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곱 살 아들의 죽고 싶다는 고백
        2008년 08월 18일 02: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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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아이가 갑자기 시무룩한 얼굴로 엄마, 아빠한테 얘기했다.  “아빠 난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 윤영서(7세)군
     

    아내는 물론, 나도 놀랍고 슬프고 가슴 아팠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럴 땐 어떤 말을 해줘야 하나? 순간 멍해졌다. 우리 큰 아이는 이제 7살이다. 고작 7살 된 아이의 입에서 나온 얘기치고는 부모의 가슴을 너무 헤집어 팠다. 최대한 침착하게 그리고 편안한 얼굴로 아이와 얘기를 했다.

    “영서야! 힘들었겠다. 아빠랑 엄마는 그래도 니가 이렇게 얘기를 해줘서 고마운걸. 그런데 왜 그런 생각이 들까?”

    “친구들은 나만 미워하는 거 같아. 엄마, 아빠도 어린이집 선생님도 다른 애가 잘못해서 내가 싸우면 나한테만 야단쳐. 세상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난 차라리 안 태어나는 게 좋았을지도 몰라”

    “영서가 정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겠다. 엄마 아빠가 몰랐던 얘기를 해줘서 엄마 아빠는 오늘 정말 기분이 좋은데”

    그러자 아이는 갑자기 생각난 듯이 자신이 얼마나 핍박받는지 말을 쏟아냈다. 놀이치료 치료사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영서 엄마와 나는 차분히 듣고 아이의 생각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려 애썼다. 그러자 아이는 기분이 풀린 듯 다시 또 놀기 시작했다.

    난 필요 없는 사람, 동생만도 못한 사람

    아이는 지금 현재 2개월 째 모여자대학교 사회복지관에서 전문 치료사 선생님과 함께 1주일에 한번씩 놀이치료를 받고 있다. 지금 받고 있는 놀이치료 전에는 7개월간 집 근처 사회복지관에서 치료놀이를 했다. 큰 아이는 어렸을 때 아토피를 심하게 앓아서인지 유난히 예민했다. 그리고 영특했다.

    그런 아이가 동생이 생긴 이후에는 사회성도 부족해지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다. 친구들과 놀기보다는 혼자 놀기를 원했고 자기 근처에 누가 오기라도 하면 깨물거나 밀쳤다. 아이는 언제나 “난 혼자 노는 게 좋아.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으면 좋겠어”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영서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친구들과 재밌게 노는 것이었다. 친구들과 노는 방법을 모르는 영서는 놀이의 규칙을 어기거나 장난을 쳐서 놀이의 흥을 깼다. 자연히 영서 친구들은 영서를 회피하고 그럴수록 영서는 더욱 심한 장난으로 친구들에게 구애(?)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외면이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됐다.

    그래서 치료놀이를 시작했다. 치료놀이를 통해 영서 엄마와 아빠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다. 아이는 진정으로 ‘엄마, 아빠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이는 엄마, 아빠가 자신보다는 동생을 더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고 그런 감정은 아이의 자존감을 급속히 훼손했다. 영서는 난 필요 없는 사람, 동생만도 못한 사람, 태어날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 감정, 어른 기준으로 해석 안돼

    영서같이 자존감이 적은 아이는 스스로에게 막 대한다. 상처가 생겨도 울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왜곡한다. 슬프면 슬퍼야 하고 분하면 분해야 하는데 그저 참고 있다가 나중에 터트린다. 이렇게 감정을 나중에 폭발시키면 어른들은 갑자기 얘가 왜 이러나 하며 혼을 낸다. 그러면 아이는 또 상처를 받는다.

    치료사 선생님은 아이의 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아이가 슬프면 진정 슬픈 것이고 화나면 진짜 화난 것이다. 어른의 잣대로 이정도로 뭘, 에이 설마 하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했다. 그리고 엄마 아빠는 언제든지 아이의 얘기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를 보내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 그럼 영서 얘기를 들어볼까?”하는 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마, 아빠는 항상 영서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과자는 안돼!”가 아니라 “아빤 영서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토피에 안 좋은 과자를 사줄 수가 없어” 이렇게 말이다. 어렵다.

    어제 샤워를 하다가 아이의 귀에 들어간 물기를 빼기 위해 수건을 귓속에 넣었다. 아팠나 보다. 아이가 대뜸 짜증을 내며 왜 이렇게 아프게 하냐고 했다. 귓속에 있는 물기를 빼기 위해서 그랬노라고 아팠다면 다음부터는 살살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이가 이렇게 얘기해줬다. “아하. 아빠는 항상 나를 위한 생각이 머리에 가득하구나. 그걸 내가 몰랐다니까.”

    이렇게 하루하루 아이가 바뀌는 모습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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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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