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민영화? 운하에 물대려고?
        2008년 08월 25일 05:40 오후

    Print Friendly

    그가 말했다. ‘수도, 전기, 가스, 의보’ 4대 공공부문은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두 달 만에 그는 스스로의 말을 뒤집었다. 붕어인가? 아니면 단기기억상실증인가? 기억을 못한다고 굳이 몸에 문신을 새길 필요는 없다. 인터넷 검색해보시라. 당신이 촛불이 활활 타오르던 몇 달 전에 무어라 말했는지를.

    정부는 24일 ‘상하수도 서비스 개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을 9월 중 입법 예고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수돗물의 질 제고와 물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법의 제정을 미룰 수 없다”면서 12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기존에 정부가 추진하던 ‘물산업 지원법’에서 이름만 바뀌었다.

    거침없이 진군하는 불도저

       
     

    더불어 환경부는 금년도 수도보급 100주년을 기념하여 향후 발전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8월25일 정부 과천청사 대강당에서 <먹는물 정책 선진화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으로도 상하수도 관련 단체들과의 토론회 등이 연이어 예정되어 있다.

    토론회나 공청회를 통해 ‘의견수렴’도 하기 전에 입법예고하겠다는 선언을 해버리는 오만함은 어디서 배운 것인가.

    올림픽에서 선전도 하고, 촛불의 숫자도 좀 줄고, 지지율도 회복하는 것 같으니 두려울 게 없는가보다. 하고 싶었지만 여론의 등살에 못이겨 발을 빼던(혹은 빼는 척했던) 구상들을 하나씩 하나씩 강행하고 있다.

    언론장악마저 성공했으니 이 용량 모자라는 불도저 앞엔 더욱 거칠 것이 없겠다. 공기업 민영화를 ‘공기업 선진화’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단어만 바꾸더니 이제는 ‘수도사업 민영화’가 아닌 ‘민간위탁’이라는 말로 ‘잔머리’를 굴리고 있다.

    ‘상하수도 개선법’은 명백한 민영화 법안

    당초 정부가 말했던 ‘물산업지원법’의 문제점을 이 법안은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이 법안의 정신은 ‘공공재’로 인식했던 ‘물’을 ‘경제재(혹은 가치재)’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 말 그대로 물을 ‘사고파는’대상으로 인식하며, ‘산업’으로 인지하고 이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차라리 숨쉬는 공기에도 세금을 매기라.

    인간이 살아가는데 ‘물’은 필수적이다. 없으면 죽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걸 장사치의 셈으로 취급하면 ‘욕’먹는다. 물론 정부는 향후 물산업은 ‘블루골드’이며, 물부족으로 인한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이며, 먹는물 시장과 정수기 시장의 성장세를 보건데 우리나라 역시 외국처럼 전문적인 ‘물기업’을 키워나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맞다. 석유전쟁 대신 물전쟁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공급받는 일은 점점 더 중요한 지구적 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왜 그 대답이 ‘민영화’인가? 먹는물 시장과 정수기 시장이 성장했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은 정수기 물로 샤워하는가? 사다먹는 생수물로 머리감는가?

    상수도를 민간이 운영한다고 세계적 물기업이 쉽게 나오는가?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을 바탕으로? 그리고 세계적 물기업이 나온다고 쳐도, 그 기업 하나 키우자고 전국민이 민영화의 모든 부작용을 감당해야 하는 이유는 또 뭔가. 이미 비닐하우스촌이나 쪽방과 같은 비정상적 주거형태를 가진 도시 빈곤층에게 상수도는 사치인 것이 현실이다.

    이미 해외에서 실패한 ‘물 민영화’

    아마도 기업이 수도를 관리하게 된다면 ‘요금 현실화’를 말할 것이 분명하다. 원가대비 요금비율인 요금 현실화율은 수도권이 아닌 지역으로 갈수록 저조하다. 현실화율이 가장 낮은 경북 청송의 경우 현실화율이 23.5%(2006년 상수도 통계)인데 이를 100%에 가깝게 하려면 얼마를 올려야 하는가.

