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MB, 천박한 생애
        2008년 08월 14일 02: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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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한 사람들도 미국에서 공부하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던 사람들이다. 자녀들도 미국에서 공부시키고 있고.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먹을지 안 먹을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먹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부시에게 방한 반대 시위 정황을 전하며 폭소하는 이명박 대통령 (사진=YTN돌발영상 캡처)
     

    2007년 말 기준으로 미국에 유학하고 있는 한국 학생은 초등학생부터 박사까지, 언어 연수생과 직업 훈련생까지 모두 합쳐 103,394명이다. 같은 시점에 정규 교육과정의 국내 학생은 11,506,523명이다.

    부자 언론에서는 어지간한 사람 다 미국 유학가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대지만, 실상 미국 유학생은 전체 한국 학생의 채 1%가 안 된다. 그리고, 전 세대의 미국 유학 경험이 더욱 희박했음은 물을 필요도 없다.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자들이 그 자제들을 미국에 유학시키고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이 참이려면, 유학생 1명당 2명의 부모가 있는 가구를 가정하여, 수입 반대 시위자가 206,788명을 넘어서는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이 참이려면, 100차례의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연인원 수백만 명의 대부분은 투명인간이거나 사람 아닌 귀신이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시위자들을 표리부동한 사람들로 격하시키는 수단으로 ‘미국’을 썼다. 이 때의 미국은 이 정권이 구세주처럼 떠받들던 미국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은 갈래야 갈 수 없는 유한계급의 미국이고, 그래서 촛불시위자들은 졸지에 유한계급으로 격상된다.

    물론 이 대통령은 방한한 부시 앞에서는 이승만 시절처럼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는 교언영색을 마다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대통령 이명박은, 아메리카합중국 대통령 부시와의 공식 회담석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 국민의 다수가 우리 부시 대통령의 방문을 기대하고 있었고, 어제부터 많은 사람들이 환영하는 모임을 가졌습니다. … 뒤쪽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긴 있었습니다. 하하하. 그런데 숫자가 적었습니다. 하하하” – 8월 6일, 한미정상회담

    이명박 대통령은 남의 나라 대통령 앞에서 자국민을 능욕했다. “편안하게 모시지 못해 죄송하다 … 뼈저린 반성을 한다”며 고개 숙였던 며칠 후 ‘촛불’을 마음껏 비웃었다. 이것은 독재자의 모습이 아니다. 이것은 그때 그때의 상황에 표변하는 비겁한 한 사내의 모습이다. 이것은 제가 내뱉은 말 따위는 언제든지 까맣게 잊는 미성숙한 인격의 모습이다.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박하다 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천박한 한 인간을 목도하고 있다. 시위를 이끌던 학생회장에서 재벌 일족의 마름으로, 타국 대통령의 자원봉사 운전수에서 촛불에 머리 조아린 순종자로, 다시 애완견으로. 그 부박한 인생이 측은하다.

    노태우부터 노무현까지 한국의 대통령들은 국민으로부터 경원당했으나, 그보다 더 큰 원한을 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대통령 이명박은 마치 전두환처럼, 살아가는 하루하루 원수를 만들고 있다.

    KBS 사장 정연주야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지 모르지만, 100일 동안 촛불을 들고 밤을 새웠던 이들은 죽을 때까지 이 땅에 살 것이고, 대통령 이명박이 자신들을 어떻게 무시하고 짓밟고 비웃었는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애완견이라 칭한 <워싱턴포스트>는 절반쯤 틀렸다. 그가 부시에게는 개일지 모르지만, 한국 민중에게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개는 한 번 복종한 상대에게 다시 대들지 않는다. 주인을 물지도 않는다.

    비겁한 폭군이라고 모두 개는 아니다. 맥베드(MacBeth)는 왕을 암살하고 권좌를 차지하지만, 폭정에 저항하는 민중봉기에 봉착하고, 마침내는 자신이 살육한 여인의 아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맥베드의 잘린 머리는 새 왕에게 전리품으로 바쳐지고, 결국에는 버려져 개먹이가 됐다.

       
    ▲ 맥더프에게 목이 잘리는 맥베드. 영국 셰익스피어 극장의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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