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가 자주 만나게 해줄 것"
        2008년 08월 21일 01: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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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전 11시, 진보신당은 손님맞이 준비에 분주했다. 강기갑 대표를 비롯한 민주노동당 당 최고위원들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진보신당 당사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 때문에 기자들의 발길이 뜸했던 진보신당에도 모처럼 많은 기자들이 모이기도 했다.

       
      ▲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지도부가 마주앉아 환담을 나누고 있다.(사진=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역시 이번 방문에 강 대표와 오병윤 사무총장, 이수호, 최순영, 박승흡 최고위원이 함께 방문하는 등 지금까지 다른 정당 방문 가운데 방문단 규모를 가장 컸다. 이들이 당사로 들어오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 공동대표 등 당직자들이 반갑게 맞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양 측은 서로 반갑게 인사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노회찬, 심상정 두 상임공동대표와 강기갑 대표는 서로 손을 맞잡으며 잠시 사진찍는 시간을 가진 뒤 양측이 마주 앉아 대화가 시작되었다. 강 대표는 “책상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다”며 책상을 앞으로 당겨 앉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심 대표는 “누추한 사무실에 찾아주어서 감사하다”며 “당선된 후 개별적으로 인사는 드렸지만 다시 한 번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강 대표는 “제일 먼저 찾아왔어야 할 곳인데 등잔 밑이 어둡다고 이제야 왔다”고 말했고 노 대표가 “아스팔트에선 그동안 많이 봤는데 사무실은 처음인 것 같다”고 화답했다. 

    뼈있는 말들이 없지 않았지만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자리였다. 첫 대화부터 강 대표는 “언론에서 두 당이 언제 합치냐는 질문을 들을 때가 가장 대답하기가 힘들다”고 뼈있는 말을 던졌지만 노 대표는 “대답이 명쾌하면 다신 질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뒤 이어 양 측의 상황들을 묻는 가벼운 질문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진보신당사에 처음 온 강 대표는 “사무실이 몇 평인가? 방은 또 있는가”라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고 심 대표도 “당 구성은 마무리 되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강 대표는 “노, 심 대표가 나가면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빼가 쉽지 않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노심이 사람 너무 빼가" 농담도

    이어진 주제는 국회와 관련된 문제, 노 대표가 “개원 협상은 다 끝났는가?”라고 묻자 강 대표는 “상임위까지 모두 마무리되었다”고 답했다. 강 대표는 이어 “민주노동당도 상임위 구성은 마무리 되었는데 이정희 의원이 재경위로 지원했으나 조율이 잘 안돼 정무위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승흡 대변인은 여기에 “이 의원이 재경위를 못간 것은 모두 심 대표 때문”이라며 “심 대표가 재경위 활동을 너무 잘해놔서 타 당 사람들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덧붙여 다시 웃음이 터지기도 했고 이수호 최고위원은 “이렇게 만나니 두 분이 국회의원이 당선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고 서운해 하기도 했다.

    이어 최순영 최고위원이 “이렇게 나와 계시니 어떤가?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가 처음 만났다”라고 묻자 노 대표가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며 “백수가 과로사 하겠다 그러더라”고 말해 다시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양 측간의 대화는 돌고 돌아 다시 두 당의 협력과 통합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수호 최고위원은 “같이 싸울 일이 자주 생기고 있다”며 “아스팔트에서 만날 때마다 반갑고 앞으로도 같이 싸워가야 할 것 같다”고 운을 띄웠고, 노 대표가 이에 “지붕없는 곳에서는 만남이 부담없다”며 “장내외를 넘나들며 가는 상상 이상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헤어진 아픔에 걸맞는 성찰 있어야"

    이어 심 대표는 “촛불 정국을 거치면서 촛불 민심을 받아 안을 수 있는 힘 있는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한 국민적 요구에 민주노동당, 진보신당도 부담과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헤어지면서 많이 아프고 지금도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아픔에 걸 맞는 성찰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에 선거와 촛불정국 지나오면서 아픔에 대해 성찰하거나 (민노당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는데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성찰의 한 축에서 폭넓은 정치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표도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이 있는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관계도 이 말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강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좀 더 일찍 들어와 이런 상황을 만들었으면 분당을 안 했을 것 같다”며 “지금은 네집, 내집 따질 때가 아니라 큰 집을 하나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안 문제에 대해서 깊은 연대와 활동을 통해서 큰 연대를 이루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라며 “진보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해서는 연대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이에 대해 “헤어질 때는 헤어질 상황이 있었고 만나야 할 상황이 되면 만날 것”이라며 “제대로 만나려면 진보정치가 국민들과 거리를 좁히기 위한 필사적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로 악수한다고 합쳐지는 게 아니라 (진보세력이)거듭나야 한다”고 말해 강조하는 대목의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기도 했다. 

    노 대표는 “국민들도 현재 진보정당을 어떻게 왜 키울 것인가 새롭게 고민하는 시기”라며 “이 기간 동안 서로가 아픔이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 아픔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 것인가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심 대표는 “진보신당이 외부 시각에선 민주노동당에서 분당한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옛 탈당 당원은 40%정도이고 나머지 60%는 신입 당원들”이라며 “짧은 기간이지만 진보신당은 새로운 변화와 뜻에 따라 많이 바뀌었고 현재는 신입 당원 60%의 뜻을 진보신당 발전에 어떻게 밑거름으로 쓸 것인가 하는 고민과 사색의 시간이 집중적으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상처주는 일 피해야"

    이에 최순영 최고위원은 “갈라진 아픔이 하루 아침에 치유될 수 없고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라며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을 함께 하면서 갈라진 동안에는 서로 상처를 주지말자”고 당부했고 강 대표도 “경쟁보단 상생으로 언젠가 큰 집을 지어 세상을 바꾸자”고 말했다.

    연대와 통합 수준에 대한 입장차를 확인한 양 측이지만 “자주 만나자”는 말에는 이견이 없었다. 강 대표는 “오늘 오면서 밥이라도 같이 먹으면서 할 줄 알았더니 그게 안 되었다”며 “정기 식사모임이라도, 1주일에 1번이라도 대표들끼리 만나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갖자”고 말했다.

    심 대표는 이에 “밥배 따로 술배 따로라고 오밤중에라도 만날 수 있도록 하자”고 화답했다. 노 대표도 “이명박 정부가 계속 만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측의 이날 40여분 간 대화했으며 진보신당 공동대표단은 민주노동당 최고위원들을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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