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늙고 무식한 보수, MB 일병 구할까?
        2008년 08월 11일 06: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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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8월 11일 발간된 <신진보리포트 10호> ‘절망과 희망 사이의 한국정치’에 실린 「이명박 정권의 위기, 그리고 어두운 미래」의 일부다.

    이 글에서 필자는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원했던 것은 ‘경제성장이 아니라 양극화 해소’였다며, 이명박 정권이 이러한 국민의 요구를 ‘오해’한 데서 위기의 원인을 찾고 있다. 그리고 필자는, 향후의 선거 일정상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권과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예측 아래 이명박 정권의 미래가 ‘식물 정권’일 것이라 전망한다.

    필자와 <신진보리포트>의 동의를 얻어, 이 글의 세 장 중 2장, 3장을 <레디앙>에 싣는다. 각주가 포함된 전문은 독자게시판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 편집자 주

       
      ▲ 이명박대통령이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해 응원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 이명박 정권은 왜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가

    이명박 정부의 위기는 한 마디로 자신들이 정권담당 세력의 ‘무능함’에서 비롯되었다. 정권의 보위와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있어 필수적으로 인지하고 있어야 할 민주화 이후의 정치 사회적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였다.

    국민들이 자신들에게 정권을 맡긴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하였다. 자신들이 실제로는 결코 ‘강한 정권’이 아니라는, 될 수 없다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했다. 이는 인수위 시절을 포함, 출범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각종 정책들의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1) 민주화 이후의 정치 사회적 변화에 대한 무지

    무엇보다도 이명박 정권은 민주화 이후 정부 독단으로 주요 정책을 결정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민주화 이후 정부 활동은 민주화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한 언론과 시민사회운동 등의 일상적 감시에 의해 국민들에게 상당 정도 노출되어 있다. 정부가 정책결정과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독점할 수도 없고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할 수도 없다. 정부에 대한 국민적 항의가 조직될 계기의 형성이 비교적 용이하다.

    하지만 정부는 일단 제기된 국민적 항의를 물리력에 의존해 억압할 수도 없다. 국민들의 의사수렴과 합의에 바탕한 정책 추진은 단지 원칙적 규범이 아닌 효율적인 정책 추진을 위한 현실적 방안이 되었다. 민주정부 10년이 확인해준 것은 진보-개혁 세력의 무능함만이 아니라 정부가 유능해지기 위한 요건이 변화했다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권은 민주화 이후 최장집 교수의 지적처럼 ‘보수정권이 민주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통치방식’에 대해 고민했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라는 ‘조롱’에 담겨 있듯 다수 서민층이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정책을 고수했고 대운하 프로젝트를 밀실에서 추진했다.

    그런 중에 쇠고기 협상을 졸속 체결하여 촛불 시위의 계기를 스스로 제공했다. 민주화 이후의 정부들이 왜 어려움을 겪었는지에 대한 면밀한 고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으로, 결코 ‘준비된 정권’이 아니었음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만약 정부의 정책결정환경의 변화를 읽어냈고, 이전 정부들의 경험을 학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실책을 저질렀다면 그것은 무능함의 첨단을 달리는 정권이거나 지독히 나쁜 정권임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토록 강조하고 칭송해마지 않던 ‘CEO 리더십’은 ‘섬김 혹은 경청의 리더십’이 아니라 ‘독단적 카리스마적 리더십’에 가까운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즉 ‘시대착오적’인 리더십이었던 것이다. 이는 “국민을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종업원으로 착각하여 … 일방적 지시대상으로 간주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준비된 정권’이 아니었다

    이 대통령에게 리더쉽 문제를 조언해온 것으로 알려진 조중빈 국민대 교수는 “이 대통령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과거 한국사회 대립의 근본이었던 신탕평책을 썼어야 하는데 고소영 강부자 내각에서 드러나듯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을 등용하면서 첫 단추를 잘 못 꿴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1970, 80년대 군대식 기업조직을 운영하던 식으로 추진하다가 … 위기가 전면화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같은 선상에서 김상곤 한신대 교수는 “서울시장과 같이 자치단체장을 할 때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대통령은 일거수 일투족이 공개되기 때문에 더더욱 민주적 지도자상을 확립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을 지적했다.

