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무너지면, MBC 무너진다"
        2008년 08월 19일 10: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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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본부장 박성제)가 18일 밤 8시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1층 ‘민주의 터’에서 조합원 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긴급 총회를 열고 "공영방송 사수 및 <PD수첩> 사수 총력 투쟁"을 결의했다. 이날 MBC 조합원들은 KBS 사원행동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공영방송 KBS 사수 투쟁’에도 총파업을 비롯한 연대 투쟁으로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 이치열 기자 truth710@
     

    MBC 본부 박성제 위원장은 이날 총회에서 "우리의 싸움은 단순히 <PD수첩> 사수, 공영방송 사수 투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 투쟁의 큰 줄기로 나아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PD수첩>수사, 몸으로 막아낼 것"

       
      ▲ 이치열 기자 truth710@
     

    MBC 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경영진의 <PD수첩> 사과방송 편법 강행에 대해 규탄하고, 검찰이 18일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최종 소환을 요구하며 강제구인과 압수수색 등을 예고한 데 대해 조합원이 총력을 다해 막아낼 것을 결의했다. MBC 노조는 이를 위해 조합원을 중심으로 사수대를 꾸리고 24시간 대열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또 경영진이 <PD수첩> 관련 법원의 정정반론보도 판결에 대해 ‘항소’ 하지 않을 경우 경영진 퇴진 투쟁에 나설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이들은 항소 시한인 오는 21일까지 경영진의 입장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MBC 노조는 특히 MBC에만 국한하지 않고 정부의 KBS 사장 교체 기도에 대한 KBS 사원들의 공영방송 사수 투쟁에 연대하기로 하고, KBS가 총파업을 벌일 경우 언론노조 등과 함께 총파업 연대투쟁에 나설 뜻도 밝혔다.

    "KBS 연대투쟁, MBC사영화 막는 싸움"

       
      ▲ 이치열 기자 truth710@

    박성제 위원장은 "정권의 의도가 MBC와 <PD수첩> 흠집내기에만 그치지 않고 양대 공영방송 장악에 있는 한 우리의 싸움도 <PD수첩>과 관련된 대응 수준에만 그쳐선 안된다"며 "KBS에 대한 연대 투쟁은 결국 언론장악과 MBC에 대한 민영화, 사영화를 막기 위한 싸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KBS 사장이 바뀌면 방송문화진흥원의 이사진도 정략적으로 바뀌게 될 수밖에 없고, 경영상황마저 정권이 원하는 대로 재편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KBS의 싸움이 중요하고, KBS가 함께 해 줄 것을 요청하면 연대 파업에도 나설 것"이라고 부연했다.

    "엄 사장 퇴진 주장은 유보"… 21일 항소 여부 기점

    이날 박 위원장은 ‘엄 사장 퇴진 운동’에 대해서는 당장은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엄 사장의 거취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지금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다만 오는 21일 항소 여부나 검찰의 강제수사 과정에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만약 또 다시 굴욕적인 타협 결정을 내린다면 방송장악 저지 투쟁의 대상은 분명 엄 사장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MBC 조합원 총회에는 KBS 사원행동 양승동 대표가 참석해 연대를 청하는 발언을 했다. 양 대표는 "현재 KBS 상황 등이 복잡하다. 노조가 있으나 사원들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해 지난 8월8일 사원행동이 생겼다. 노조가 현재 낙하산 사장문제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고 노조의 행동에 대해 뭐라 확답 드릴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원행동이 파업시 주요 동력이 될 것이란 점이다. 결정적 시기가 올 때, MBC 조합원들이 함께 일어나 줄 것으로 믿는다"고 호소했다.

