직구현을 위해 ‘경쟁의 미학’으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적자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또 사원들에게 "그동안 조직 안에서 빚어진 갈등들을 해소하고 조직의 화합과 안정을 통해 ‘KBS 정체성’을 바로 세우겠다"며 "팀제가 실시된 후 적지 않은 부작용이 야기되면서 조직과 구성원의 피로감이 두드러진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창의성과 자율성을 부여하되 책임과 절제가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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