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순 낙하산’ 애써 외면하는 언론들
        2008년 08월 26일 09: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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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이사회가 25일 “일체의 외부 간여나 간섭을 배제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사장 후보자를 선정했다”며 신임 사장으로 이병순 KBS 비즈니스 사장을 선임하고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을 했다 (전국단위 아침신문 1면 기사).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26일) 이 사장을 KBS 신임 사장으로 임명할 예정이지만,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및 방송장악·네티즌 탄압저지 범국민행동 등 언론·시민단체들은 ‘방송장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도 ‘이명박 정부의 KBS 장악 음모’를 밝히기 위해 곧 국정조사 요구서를 낼 예정이다.

    이날 대다수 아침신문이 보도한 KBS 사장 선임과 관련한 사설 및 분석 기사를 보면, 사장 선임 과정 및 신임 사장에 대한 평가에서 엇갈린 분석을 내놓았다.

    경향과 한겨레는 이번 사장 선임에 청와대 개입 의혹이 불거지는 등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고 ‘방송장악’ 우려를 전했다. 또 이병순 내정자의 보수 성향도 지적했다. 그러나 대다수 신문들은 이번 선임 결과를 ‘KBS 정상화’의 첫 단추로 분석하며, 이병순 내정자를 ‘KBS맨’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날 아침신문에선 지난 몇 개월 동안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사퇴를 주장해왔던 신문들이 KBS 신임 사장 내정자에게는 노골적인 훈수를 두며 비판을 삼가고 있는 것도 대조를 이룬다.

    경향신문 <청 개입 파문 불구 심사 강행>
    국민일보 <한․중 군사교류 대폭 확대>
    동아일보 <한-중 외교 국방 협력강화 고위 전략회의 연내 개최>
    서울신문 <한․중 외교 고위급 올부터 정례회담>
    세계일보 <한중, 군교류 활성화․FTA 검토>
    조선일보 <“한·중 모든 분야 협력”>
    중앙일보 <‘고용 버팀목’ 서비스업 흔들린다>
    한겨레 <한나라 지도부,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론>
    한국일보 <FTA 추진 출발신호 ‘대기’>

    KBS 사태를 ‘친정연주 대 반정연주’로 해석한 조선일보

    이날 조선·중앙·동아일보(조중동)의 보도에서 주목할 점은 이 신문들이 ‘방송 공정성’ 등을 거론한 점이다. 단골 레퍼토리인 ‘정연주 KBS 좌파 방송’이라는 지적도 여전히 나왔다.

       
      ▲ 조선 8월26일자 8면

    조선은 8면 기사<‘방송의 공정성 확보’ 최우선 해결해야>에서 “방만경영과 편파방송 등으로 ‘해임’을 당한 정연주 전 사장의 후임으로서 정 전 사장이 남겨놓은 많은 부정적 유산을 해결해야 한다”며 “또 정 전 사장 해임 과정에서 KBS 내부에서 극명하게 표출된 이른바 ‘친(親)정(친 정연주)’, ‘반(反)정’ 세력 간의 반목도 이 신임사장 후보가 시급히 해소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이날 아침신문 중 유일하게 최근 KBS 논란을 ‘반정연주’대 ‘친정연주’ 구조로 해석했다.

    조선의 사설을 보면 ‘방송 공정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사설<새 KBS 사장 제1과제는 공영방송의 본모습 찾는 것>에서 “지금 KBS의 최대 과제는 정권의 심부름꾼, 좌파(左派) 이념의 확성기라는 오명(汚名)을 벗고 명실상부한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는 것”이라며 “새 KBS 사장은 KBS의 여러 채널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재편할지 하는 구상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설에선 “△현재 학계 등에선 KBS1 채널을 EBS·아리랑TV와 묶어 공영성을 대폭 강화하는 대신 KBS2 채널은 민영화하는 방안, △KBS2 채널 광고를 없애고 문화·다큐 전문채널로 운영하는 방안 △13개나 되는 국·공영 채널을 통폐합”등을 제시했다.

    동아 “미디어포커스 공정성 논란과 신뢰의 추락”

    동아는 개편해야 할 프로그램 이름까지 제시했다. 동아 8면 기사<‘KBS 이병순호’ 갈등넘어 통합 이룰까>에서 “KBS의 공영성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앞두고 있다”며 “정 전 사장 시절 ‘탄핵방송’ ‘미디어 포커스’ 등으로 인한 공정성 논란과 신뢰의 추락을 하루빨리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동아 8월26일자 8면.
     

