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문투성이 헬싱키경제대 제주 분교
        2008년 08월 26일 03:48 오후

    Print Friendly

    지난 21일 진보신당 제주 추진위원회와 서귀포시 사이에서 헬싱키경제대학(Helsinki School of economics, HSE) 제주분교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진보신당 제주 추진위는 제주분교 학장으로 내정된 민나 힐로스(Minna Hillos) 박사가 헬싱키경제대학의 교수도 아니고 교직원 검색에서도 찾을 수 없다며, “교수가 아닌 사람이 학장을 맡는다는 것만으로도 제주 분교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 사진=제주도
     

    진보신당 제주 추진위의 지적에 대해 서귀포시는 곧바로 해명 보도자료를 내 “민나 힐로스 학장은 헬싱키경제대학 총장이 임명한 학장이 분명하며, 이에 대한 이력서 등 근거자료는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헬싱키경제대학 한국 분교 설립승인 신청서에 첨부되어 있어 외국교육기관설립심사위원회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귀포시는 뿐만 아니라 제주분교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인가하는 정식 분교로, 현재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헬싱키경제대학 전문경영과정’과 교육과정 운영 및 교수진 등에서 엄연히 구분된다고 밝혔다. 진보신당 제주추진위의 “무늬만 분교가 될 수 있다”라는 지적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반박한 것이다.

    “학장이 현직 교수가 아니다” 지적 해명 없어

    진보신당 제주 추진위의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민나 힐로스 박사는 56명의 본교 교수진에 없다. 둘째, 민나 힐로스 박사는 본교의 교직원 인명 검색 시스템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http://www.hse.fi/EN/abouthse/organization/professors/, http://www.hse.fi/EN/search/personnel/

    이 점은 지금도 변함없다. 여전히 교수진에 이름이 없고, 교직원으로 검색되지 않는다. 하지만 서귀포시는 이에 대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만약 진보신당 제주 추진위가 틀렸다면, “본교 교수가 맞고, 그 근거는 이거다”나 “교직원으로 검색되는데, 왜 그러냐”라고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본교 총장이 임명한 학장이 분명하다”라고만 하고 있다. 문제제기에 대한 엉뚱한 해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학장이 현직 교수가 아니다’라고 하는 진보신당 제주추진위의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서귀포시가 여기에 제대로 반박을 못했기 때문에, 민나 힐로스 제주 분교 학장 내정자는 본교 교수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민나 힐로스는 자회사 관계자

    지난 22일 서귀포시 관계자가 모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학장 내정자인 민나 힐로스가 검색된다고 주장했다. 이 말, 사실이다. 하지만 본교에서 검색되는 게 아니다. 본교의 자회사 같은 곳에서 발견된다.

    민나 힐로스 박사는 HSE Executive Education Ltd.(이하 ‘HSEEE’)에 있다. 해당 사이트(www.hseee.fi)에 가면 굳이 검색하지 않아도 이름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이 사이트는 헬싱키경제대학 사이트(www.hse.fi)와 엄연히 다르다.

    민나 힐로스 박사의 직책은 ‘Dean, MBA and Open Programs’이다. MBA와 개방대학의 학장으로 읽힌다. 하지만 해당 사이트의 MBA 과정 학장 인사말에는 헬싱키경제대학 Juhani Vaivio 교수의 사진과 글이 있다. 따라서 학장이 2명이 아닌 이상, 민나 힐로스는 학장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행정 책임자나 중간 간부급이 아닌가 여겨진다.

    보다 중요한 지점은 민나 힐로스가 일하는 HSEEE라는 기관이다. 헬싱키경제대학의 한 기관으로 소개하고 있으나, 일종의 회사이다. 1970년에 설립되었다가 1983년에 다시 문을 열었고, 1996년부터 주식회사로 전환하였다. 그리고 핀란드와 전 세계를 대상으로 MBA와 EMBA 과정을 운영한다.

    1996 HSEEE becomes Limited company, 100% owned by Helsinki School of Economics(HSE). 1996년부터 HSEEE는 헬싱키경제대학이 지분 100%를 소유한 주식회사로 전환하였습니다.
    1996 Executive MBA(EMBA) in Helsinki is taken care by HSE Executive Education instead of Helsinki School of Economics. 1996년부터 EMBA 과정을 헬싱키경제대학이 아니라 HSEEE가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 HSEEE의연혁에서(http://www.hseee.fi/content.php?&id=695&m=55&sm=213, 22일 검색)

    그러니까 민나 힐로스 박사는 HSE 교수가 아닌 HSEEE 관계자이다. MBA와 EMBA 상품을 각국에 판매(?)하는 사업체의 관계자다. 이런 분이 제주분교의 학장으로 온다. 만약 핀란드의 직장을 정리하지 않고 온다면, 제주와 핀란드를 왔다갔다 할지 모른다. 즉, 제주에 상주하는 기간이 얼마 안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 분교에 개설한다던 EMBA 과정은 헬싱키경제대학이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 헬싱키경제대학이 100%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HSEEE)가 운영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제주 분교의 위상 및 실제 형태에 대한 더 심도 깊은 검토가 요구된다.

    참고로 HSEEE의 사무실은 헬싱키경제대학 캠퍼스 안에 있지 않다. 헬싱키 시내에 있기는 하나, 캠퍼스와 거리가 있는 쇼핑센터 건물 내에 사무실과 강의실을 두고 있다.

