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에서 이런 글 쓸 줄 몰랐다"
        2008년 08월 26일 05: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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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글을 다시 쓰게 될 줄 몰랐다. 예전 민주노동당에서나 어울릴 법한, ‘징징거리는’ 글을 또 쓰게 되다니. 가슴떨리고 열정과 창의력을 자극하던 진보정당은 어디로 갔나. 무시되고 외면받고 있다는 강박관념으로 언제라도 시비를 붙을 마음으로 살아가던 시절은 민주노동당 하나면 족하다고 믿었다.

       
      ▲ 사진=진보신당

    그래서 망설임없이 민주노동당을 탈당했다. 그리고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를 내세운 진보신당에 입당했다. 그때 다시는 이런 글을 쓰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이런 글을 다시 쓰게 되다니

    민주노동당의 시절, 매년 당대회에 제출된 사업계획을 살펴보면서 ‘환경’, ‘녹색’이라는 단어 하나라도 찾아내게 되면 다행이라 씁쓸히 웃곤 했다. 없으면 한 줄이라도 넣으려고 온갖 ‘지랄’을 떨어야만 했다. 그것이 안되면 예산도, 조직적 지원도 그리고 정치적 후원도 없이 활동하기를 각오해야만 했다.

    진보정당에서 녹색의제가 왜 중요한지를 끊임없이 입증해야 했으며,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서 무단히도 지지리 궁상을 떨어야만 했다. 녹색의제의 악세리화, 게토화를 넘어서고자 매일같이 싸워야만 했다. 한없이 지치는 일이었다.

    한때 진보신당의 당원 설문조사에서 가장 선호하는 당명으로 ‘초록사회당’이 뽑혔었다. 나는 격세지감을 느껴서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민주노동당이라는 낡아빠진 틀을 박차고 나오는 순간, 억눌려 있던 이성과 감성들이 되살아나 건강한 비전과 상식을 가진 당원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에게 녹색의제는 애써 설명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의제이며 비전이었다. 나는 새로운 차원에서 녹색을 이야기할 수 있는 진보정당과 당원들을 만나게 되었다고 믿었다. 심지어 진보신당의 네 가지 슬로건이 ‘평등’, ‘평화’, ‘연대’와 함께 ‘생태’가 있지 않은가 말이다.

    진보신당이 만들어지면서 이제 한국 정치에 새롭고 낯선 ‘녹색’이 탄생할 기회가 왔고, 그에 동참하게 된 것에 감격했다. ‘적(赤)’과 함께 가는 ‘녹(綠)’. 그 때문일까. 심지어 촌스럽기 그지없는 진보신당의 홈페이지 상단의 적록 대비마저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신나는 몇 달이 지나고

    급조되고 의석 하나 없는 당이었지만, 환경운동 활동가들에게 새로운 녹색의 가능성을 자랑하면서 당 지지를 호소했다. 새로운 당은 나를 자극하고 예민하게 해주었다. 평당원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녹색을 일궈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능력이 못 미쳐 아쉬웠지만, 신나는 몇 달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상한 느낌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적색으로 나아가는 녹색의 재기발랄한 실험은 어디로 가고, “녹색은?” 존재감을 찾기에 바쁜 상황에 빠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급기야는 오늘(26일) 개최되는 확대운영위원회에 제출된 하반기 사업계획에 녹색의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까지 알아버렸다.

    들뜬 열정이 환멸과 좌절로 변해가는 것을 나 자신 스스로가 지켜보는 순간이다. 적색과 만나기 위해서 녹색마저도 변화시켜야 하다는 각오와 계획은 조롱거리가 되어 버렸다. 진보정당에서 어디 녹색이 가능하겠냐며 던져졌던 수많은 조소들이 떠올랐다.

    민주노동당에서 ‘구역질’나게 들었던 이야기를 또 듣기 시작했다. 뭔가 궁색한 변명이라도 내놓을 것이 없으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제부터 녹색에 대해서 공부 좀 하겠다” 이렇게 이야기 하곤 했다. 지금 진보신당에서 그 이야기를 또 들었다.

    누가 녹색을 두려워하는가?

    녹색의제가 빠진 하반기 사업계획을 접하면서 말이다. 광우병 쇠고기로부터 출발한 촛불에 대해서 그토록 열광하고 이 에너지를 떠안겠다는, 그것으로 새로운 진보를 만들어내겠다는 정당의 사업계획이란다. 녹색을 외면하는 새로운 진보는 대체 어떤 것일까.

    진보신당에서 누가 녹색을 두려워하는가? 대표단인가, 확대운영위원들인가, 당활동가들인가, 당원들인가. 깊은 좌절 속에서 묻고 싶다. 그리고 있지도 않은 당원증을 매만진다. 나의 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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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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