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조롱 "마일리지 많이 챙겼냐"
    2008년 08월 16일 12: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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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동대문 두산타워 앞-색소가 묻은 사람

10시 30분 경 경찰은 50대 남성에게 집시법 위반으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뒤 연행했다. 증거는 몸에 묻어있는 파란색 색소, 다리 부근에 일부 묻어 있는 색소만으로 현행범이 될 수 있는지 경찰에게 물었다. 경찰이 두 차례에 거쳐 무분별하게 색소를 섞은 물대포를 쐈기 때문에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색소가 묻을 가능성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연행자에게 미란다 원칙 고지를 한 경위급 경찰은 이에 대해 “색소만 묻었기 때문에 잡은 것은 아니”라며 “우리가 쫒아갔을 때 도망갔기 때문에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연행자는 “경찰이 그렇게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데 피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라고 항의했다. 경찰은 이날 “기자 이외에 색소가 묻은 모든 사람을 잡아들여라”고 지시한 상태였다.

장면#2. 종로3가-색소가 묻지 않은 사람

11시경 종로 3가 인근에서 연행된 20대 남성의 몸 어디에도 색소가 묻어있지 않았다. 30여명의 시민들이 경찰을 피해 도로를 가로질러 뛰어왔는데 그쪽으로 또 경찰이 몰려들자 대부분의 시민들이 다시 반대편으로 도망갔지만 다 건너온 사람들 일부는 경찰에 의해 포위된 상태였다.

그 중 우비를 입고 있던 남성이 연행되었다. 몸에 색소가 묻어있는 흔적이 없고 촛불이나 피켓을 들고 있지 않았지만 집시법 위반이 고지되었다.

이에 대해 “특별한 시위 가담 증거가 없는데 집시법 적용이 가능한가? 무단횡단 같은 도로교통법 위반이 아닌가?”라고 묻자 한 지휘관은 “무리를 지어 무단횡단을 했기 때문에 집시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찰은 무리를 지어 빨간불에도 신호를 건넜다.

   
 ▲명동 신세계 백화점 앞에서 경찰이 파란색소를 섞은 물대포를 쏘고 있다.(사진=칼라뉴스)
 

경찰은 광복 63주년인 15일 100번째 촛불문화제를 원천봉쇄 전략으로 철저하게 막아냈다. ‘대치’라는 단어도 무색해질 정도였다. 일단 사람들이 도로로 나오면 곧 경찰들이 따라붙어 선무방송을 했고 색소를 탄 물대포를 발사하고 묻은 사람들을 속속 검거했다. 

1만여 시민 한국은행 앞에서 문화제

시민들도 만만치 않았다. 인도를 따라 걷다가 여러 갈래로 분산하여 모이는 즉시 바로 시위에 나섰다. 63년 전 환희의 물결로 가득 찼던 명동, 동대문, 종로 등 서울 곳곳은 시위대의 구호와 경찰의 군홧발소리로 채워졌다. 시민들을 따라잡지 못해 길을 잃고 헤매는 기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원래 7시 서울시청에 계획되어 있던 100번째 촛불문화제는 경찰의 시청 원천봉쇄로 명동 한국은행 앞에서 개최되었다. 경찰은 시청역 1번 출구를 제외한 전 출구를 틀어막고 시민들을 돌려보냈다. 시위에 참석하고자 시청으로 모여든 100여명의 시민들은 1번 출구 앞에서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보는 사람마다 시위대의 행방을 묻고 다녔다.

명동 촛불집회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통일대회에 참석한 시민들과 이들에 합류한 1만 여명의 시민들은 7시 40분 한국은행 앞 도로를 점거하고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주관으로 문화제를 개최했다.

   
 ▲문화제에 앞서 네티즌들이 탑골공원에서 ‘브이 포 벤데타’와 ‘유관순’열사로 분해 플래시몹을 펼치고 있다.(사진=칼라뉴스)
 

광우병 대책회의는 100회 촛불대행진 국민선언문을 통해 “100일 동안 밝힌 촛불은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의 새 역사를 만들었으며 국민이 반대하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가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분명히 보여주었다”며 “이는 국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투쟁이 시작됐다"

이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는 이명박을 심판하는 촛불은 계속될 것”이라며 “쇠고기 재협상과 불매운동 공영방송 장악을 촛불의 힘으로 분쇄하고 부자와 특권층을 위한 잘못된 정책에 맞서는 새로운 촛불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새로운 투쟁이 시작되었음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언론계 인사들도 발언권을 얻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정연주 사장의 해임은 불법이고 경찰은 노동자를 짓밟았다”며 “<MBC> 피디들까지 체포한다 위협하고 <YTN> 구본홍 사장은 노동자들에게 징계 협박을 하고 있다. 5년짜리 정권이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언론을 사유화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양승동 <KBS>사원행동 공동대표는 “이미 <YTN>에 낙하산 사장을 앉히고, <MBC>도 권력 앞에 무릎을 꿇게 하고 있다”며 “우리는 국정철학을 구현하는 개가 될 수 없다. 사원행동은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KBS>이사회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8시 10분경 행진을 시작하였으나 경찰은 즉시 이들에게 파란 색소가 섞인 물대포를 발사했다. 이어 한국은행 등 인도 쪽으로 시민들을 몰아붙이고 색소가 뭍은 시민들을 전원 연행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한 남성이 한국은행 앞 1m 높이의 좁은 화단 구멍으로 떨어져 심한 쇼크를 받기도 했다.

마구잡이 폭행과 연행

부상과정을 목격한 40대 서울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경찰이 인도를 넘어 한국은행 화단까지 올라와서 색소가 묻은 사람은 잡아가고 틈으로 떨어진 사람은 방패로 찍으며 때렸다”며 “게다가 이를 말리는 아저씨까지 곧장 잡아갔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앞 가두시위가 무산되자 시민들은 곧 종각으로 향했다. 하지만 종각도 이미 경찰에 의해 차단을 당했고 다시 종로 2가까지 나가 그 곳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경찰은 여기도 20여분 만에 물대포를 쏘며 진압했고 색소가 묻었거나 경찰의 진압에 항의하는 시민들은 바로 연행해 나갔다.

시위는 동대문에서도 이어졌다. 경찰은 동대문까지 살수차와 방송차를 선두로 달려갔다. 시민들은 인도로 빠르게 이동했고 몇몇 시민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경찰의 동선을 시위대에 전하는 역할을 했다. 30대 한 남성은 “퇴계로에 있는 시민들에게 경찰이 몰려온다며 동대문으로 가라고 알려줬다.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대문에 모인 시민들에게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10시 30분 경 해산을 선언했지만 경찰의 진압방식에 분개한 시민들은 무리를 지어 다시 거리로 나섰다. 경찰은 깃발을 들고 있거나 색소가 조금이라도 묻은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검거했고 시민들은 강하게 저항하며 맞섰다. 시민들은 “마일리지 얼마나 쌓였나?”, “광복절날 일본군 순사만도 못한 짓을 하고 있다”며 강한 분노감을 드러냈다.

   
 ▲한국은행 앞 화단에 떨어진 한 시민이 119에 의해 구조되고 있다.(사진=칼라뉴스)
 

서울 주민이라는 김 모(36)씨는 “광복절날 이 정부가 하는 짓을 보니 기가막힐 따름”이라며 “촛불이 조금 줄어들었다고 해서 막나가는 모양인데, 국민들은 다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젠가 권력의 자리에서 물러나면 국민적인 청문회를 받을테니 이명박과 그의 하수인들은 임기를 마칠 때 각오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며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시위에서 밤 12시까지 150명 가까운 시민들을 연행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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