    즉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의 의사결정형태가 “1인 중심적이고 중앙집권적인 일방적 집행 형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한 행태를 “1987년 이후 과거 20년간 쌓아온 민주주의 제도화 메커니즘 자체를 흔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교육 정책 추진과 관련해서는 정책 ‘방향’에 공감하던 학자나 단체조차 ‘상명하달’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를 한다며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학교자율화 조치와 관련 정부는 공청회도 거치지 않은 채, 한 달 남짓 준비해 이 정책을 발표했으며, 수많은 교육단체들이 우려를 표명하며 “대화로 풀자”고 했지만,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자율화와 다양화라는 국정과제를 타율적이고 획일적으로 지시하는 방식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한 것이다.

    촛불시위를 바라보는 인식과 대응방식에 있어서도 “초를 어디서 사느냐”, “배후가 누구냐”라는 질문을 던졌다는 것을 보면, 무지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주화 이후 세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문제점을 보인 것이다.

    6월초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청와대 참모들이 스스로 “우리들이 지난 10년간 세상 변화를 너무 몰랐다 … 우리가 너무 올드 패션으로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고 자기비판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물거품이 된 ‘100일 플랜’

    이런 상황에서 출범 직후 이명박 정권이 야심차게 추진하고자 했던 ‘국정과제 100일 플랜’은 모습을 채 드러내지도 못하고 물거품이 되었거나 공회전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초기 국정주도권 장악에 실패한 것이다.

    한미동맹 강화와 쇠고기 파동으로 다시 시험대에 올랐고, 주택공급확대를 위한 지분형 주택도입은 전혀 추진이 되고 있지 않다. 유류세 인하가 일부 시행되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고, 산업은행의 민영화는 최근 주가하락 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고, 금산분리 완화는 연기되었다. 농어업경쟁력 강화, 금융소외자 신용회복 지원,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중소기업 활성화 지원 등도 모두 뇌리에서 사라졌거나 부작용 우려와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법질서 바로 세우기 운동’을 실시했지만 연대 파업 등만을 초래했다. 공직자 부패 척결도 공무원 구조조정으로 관료집단의 반발심만 키우다가 공허한 계획으로 변질되었으며,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비는 아예 추진조차 되고 있지 않다.

    교육정책 역시 표류하고 있다. 0교시 수업, 우열반 편성 등으로 역풍을 맞은 가운데, 교육법 개정안은 무산되었고 300개 다양화 고교 선정도 지역별 이해갈등으로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영어교육진흥특별법을 제정해 영어공교육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은 국민들에게 아예 무시되고 있다.

    4대 연금 개혁과 건강보험개선을 통한 의료보장체계 구축, 수요자 중심의 보육과 유아교육 정책 개편 등도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실상 아무런 일도 하지 못했고 못하고 있는 것이다.

    2)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에게 진정 원했던 것에 대한 오해

       
     ▲ 사진=청와대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에게 원했던 것은 결코 높은 수치의 경제성장률이 아니었다. 경제성장을 원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개발독재 시절 경험했던 것과 같은 것이 아니었다. 경제성장률 그 자체로 보자면 노무현 정권은 실패했다고 할 수 없다. 4~5%대 사이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특히 진보-개혁 성향 유권자들 중 30% 정도의 유권자들마저 이명박 정부를 선택한 것은 ‘국가경제’가 아니라 ‘서민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심화된 사회양극화에 따른 빈부격차의 증대는 단지 수치로 나타나는 사회경제적 지표의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문제였다. 고용불안정에 따른 소득 악화는 교육과 주거, 건강 등 삶의 영위를 위한 기본적 권리 영역에서조차 서민층 다수를 배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동일노동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임금의 절반을 갓 넘는 비정규직 임금으로는 높은 사교육비와 경쟁력 있는 교육기관이 몰려 있는 주거지역으로 진입 비용을 전혀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의료보험료 등 4대 보험료를 지불하기도 쉽지 않았다. 비정규직 노동자 중 60% 정도가 4대 보험에 가입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 시절 대부분의 국민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로 고용 및 소득안정 문제를 들었다.