    바보 같은 정부정책으로 97년부터 건설된 광역상수도 때문에 정수장 가동률은 50%대 초반이다. 중복투자 때문에 절반도 안되는 가동률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걸 개편하고 조정할 생각을 하지는 못할망정 민간기업에게 떠넘기다니.

       
      ▲ 사진=녹색연합
     

    굳이, 미국에서 유수율 저하를 위해 수압을 낮추는 바람에 소방관들이 화재진압을 못했다는 일화까지 소개해야 하나? 아틀랜타시는 2003년 1월, 1998년 맺었던 물 민영화 계약을 폐기했다. 계약 후 기업은 추가투자를 위해 800억 원을 요구했다. 상하수도 구조개선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700명의 종업원을 300명으로 줄였는데도 비용 절감은 되지 않았다. 게다가 하수처리 비용은 매년 12%씩 올라갔다. 이래도 괴담인가?

    선진국은 민영화해서 잘 된 사례가 많다고? 네덜란드가 인간이 마시는 물은 국가나 국영기업이 운영해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킨 게 2003년과 2004년이다. 프랑스는 민영화된 도시의 수도값이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30%가 비싸졌다. 영국은 민영화 4년 동안 50% 이상 물값이 올랐다. 5년간 단수 가정이 3배로 증가했다. 한때 450%까지 물값이 치솟은 적이 있다. 도대체 어느 나라의 사례를 본 것인가?

    아, 물론 기업이 운영하게 되면 분명 정부의 말대로 ‘효율적’이긴 할 것이다. 기업은 수익이 없는 곳에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윤을 발생하기 위한 원가절감과 해고 등을 통해 분명 ‘효율적’으로 이윤을 발생하긴 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물서비스에 대해서 만큼은 ‘효율’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바꿔야 한다. ‘안전한 물을 안정적으로 충분히 모든 사람들에게 공급’하는 것으로. 당연하지 않은가? 돈없으면 물도 맘대로 못먹는 세상이 이명박정부가 오매불망 목놓아 외치는 ‘국민성공시대’인가.

    말 따로 정책 따로

    지난 2008년 4월 25일 행정안전부에서는 지방 공기업 개선명령을 내렸다. 9곳 중에 3곳이 상수도 공기업이다. 포항, 경주, 통영. 개선 명령은 모두 상수도 사업의 전문 기관 위탁을 실시할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1년 이내에 상수도 전문 기관 민간위탁을 실시할 것과 포항, 경주 등 인근 지역의 광역화를 감안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발맞추어 포항시 상수도 사업소는 행정안전부의 개선 명령에 따라 6월 2일 지방 공기업 경영개선 명령에 따른 세부이행계획을 작성했다. 물론 1년 내에 전문기관에 민간위탁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포항과 경주, 영천, 영덕, 울진을 포함하는 경북포항권을 광역화해서 민간위탁을 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이 경북 포항권은 환경부가 제시한 광역상수도 민간위탁 시범지역이다.

    다시 정리하면 4월에 행정안전부가 지방공기업 경영개선 명령을 통해 포항과 경주의 민간위탁을 명령했고, 5월에는 행정안전부에서 지방상수도 전문기관 통합관리계획으로 민간위탁을 명시화했다. 이에 6월에는 지자체의 실행계획에서 민간위탁 세부 계획을 세웠다.

    수도는 민영화 하지 않겠다더니 공기업 개선 명령을 내리고, 지자체는 이에 대한 이행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지방 공기업법 제75조에 따라 경영 개선 명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이행해야 하며, 이후 인사상의 불이익, 재정지원 불이익 등이 따른다)

    분명히 그는 공공부문인 물에 대해서 ‘민영화’는 안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혹시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를 포기하지 않은 게 아닐까. 경부 대운하가 건설되면 취수장과 관로의 개선은 불가피하다. 당연히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운하를 파게 되면 먹는 물 공급에 대한 새로운 취수장과 관로를 고민해야 한다. 왜 하필이면 경북포항권일까. ‘국민이 원한다면’ 대운하를 포기하겠다는 말 역시 뒤집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그의 말대로 ‘몰라서 그런 것’도, ‘오해’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꺼진 불도 다시보자. 그는 ‘이명박’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