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사회공공성운동 이대론 안된다
    2008년 08월 19일 03:47 오후

Print Friendly

노동운동의 핵심 의제로 제기되고 있는 사회공공성 운동의 성과가 기대에 “턱없이 못미친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이 같은 평가의 근거로 시민사회로부터 고립된 노동조합, 창의력이 사라지고 관성화된 조합주의 활동이 주요하게 지적됐다.

고립되고 관성화된 노조

   
  ▲ 오건호 사회공공성연구소 연구실장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20일,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이 재정을 출연하고 독립적인 재단법인으로 출범하는 이 연구소 설립기념 토론회에서 발표될 발제문을 통해 이같이 평가했다.

오 실장은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다른 사회조직에 비해 더 긍정적으로 평가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경제적으로는 시새움의 대상이 된 정도”라고 “기대의 역설 탓인지 그래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노조의 사회공공성 운동을 촉발시켰던 발전, 철도, 가스 등 기간상법 분야 노동자들의 활동과, “노동자와 학생들에게 당당함과 자랑스러움의 상징이었던, 사실상 공공성 의제를 처음 제기한 전교조에 대한 비판 여론, 서민들의 대변자가 되지 못하는 금융노동자를 언급하면 노조운동의 ‘겸허한 자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사업과 작년 사업이 항상 같은, 창의력이 사라진 조합주의 활동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오 실장은 과거 노동운동이 민주노조 건설을 시작하며 산별노조 건설, 진보정당 창당 등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 비전을 ‘등대’로 삼았으나, 최근 산별운동이 정체되고, 진보정당 활동이 형식화됨에 따라 오히려 노조 활동이 작업장 내에 한정되는 조합주의적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합주의적 경향 드러내

오 실장은 또 그나마 노조가 벌이고 있는 사회공공성 운동의 내용에 대해서도 “실질적 재정방안 없이 사회공공성 요구를 외치는 관성적 활동이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을 반대하며 외치는 ‘주거복지 실현’이라는 노조의 주장에 집 없는 서민들이 얼마나 수긍할까에 대해 회의적 질문을 던지며, 노조가 ‘공공성 논리’를 자신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차용’한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노동운동의 사회공공성 운동에 대해 이처럼 비판적으로 검토한 후 이 운동의 도약을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그는 “노동운동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이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라면, 이명박 정부 시기에 예상되는 시장만능주의와 사회공공선의 전선을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노동운동의 위기는 더 깊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당장 눈앞에 닥친 공기업 선진화에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5년 내내 지속될 시장만능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적 사업, 즉 노동조합의 사회적 신뢰를 세우고, 사회공공성 운동의 토대를 강화하는 사업기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선 노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신뢰로 전환시키기 위해 “사회공공적 서비스를 직접 생산하는 공공서비스 부문 노동조합의 자기 혁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대대적인 공기업 선진화를 정권 초기에 배치하는 것은 공기업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공기업 개혁의 화두를 신자유주의 권력이 독점하도록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노동조합이 나서서 ‘공기업의 사회공공성 훼손 사례’ 백서를 마련하고, 이를 국민에게 밝혀야 하며, 그 내용 중에는 정부와 경영진 비판뿐 아니라 노조 자신에 대한 것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지난해 열린 공공부문 구조조정 대응전략 토론회에서 오건호 연구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공노조)

노동자들, 생산물에서 사회공공적 성격 발견해야

그는 이어 노동자들이 만드는 생산물에서 ‘사회공공적 성격의 고리’를 발견하고 이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내가 생산하는 도시가스, 전기, 물, 항공서비스, 토지개발 등이 어떻게 하면 보다 서민친화적일 수 있는지를 고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료 자재의 구입, 서비스 제공 인프라, 공급 가격 등에서 서민에 더 많은 수혜가 가는 방안을 모색하고 공론화해야” 하며 “여기에는 내부 관료성을 없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방안도 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명박 정부의 사유화 대상에 포함된 기업은행의 경우 평소에 노조가 은행의 공공적 역할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막상 사유화가 추진되자 비로소 기업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려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꼬집는다.

그는 특히 공공서비스 부문에 속하지 않는 금속, 민간서비스 등 노조도 자신의 생산물이 지닌 사회공공적 가치를 발견하는 일에 나설 수 있다며, 자동차 관련 이슈에서 노조가 환경공공성, 조세공공성을 의제로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화물연대 노조가 물류체계 혁신을 주장하는 것처럼, 정유산업 노조가 유가 체계의 투명성을 주장해야 하고, 식품산업 노조는 특히 쇠고기 정세를 감안해 ‘먹거리 안정성’ 의제 개발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제기했다.

그는 이어 사회공공성의 추상성을 극복하는 구체적 모델 구축이 시급하며, 사회공공성 운동은 반대에 머물지 않는 대안적 운동이어야 하고, 노조의 사회공공성 운동에 빠져있는 공공재정 확보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오 실장은 요구와 함께 ‘참여적’ 사회공공성 운동도 활성화돼야 하며, 시장기업회계를 넘는 사회공공회계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는 점도 아울러 제안했다.

사회공공성 운동은 노조의 ‘사회적 인정투쟁’

오건호 실장은 노동운동이 자신에게 주어진 기대에도 불구하고 정체성 자체를 질문당하는 처지에 몰려있는 지금 사회공공성 운동은 노조의 존재 의의를 확고히 하는 ‘사회적 인정투쟁’이라는 점과 노동운동의 ‘중장기적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특별히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20일 오후 3시부터 공공서비스노조 대회의실에서 <‘자본의 신자유주의, 노동의 사회공공성’-시장만능주의 시대, 사회공공성 운동의 길을 묻는다>는 제목으로 진행될 토론회에서는 ‘사회화 vs 사회공공성’ 개념을 놓고 오건호 실장과 한신대 김성구 교수가 뜨거운 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사회공공연구소는 전국공공서비스 노동조합이 재정을 출연하여, 독립재단법인 형태로 설립됐으며, 앞으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대항하여 사회공공성 의제를 공론화하고, 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사회공공적 가치를 방어하고 강화하는 정책을 개발하여 한국사회와 노동운동의 진보적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자기 목적으로 삼고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