    즉 국민들이 원했던 것은 경제성장이 아니라 양극화 해소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유권자들이 경제성장을 원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부패마저 용서하면서 유능한 정권이 들어서기를 바랐던 것이 민주화 이전 시기로의 회귀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유권자들이 ‘경제성장’에 동의했던 것은 현재의 고통을 해결해줄 방안과 내일의 희망을 열어줄 비전을 단지 ‘과거의 언어’로 표현했을 뿐이었다. 이는 얼마 전 실시된 여론조사를 볼 때에 재차 확인되어지는 사실이다.

    국민이 ‘경제성장’에 동의했던 이유

    즉 <한국일보>가 실시한 이명박 정권 출범 100일을 기점으로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18대 국회가 가장 먼저 해결할 과제로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결의안 처리’(45%)와 서민층 복지증대 입법(22.8%)을 들었다.

    이런 의미에서 진보-개혁 세력 일각에서 이명박을 선택한 서민층에 대해 ‘국민 개새끼(이른바 ‘국개론’)’라고 비난했던 행태나 ‘욕망의 정치’라는 근사한 이름으로 유권자들이 ‘집단 광기’에 걸려 747공약에 혹했다가 이제서야 정신을 차린 것이라는 분석은 참으로 한심하다.

    뉴타운 공약 등에 혹했던 것은 미흡한 한국의 사회안전망의 현실적 대안이 바로 부동산을 통한 재산의 증식이었기 때문이었다. 사교육에 그렇게 순응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나마 높은 학력을 보유해야 먹고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기 때문인 것처럼 말이다.

    설사 이명박이 제시한 747공약에 전적으로 찬동했다고 하더라도 진보-개혁 세력, 특히 민주화 이후 정권담당 세력이었거나 그것에 관여한 이들의 경우 이명박을 선택한 서민 유권자들을 비난할 자격은 절대 없다. 서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 가장 큰 책임을 져야만 하는 세력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진보-개혁 세력의 대선과 총선 패배는 작금의 촛불시위와 같은 집단행동 이외에는 투표밖에 별다른 ‘응징의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한 유권자들이 그 책임을 물은 것의 결과였을 따름이다. 촛불이 이명박 정권 뿐만 아니라, 민주당을 비롯한 구정권 세력과 사회운동세력에 대해서도 드러내고 있는 불신과 거부감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인수위 시절 통신비와 기름값 인하 등 서민경제와 관련한 정책들을 추진하고자 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인수위가 국가정책을 직접 추진하는 기구도 아닌데다가, ‘747’ 공약 구상의 장본인으로서 정부 출범 이후 높은 성장률 달성을 고집하는 강만수 경제팀의 정책기조가 우선 관철되면서 서민경제가 뒷전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강만수 경제팀의 이러한 정책기조 운용은 수출대기업들의 수익만 키워주면서 서민경제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물가를 인상시키는데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즉 높은 성장률 수치를 기록하기 위해 고환율 정책과 금리인하를 유도함으로써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를 자극했고, 이것이 원자재 인상과 더불어 경쟁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물가인상이 일어난 것이다.

    ‘5공 인사’ 김종인의 비판

    ‘5공 인사’인 김종인 의원은 강만수 경제팀의 그러한 정책구사에 대해 “우리 경제에 대한 상황인식에 오류를 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평가하고 “경제의 구조나 규모가 과거에 우리가 70년대, 80년대 경제성장 때와는 전혀 다르다”며, “그런 경제에서 인위적으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 변수를 움직인다는 착각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환율을 인위적으로 평가절하해가지고 수출을 촉진해서 성장에 기여해보겠다는 이런 소위 옳지 못한 사고방식을 했기 때문에 지금 국제시장에서 상승일로에 있는 특히 기름값, 원자재값과 환율이 평가절하되니까 수입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비판이 출범 직후부터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은 최근에야 와서 그러한 정책기조를 변경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이미 5월 기준 소비자물가는 4.9%로 올라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나 식료품과 같은 기초 품목들의 인상폭이 높다. 이런 가운데 가계소비지출 항목 가운데 보건의료비, 교육비 등이 5년 전에 비해 50% 전후의 인상폭을 보이고 있고, 보육료 같은 가사 서비스 지출은 무려 130% 가까이 증가했다. 서민들의 생활고가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소득격차는 이명박 정권 들어 계속 역대 최고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상하위 20% 계층 소득의 격차가 올 1분기 8.41배(월 731만원 : 월 86만원)를 기록하면서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충분히 서민경제는 파탄 지경에 처해있는 것이다. 국민이 진정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3) 정권의 ‘약체성’에 대한 자각의 실패