    사설 <‘이병순 KBS’ 공영방송 정상화로 거듭나라>에서도 “신임 사장은 우선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이병순 KBS’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정 보도를 통해 ‘좌파 선동방송’ ‘권력의 시녀 방송’이라는 부끄러운 꼬리표를 떼어내야 할 것이다”며 “최근까지만 해도 반(反)정부 시위로 변질된 촛불집회를 저녁뉴스 시간에 중계방송 하듯 틀어대면서 불법 시위대의 목소리만 전달할 뿐, 폭력시위에 따른 경찰과 인근 주민의 피해는 묵살하다시피 했다. 미디어 포커스는 편파적 시각에서 주류(主流) 신문을 흠집 내기에 바빴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중앙 “KBS 사원행동, 세력화한 이익집단”

    중앙은 KBS 사원행동을 ‘세력화한 이익집단’이라고 지적했다. 사설<KBS 주인은 노조나 사원이 아니라 국민>에서 “그동안 사내에서 세력화한 이익집단의 발호를 막는 것이 시급하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란 단체는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폭력을 동원해 이사회의 새 사장 선임절차를 방해해 왔다”고 논평했다.

       
      ▲ 중앙 8월26일자 30면 사설.
     

    중앙도 ‘공영방송’의 책무를 강조한 뒤 “과거의 KBS는 이념적으로 치우친 편파·왜곡 방송으로 국민의 비판을 받아 왔다. 노무현 정권 시절의 일방적인 탄핵 방송, 새 정부 들어 미국산 쇠고기 파동 방송이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중동의 ‘희망사항’이 신임 사장 임기 내에 처리될지 의문을 제기한 보도도 나왔다. 국민일보는 5면 기사<‘방송 장악’ 비판 무마할 안전카드?>에서 “신임 사장의 임기가 길지 않고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국가기간방송법이 통과될 경우 더 짧아질 가능성도 있어 이 같은 현안을 얼마나 처리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순 내정자, 정치색 정말 없나?

    이날 대다수 신문이 이병순 내정자를 정치색이 거의 없는 ‘KBS’맨이라고 평가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조선은 8면 기사<소신·원칙 뚜렷… "융통성 없다" 평도>에서 “1977년 입사 후 KBS와 KBS 관계 회사에서만 31년간 근무한 전형적인 ‘KBS맨’”이라고 밝혔다. 중앙도 6면 기사<정치색 없고 경영 능력 갖춘 ‘KBS맨’>에서 “정치적으로 무색무취한 데다, 그간 지방총국·자회사 사장 등으로 일하며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발휘”했다고 지적했다. 동아는 8면 <기자출신 ‘32년 KBS맨’ 자회사 2곳 사장 지내>, 국민은 5면 기사<정통 ‘KBS맨’ 소신·원칙 뚜렷>, 한국은 10면 기사<30여년 근속 KBS맨… 경제부서 주로 근무>를 보도했다.

    그러나 세계일보 기사를 보면 정치색이 과연 없는지 의문이 든다. 세계는 6면 기사<기자출신…KBS서 잔뼈 굵어>에서 “경남 거창 출신인 이 사장은 경북고를 나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동기이며, 기자 시절 김인규 전 이사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상대적으로 정치색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은 이번 선임 과정에서 △감사원, 국세청 등의 동원 △청와대 대책회의 파문 △‘숨바꼭질 이사회’, ‘거수기 이사회’ 등의 문제를 주요하게 보도했다.

    한겨레 “거수기 이사회의 허망한 쇼”

    한겨레는 4면 기사<3시간 만에 4명 면접·후보 선출…“원천 무효” 반발>에서 “청와대 개입 의혹은 비단 ‘대책회의’만이 아니다. ‘대책회의’ 이전부터 주요 언론들이 ‘청와대 관계자’ 또는 ‘여권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3명 압축설, 유력 후보설 등을 보도했다”며 “이사회가 새 사장 선임을 일사천리로 진행한 것도 ‘청와대 개입설’의 설득력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8월26일자 4면.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위 기사에서 “한국방송 사장은 이사회가 단수추천하는 것인데, 청와대 낙점 구조임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한국방송> 새 사장 선임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이사회가 새 사장 임명 제청을 강행함에 따라, 이번 이사회 결정의 효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거세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겨레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주장에 대해 ‘헛된 포장’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사설 <‘거수기’ 이사회의 허망한 쇼>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방송을 장악하는 데 이사회가 힘을 보탰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마당에선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은 헛된 포장일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스스로 이런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비판과 충고를 무시하고 사장 임명을 강행한다면 방송을 장악해 권력의 도구로 삼으려 했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다수 아침신문이 1면에 ‘이병순씨 임명 제청’ 등으로 제목을 뽑은 것과 달리 경향신문은 <청 개입 파문 불구 심사 강행>으로 제목을 선정했다.

