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로워서 좋아요"
        2008년 08월 13일 05: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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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엔 교육을 얘기할 땐 하나같이 ‘전인교육’을 입에 올렸고, 듣는 사람도 예외없이 ‘암요 암요’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전인교육이 잘 이뤄졌냐 하면 물론 그건 또 별개의 문제였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대한민국에서는 동네 개도 입에 물고 다니던 ‘전인교육’ 얘기가 눈 씻고 찾아봐도 뵈질 않는다.

    전인교육이 씨알도 안 먹히는 이 시대에, 씨알 먹히는 교육을 당당히 꿈꾸는 무료배움터 ‘씨알학교’를 찾았다.

       
     ▲ 새 보금자리로 옮긴 씨알학교는 내부수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사진=고세진 기자)
     

    씨알학교는 2007년 4월 마포구 아현동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교육에서 소외된 저소득층 학생들이나 장애인들에게 무료로 교육을 제공해 삶을 변화시키자는 취지로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그러나 학교로 빌려 쓰던 건물이 재개발되면서 지금은 마포구 공덕동으로 이사를 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근처에 위치한 새로운 보금자리로 2층 전체를 쓸 수 있는 가정집을 빌렸다. 건물이 오래된 편이라 교사들과 지역의 자원봉사자들이 내부수리 작업을 하느라 구슬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진보신당, 사회당 당원들이 한데 어우러져 서툰 붓놀림으로 벽면을 단장하고 있었고, ‘민중의집’ 정경섭 공동대표도 ‘민중의집’을 준비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적극 전수(?)해 주고 있었다.

    씨알학교 교사대표인 한상철(동성고) 교사는 “씨알은 함석헌 선생의 씨알사상에서 그 의미를 빌어왔다”며, “씨알은 곧 민중이고, 굵고 튼실한 씨알을 만드는 것이 씨알학교의 목표”라고 말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던 씨알학교는 이사를 오면서 ‘공룡발톱’과 씨알학교를 함께 묶어 ‘씨알배움터’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공룡발톱은 마포지역의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활동해 온 무료배움터이다. 씨알배움터에서는 공룡발톱의 초등과정과 씨알학교의 고등과정을 연계할 중등과정도 개설할 계획이다.

    씨알학교 고등학생 과정은 국, 영, 수, 논술, 역사 수업을 비롯해 민주주의, 평등, 노동, 평화, 인권, 환경, 여성, 장애인 등을 다루는 교양과정이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연극, 영화 등 다양한 문화체험 활동도 이뤄지고 있으며, 겨울방학에는 수학여행도 떠난다. 초등학생 과정 역시 기초 교과목 이외에 다양한 체험활동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 학생들도 구슬땀을 흘리며 일손을 거들고 있다 (사진=씨알학교)
     

    씨알학교도 처음에는 고등학생 1명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꾸준히 늘어 지금은 열명 남짓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고, 올해 수능을 앞둔 수험생도 있다. 개교 때부터 씨알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 학생은 “성적도 많이 올랐지만,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고, 어떤 얘기든 할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도 자유로워서 좋다”라며 만족해했다.

    한상철 교사는 “이미 지역 곳곳에 교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운영하는 배움터가 있지만, 후원단체의 영향력이 배제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미약한 활동이지만, 독립적인 민중교육 운동을 그 지향점으로 삼는 것이 씨알학교만의 색깔"이라고 설명했다.

    씨알학교는 뜻있는 회원들의 자발적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매달 100만 원 정도의 운영비가 모이는데 그 중에서 60만 원을 건물임대료로 내고 나면 40만 원이 남는다. 불과 40만 원으로 실질적인 학교운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재정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일 거라고 예상했지만, 한상철 교사는 “이 공간을 필요로 하는 더 많은 학생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며, 그래서인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 역시 “아이들이 이 공간을 필요로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때”라고 말했다.

       
      ▲ 촬영을 위해 ‘굳이’ 한자리에 모인 선생님들과 자원봉사자들 (사진=고세진 기자)
     

    씨알배움터로 거듭나는 씨알학교는 ‘공룡발톱’이나 ‘민중의집’처럼 진보적 가치를 공유하는 지역의 배움터와 적극적인 연대를 모색할 계획이다.

    한상철 교사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교육프로그램의 질’을 지금보다 더 높게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앞으로 홀로 설 줄 알고, 연대할 줄 알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줄 아는 굵직한 씨알들을 마구 쏟아내겠다”며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입학ㆍ후원ㆍ참여문의 : 교사대표 한상철 018-309-5339, lumte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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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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