    이명박은 2등 후보와 531만 7708표라는 역대 대선 사상 최대 표차를 기록하면서 당선되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결코 강한 정부가 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한계는 무엇보다도 지지기반의 협소함 혹은 허약함에서 찾아질 수 있다.

    민주화 이후 역대 최저 투표율(63%)을 기록한 지난 대선은 그 자체로 이명박 정권을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층이 상당 정도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면서 압승을 거두었지만 46%로 역대 총선 사상 최저투표율을 기록한 것에서도 재차 확인되었다.

    이명박 정권은 기본적으로 국민 지지의 폭에 있어서 ‘반의 반쪽짜리’ 정권이었던 것이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도 “이명박 정권은 사실 열악한 상황에서 출발했다”고 진단했다. “10년간의 야당생활 때문에 국정경험이 부족한데다 인재풀도 줄어든 상태”였다는 것이다.

       
      ▲ 사진=청와대

    처음부터 약체 정권

    진보-개혁 성향의 유권자들은 보수로 ‘전향’했기 때문에 이명박에게 표를 던진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진보-개혁 세력에 대한 ‘응징’의 의미에서 표를 던진 것이었다. 이명박에게 그것은 대선 승리의 요인이 될 수는 있었지만 정권의 굳건한 지지기반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것이었는데, 국민들이 전폭적으로 이명박 정권을 지지하고 전권을 위임한 것이라는 ‘착각’을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명박 정권은 노무현 정권에 비해 충성도 높은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엷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뉴라이트 진영은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결코 노사모가 아니었다. 이러한 사정은 정권에 대한 비판과 항의가 시민사회 내에서 충분히 걸러지지 않아, 그것을 정권이 직접 모두 떠안아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이명박 정권은 좋으나 싫으나 지난 20여 년 간 자리잡은 민주주의의 제도적 절차를 통해 국민적 의사를 수렴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더욱 더 민주적인 리더십을 선보여야 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더욱 단단히 하고 확장해야 했다. 그래서 자신들을 보호해줄 시민사회 내 참호를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3. 이명박 정권은 다시 살아날 수 있는가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와 정부의 권위를 회복하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해나갈 수 있을까? 대답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촛불 시위가 잦아든다고 해도 이명박 정부의 앞길은 매우 어두울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및 정치컨설턴트, 정치 사회학자들, 언론인 등도 대체적으로 이명박 정권의 앞길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가들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지지율이 50% 미만으로 내려갔다 회복한 사례가 없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한번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지지율의 하락이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신뢰도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즉 신뢰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이명박 지지율은 일곱 가지의 이유 때문에 다시 올라갈 수 없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대체적으로 이 글에서 들고 있는 위기를 가져온 요인들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에 바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첫 번째는 떨어진 지지율은 다시 올라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선거일정 때문인데, 이명박 정권은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당권과 대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에 직면할 것이며, 한나라당으로부터도 거리두기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는 정책의 성격 때문이다. 그것들은 모두 특정 계급이나 계층 또는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국민의 삶의 질에 광범위하고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한반도 대운하, 공무원 감축 및 연금법 개혁, 의료보험개혁, 수도사업 민영화, 각종 공기업 구조조정과 민영화, 공교육 개혁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는 정권의 고립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네 번째, 이명박 정권은 지지세력은 ‘반짝’ 지지세력이기 때문에, 즉 핵심지지세력이 부재하기 때문에 위기에 직면하면 산산이 흩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서 위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경제대통령’ 브랜드가 자승자박

    다섯 번째는 자기 자신의 성공신화에 매몰되어있는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결코 반대자, 소수자, 비판자들을 설득하고 타협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경제대통령’이라는 브랜드가 자승자박할 것이라는 것이다. 경제상황은 계속 악화될 것인데, 이것은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의심과 실망감을 더욱 키우는 것으로 작용할 거라는 것이다.