    경향 “KBS 인사, 방통위 검찰 국세청 감사원 조직적 동원”

    경향은 이번 선임에 대해 3면 기사<파행 이사회… ‘靑 각본대로’ 무리한 낙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KBS 장악 시나리오’가 25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경향은 사설 <초법·파행적 KBS 사장 인사는 원천무효다>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와 검찰, 국세청, 감사원 등이 조직적으로 동원됐다. KBS 이사회가 독립성을 상실한 거수기에 불과하며 이런 이사회가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 제청한 행위는 원천 무효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이 이번 선임이 신속하게 진행된 배경도 분석하며 “대책회의’ 파문에도 불구, 이사회가 후보 임명 제청을 밀어붙인 것은 방송법상 사장 유고시 1개월 내에 새로운 사장을 제청해야 한다는 규정에 쫓긴 데다 더 이상 사원들과 야당의 반발에 밀려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 출범 6개월을 맞아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돈다. 다음 달 13일 KBS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인 이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도 고려됐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경향과 한겨레는 이병순 내정자에 대해서도 ‘친여성향’, ‘보수성향’을 지적하며 대다수 신문에 보도되지 않은 이력을 전했다.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경북고 동기로 스스로 ‘정통 티케이’를 자처하는 친여 성향의 인물이다. 낙하산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특보 출신 김인규씨와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공채 1기인 김인규씨가 뉴미디어본부장을 지낼 때 그 밑에서 국장으로 일했다. 케이비스 안에서는 그가 사장에 취임하면 경비 절감을 통한 수지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경우 시청률이 높지 않아 광고 수입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축소 및 관련 인력의 구조조정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한겨레 3면 기사<정통 티케이’ 자처 친여성향>).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핵심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점도 인선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독일 병정’이란 별명처럼 지나치게 완벽주의를 고집하는 스타일이어서 부하 직원들과 잦은 마찰을 야기해와 조직 인화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사내에서 나온다.”(경향 3면 기사<이병순 후보, 77년 KBS 입사… 보수 성향>)

    정부와 KBS 양비론 펼친 한국일보

    아침신문이 이번 선임에 대해 상반된 관점을 보인 가운데 한국일보는 양쪽 입장을 함께 보도했다. 한국은 10면 <정치색 약한 제3의 인물 ‘예견된 선택’>에서 “무엇보다 정치권과 일정거리를 유지해온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색이 약한 KBS출신으로 사내 안팎의 반대여론을 무마시키려 한 이사회의 예정된 선택”이라며 “그러나 이 사장 후보자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KBS이사회의 정 전 사장 해임권유와 후임사장 임명제청과정서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혹의 눈길이 사그라지지 않은 만큼 낙하산 논란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은 사설에선 양비론을 펼쳤다. 사설<KBS 사장 후보 임명 제청은 끝났지만>에서 “상황을 이렇게 만든 것은 정부다.…이른바 정부의 ‘대책회의’가 사그러들던 불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모임의 내용을 떠나 민감한 시기에 대통령 비서실장, 청와대 대변인,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만나 사장 인선에 관해 얘기를 나눈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고 정부를 비판한 뒤 “KBS 구성원들도 달라져야 한다. 사사건건 부정하고 거부하면서 어디로 가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이번 KBS 논란에 대해 ‘그만 정리하자’는 입장이다. 사설<KBS 사장 제청, 새 갈등 불씨 안돼야>에서 “이날 임명제청된 인사는 KBS출신이면서 방송전문성을 갖고 있으므로, 사장으로 임명되면 하루빨리 KBS를 안정시켜 본령을 되찾도록 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며 “KBS가 야기한 오랜 혼란에 국민은 모두 지쳐 있다. 이번 임명제청이 KBS내부의 갈등을 정리정돈하고, 국민의 방송으로 역할을 다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아침신문은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25일 한․중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양국 외교부 고위급 전략대화(서울1면) △중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한국 참여 요청(경향 1면)△한중 군사 교류 대폭 확대(국민1면) △FTA 검토(세계1면) △탈북자 강제 북송 금지 요구(중앙 1면) 등을 논의한 점도 주요하게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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