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궁암 검진은 왜 정기-의무화됐나?
        2008년 08월 25일 11: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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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은 시체들의 이곳저곳을 잘라 붙여 만든 괴물. 메리 셸리의 소설 속 등장인물인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이 아닌 괴물을 만든 과학자의 이름일 뿐이지만, 프랑켄슈타인은 괴물로 우리에게 더 익숙하다.

    장기이식과 프랑켄슈타인

    버스터미널과 기차역.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중화장실에는 신장, 간, 각막에 이르기까지 각종 장기를 사고판다는 광고 스티커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돈만 있고, 마음만 먹으면 프랑켄슈타인처럼 ‘새로운 조합의 몸’으로 얼마든지 재생산될 수 있다.

    키 크는 약, 젊어지는 약, 수줍음 치료제, 대머리 치료제, 주름방지제, 다이어트 약, 싱싱한 정자와 난자. 이 모든 것들이 보다 젊게, 멋있게, 오랫동안 행복할 수 있는 ‘몸‘으로 바꿔준다고 유혹한다. 생명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가능하게 만들어준 우리의 일상이다.

    ‘생명과학기술이 윤리적으로 올바른가?’ 『프랑켄슈타인의 일상』(도서출판 밈. 백영경 박연경 공저 및 엮음. 15000원)은 생명과학기술이 윤리적으로 정당한가를 따지기 이전에 생명윤리에 관한 접근방식을 바꾸어보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생명윤리 붕괴의 상징인 된 대리모 문제를 예로 설명한다. 현재 ‘불임’은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며 대리모를 가능케 하는 재생산기술은 ‘해결책’이라는 문제설정 방식에 대해, 정작 문제 삼아야 할 것은 남들 다 가지는 아이가 없으면 온전한 삶이 아니라는 식의 기존 규범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또 “기증이든 매매든 간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자신의 신체 일부를 내놓기로 결심하게 되는지 일상적 수준에서 살펴봐야 한다”면서 매매만큼이나 기증에서도 권력관계가 존재함을 지적한다.

    "당신의 배아가 페트리접시에서 자라는 동안 당신은 달빛에 빛나는 타지마할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호르몬치료를 받는 동안 별 다섯 개짜리 호텔에 머물 수도 있습니다."

    대리모의 수요와 공급

    N.B. 사로지니의 글 ‘의료관광’에서는 ‘제3세계 수준의 가격으로 제1세계 수준의 치료’를 내세우는 인도의 불임클리닉을 중심으로 대리모의 수요에 부응한 ‘공급’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여성들은 검진을 받는 것은 미덕이며 그런 미덕에 따르는 것에 저항하면 죽음과 용모손상이라는 처벌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중략) 우리로 하여금 공포를 대면하게 함으로써 검진이 하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태프리샤 카우퍼트의 글 ‘감시테크놀로지로서의 정기검진’은 유방암과 자궁암 검진이 어떻게 의무적, 정기적 관행으로 자리잡았는지 살핀다. 아울러 정기검진의 역사를 방역/격리의 논리 및 감시체제와 연결시키면서 과연 정기암검진이 여성들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다시 질문한다.

    이 책은 ‘황우석 사태’에 대한 접근 또한 달리하고 있다. 실험용 난자를 제공하고 후유증을 앓고 있는 여성들의 고통을 통해, 난자나 장기들의 취득과 사용만 문제시할 뿐, 그것을 제공한 ‘사람들’이 잊혀지는 현실과 제도의 한계를 지적한다.

    결혼해서 몇 년 안에 아이가 없을 때, 평균보다 몸의 생김새가 조금 다를 때, 이미 질병에 걸린 경우 뿐 아니라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간주되었을 때, 장기나 난자를 팔거나 대리모를 하는 것이 아니면 달리 목돈을 구할 방법이 없을 때 .

    생명윤리 문제는 이미 특정한 사건이 터질 때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일상』은 이 모든 상황들이 이미 일상 속에서 우리가 매순간 도덕적으로 판단해야 되는 문제들이며, 바이오테크놀로지를 우리의 일상과 자유에 관한 질문으로 다시 읽어내야 한다고 책의 곳곳에서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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