    마지막 일곱 번째는 ‘랠리 어라운드 더 플래그(rally around the flag)’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취임 초 짜놓은 대외정책이 대외적인 관심사를 통해 내부의 시선을 밖으로 돌릴 수 있는 모멘텀을 없앴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지율을 상승시킬 계기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 대체적으로 공감을 받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정권이 “경제살리기를 위해서 촛불을 끄고 힘을 모아야 한다”며 보여주고 있는 또 한 번의 구태의연함은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6월 초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1~2년 안에 경제가 회복되면서 지지자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낙관적인 예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경실련의 이명박 정부 100일 평가 토론회에서 김종걸 한양대 교수는 서민들의 ‘삶의 재건’이 시대적 과제라고 역설했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경제 회복이 서민 삶의 재건을 의미한다면 그러한 예견이 실현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경제불안정을 무기로 촛불을 들고 나온 국민들을 위협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최장집 교수도 “정책 기존 전반에 대한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지식인들은 대체적으로 민주적 리더쉽, 국가와 시민사회 간의 소통, 사회적 약자 보호 배려 사회경제정책 실시를 이명박 정권이 다시 살아나기 위한 요건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과연 이명박 정권이 측근들의 벽에 갇혀 있지 않고 그러한 지식인들의 주문에 귀를 기울일지, 아직은 비관적이다. 고로 이명박 정권의 미래 역시 밝아 보이지 않는다.

    한편 그래도 ‘가재는 게편’이라고 뉴라이트 세력 일부는 이명박 정권의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보수대연합론’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안병직 뉴라이트 재단 이사장은 6월 11일 뉴라이트 재단 주최로 열린 긴급시국토론회에서 “이 대통령도 이회창 총재, 박근혜 전 대표와 … 지분을 나눠 … 동맹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늙고 무식한’ 보수가 MB 일병 구할 수 있을까?

    류근일 조선일보 전 주필 역시 “현재의 위기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분열된 보수진영의 통합이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 “뉴라이트와 전통보수는 이 대통령에 대해 비판할 것은 하되, 헌정수호라는 더 큰 당위를 위해 이명박의 위기가 국가적 위기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뉴라이트가 과연 이명박 정부를 지켜줄 방파제, 즉 앞서 언급한 바 있는 시민사회의 참호가 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최근 보수단체들의 촛불시위에 반대하기 위한 ‘맞불 시위’ 등을 보면 그것 역시 부정적이다. 보수파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의 말마따나 “보수는 늙었고, 무식하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비추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영역에서는 최근 친박계의 일괄 복당이 타결되어 보수대연합을 위한 움직임이 일정하게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여지지만, 정치 일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그것이 얼마나 대국민적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런지는 미지수다.

    그들은 또 다시 이명박 정권이 조기 쇠락한 상황에서 당권과 차기 대권을 위한 세싸움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로써 이명박 정권은 ‘식물 정권’이 될 공산이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런 상태로 생명을 연장해갈 것인지 아니면 결단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국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

    진보적 지식인들조차 이명박 정권 퇴진이 ‘국가적 불행’이라고 한다. 일면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생각이다. 민주주의에 있어 정부는 부와 권력의 공정하게 배분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기제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정권 퇴진운동이 본격화되면 시민사회내적 갈등이 어떤 방식으로 첨예화될런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당정치도 불신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갈등을 조정할 주체도 기제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만약 그러한 상황이 오면 그야말로 감당키 어려운 현실을 목도하게 될런지도 모른다. 그럼 ‘식물정권’을 그대로 방치한 채 5년을 살아가야 하는가?

    “나쁜 대통령에 착한 국민들”을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강요인지 아닌지 역시 국민들의 판단에 맡길 도리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이 던져놓은 숙제, 촛불 하나로 모든 문제를 풀기에는 참으로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2008년 지금의 대한민국은 1980년대 대정부투쟁 전술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였던 그 어느 날을 떠올리게 한다. 무더운 여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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