    양 대표 "KBS가 무너지면 MBC가 무너진다"

    그는 특히 "KBS 가 무너지면 MBC가 무너진다는 점, 특히 권력에 비판적인 시사 프로그램들이 한 쪽에서 무너지면 다른 쪽도 무너진다는 점을 몸으로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며 "MBC가 의지를 보여주면 KBS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KBS가 들고일어나면 MBC가 또 일어날 것이다. KBS와 MBC가 똘똘 뭉치면 이 싸움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또 "MBC에 검찰의 강제 압수 수색 등이 진행된다면 KBS 사원들 수백 명이 행동을 같이 해 막아내겠다"고 말해 MBC 조합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연대사를 통해 "<PD수첩>과 MBC조합 동지들을 험난한 파고 속에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MBC 조합원을 위해 끝까지 같이 싸우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남부지법의 정정반론보도에 대한 항소 여부에 대해 MBC 경영진은 노조 쪽에 항소 기한인 오는 21일 오전 임원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자괴감과 분노… ‘사과방송’에 MBC 구성원들 큰 상처"

    이날 조합원 박찬종 기자(<시사매거진2580> 소속)는 "지난 12일 경영진이 <PD수첩>에 대한 사과 방송과 리포트를 내보낸 데 대해 MBC 구성원으로서 자괴감을 느꼈고, 다음 날 조중동 등의 보도를 보며 다시 큰 분노를 느꼈다"며 "경영진의 판단의 이유와 명분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구성원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겼는지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치열 기자 truth710@
     

    조합원 안유식씨는 "경영진이 방통심의위, 법원, 검찰 등 사안별로 각기 대응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심정적으로 동조를 보내 온 수많은 시민들은 사과방송이 나가고 나서 ‘MBC마저도’ 라고 실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조합원들이 다 같이 힘을 모아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과 함께 어떻게 싸워나가야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앞으로 긴 싸움을 끌어 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 깨고, 긴 싸움 준비하자"
    <PD수첩> 제작진 이춘근 PD

    이날 MBC 노조 총회에 <PD수첩> 광우병 편을 만든 이춘근 PD도 조합원 자격으로 발언에 나섰다. 이 PD는 "MBC와 PD수첩을 아껴주신 분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 하지만 죄송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 바로 MBC 사장과 경영진이다"라며 사과방송을 강행한 경영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MBC 이춘근 PD.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는 "지난 12일 엄 사장이 사과 방송 입장을 발표하는 확대간부회의 자리에서 (사과방송 결정이) ‘언론 자유 독립과 어떤 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거냐’는 한 간부의 질문조차 제지당했다고 한다. 간부조차 설득해 내지 못한 일방적인 사과 방식을 어떻게 그냥 인정하고 넘어갈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몇 가지 단순 오역과 기계적 공정성을 담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청자 사과라는 중징계를 내린 방통심의위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경영진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딜을 했는지 타협을 했는지, 아니면 스스로 결정했는지 모르겠으나 굴욕적인 사과 방송 결정을 내린 이들은 엄중한 이 시대의 공영방송 경영인으로서 자격이 없다"고도 했다.

    이 PD는 "(방통심의위 결정에 대한) 재심 청구할 경우를 대비해 2-3일 동안 밤을 새며 100여 쪽의 재심 문건을 만든" 사연도 털어놓았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설득할 수 있을까, 문구 하나까지 고민하면서 밤을 새워 준비한 문건은 제출해 볼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상태다.

    그는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PD수첩>처럼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을 때 그를 인간광우병 의심환자로 보도한 것은 ‘허위보도’에 해당된다"며, "오늘부터 일기 예보 없어져야 합니다. 증시 예측 보도, 스포츠 중계에서 누가 이길 것 같나 하는 예측 보도도 안 될 말입니다. ‘내일 비가 와야만 오늘 비가 왔습니다’라고 말하지 않는 한 우리는 보도를 할 수 없습니다"라고 법원 판결문의 오류를 꼬집었다.

    그는 "200개의 테입이 있고, 이를 한 시간짜리 프로로 만들기 위해, 시청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선택을 한다. 그것이 대학 1년 언론학 개론 시간에 배운 언론의 자유로 알고 있다"며 "조합원 누구에게라도 원본 테이프를 보이고 설명할 수 있으나 검찰에는 원본 테이프를 제출할 수 없다. 언론사에 치욕적인 오점을 남기는 일에 <PD수첩>이 앞장설 순 없다"고 검찰의 강제 수사 방침에 비판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PD는 "올 2월 결혼했는데 얼마 전 아내에게 펀드를 깨자고 말했다"며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검찰의 강제수사, 강제구인에 대해 양해를 구하며 언제 모자랄지 모를 생활비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도 긴 싸움에 대비해 생활비를 좀 마련해 두시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펀드도 다 팔았다, 끝까지 투쟁하자"는 구호를 조합원들과 함께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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