    제주도와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끈끈한 관계

    진보신당 제주 추진위는 헬싱키경제대학 제주분교 유치와 관련하여 이화여대 부근에 위치한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는 제주 분교가 운영할 EMBA 과정과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헬싱키경제대학 전문경영 과정’은 운영 및 교수진에서 엄연히 다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육과정 운영의 문제, 즉 전일제냐 아니냐는 분교 여부의 주요 기준이 아니다. 핵심 기준은 “실제 교수진이 누구냐”와 “그 교수진이 상주하느냐”이다. 현재로서는 관련 심사 서류가 교육과학기술부에 있는 까닭에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학장 내정자가 현직 교수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즉, 말만 분교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편, 서귀포시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과 제주 분교를 엄격하게 구분하려고 하는데,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존재를 먼저 거론한 쪽은 진보신당 제주 추진위가 아니라 제주도다. 심지어 분교 유치 관련 서류를 제주도가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 송부하기까지 했다.

    ❏ 헬싱키경제대학원 제주분교 설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설립이 가시화되고 있다.

    · 서울과학종합대학원과 헬싱키대학 본교와의 설립계획서 협의가 최근 마무리 됨에 따라, 분교 설립승인 신청시 필요한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추천서 및 서귀포시 제2청사 공유재산 사용허가 확약서가 5월 20일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 송부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 이에 따라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는 5월 30일 이전에 교육과학기술부에 설립승인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으로 있으며, 빠르면 8월말 경 승인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제주도의 2008년 5월 21일 보도자료 “헬싱키경제대학원 제주분교 설립 가시화” 중

    이런 이유로 헬싱키경제대학 유치와 관련하여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유치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 그리고 유치가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 가져다 줄 이익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제주 분교에서 할 EMBA 과정과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이 지금 하고 있는 ‘헬싱키경제대 전문경영 과정’이 차이는 보이겠지만, 그게 얼마나 큰 차이일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모태인 산업정책연구원(IPS)에서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로부터 제주투자진흥지구 연구 용역을 의뢰받아 수행한 바 있는데, 만약 앞으로 제주 영어교육도시의 전부나 일부가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된다면 헬싱키경제대학을 매개로 한 제주도-서울과학종합대학원-산업정책연구원의 관계가 더욱 궁금하지 않겠는가.

    참고로, 헬싱키경제대학의 Hannu Seristö 부총장은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초빙교수로 있고, Program Director(교수가 아니다)로 있는 Markku Salimäki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헬싱키경제대 전문경영 과정’ 초빙교수로 있다.

    무늬만 분교?

    정리하면 이렇다. 헬싱키경제대학 제주 분교의 학장은 본교 교수가 아니다. 헬싱키경제대학이 설립한 한 사업체 관계자다. 다른 관계자는 본교의 검색 시스템에 나오는데, 학장 내정자만 나오지 않는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는 해명을 했으나, 본교 총장이 임명한 학장이 맞다고만 되뇌일 뿐, 본교 교수 여부에 대한 어떠한 반박도 없었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학장이 본교 교수가 아니라는 지적”이 사실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교수가 아닌 분이 학장이라면, 실제 강의를 담당할 교수진이 어떨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서귀포시는 본교가 13명을 파견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 13명이 누구인지 그리고 본교 교수인지 밝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학장을 비롯한 13명의 교수진이 과연 제주에 상주할지도 언급하지 않았다.

    분교 설립이라면, 헬싱키경제대학이 부지를 사고 건물을 지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제주도가 위탁 등의 형태로 모두 제공하기로 했다. 따라서 분교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은 “누가 오느냐”와 “그들이 상주하느냐”이다. 이 기준에 미달하면, 무늬만 분교라고밖에 볼 수 없다.

    헬싱키경제대학은 제주 영어교육도시 유치 학교들 중에서 가장 빠른 진척을 보이고 있는 학교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그 이름을 들어왔다. 동일하게 오래 전부터 ‘OO월 유치’라는 말들을 들어왔다. 5월 유치는 9월 유치가 되었고, 이 숫자는 다시 11월이나 내년 3월로 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분명한 것은 없다.

    뿐만 아니라 의외로 알고 있는 게 별로 없다. 헬싱키경제대학이 유명한 학교라고 제주도가 홍보하고 있는데, 그거야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홍보 문구 그대로다. 정확하게는 영어로 된 HSEEE의 홍보문구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헬싱키경제대학 제주 분교 설립과 관련한 서류들이 교육과학기술부에 있다고 하는데, 심사가 끝나면 그 서류들을 볼 수 있을까? 아니, 심사 이전에 제주도의회와 교육의원들은 보았을까? 제주도청이나 서귀포시 관계자는 얼마나 보았을까? 분교 학장으로 내정된 민나 힐로스 박사가 현직 교수가 아니라는 점도 이제야 이야기되는 것으로 보아, 혹 투명성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제대로 공개된 게 하나도 없다

    헬싱키경제대학은 우선 서귀포시 제2청사를 사용하다가 2010년 제주 영어교육도시로 이전할 계획이다. 제주 영어교육도시의 주요 기관인 셈이다. 하지만 1조 4천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고 하는 제주 영어교육도시의 연구용역보고서조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투명성 제고와 관련하여 뭘 기대할 수 있을까.

    어쩌면 ‘관에서 알아서 잘 하겠지’나 ‘들어온다는데, 그럼 좋겠지’라는 생각들로 인해 뭔가를 놓치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부터라도 질문을 시작해야 한다.

    “난 헬싱키경제대학에 대해 뭘 알고 있는가? 난 그 이름을 전부터 알고 있었는가? 그 학교의 EMBA 과정이 유명하다는데, 그 유명세를 이미 알고 있었는가? 서귀포시 방문단은 HSE 강의실은 봤겠지만, HSEEE 사무실은 갔다 왔을까?”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