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원행동 "방송사노조 연대파업 추진"
    By mywank
        2008년 08월 11일 04:01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11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이 KBS 이사회가 통과시킨 ‘정연주 해임안’을 승인한 가운데, KBS PD협회·기자협회·경영협회, KBS노조 창원·청주·대전·부산 지부, 언론노조 KBS 본부 중앙위원 등은 이날 정오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하 사원행동)’ 출범시키고,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음모에 적극적인 행동으로 맞서기로 했다.  

       
      11일 낮 12시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는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출범식이 열렸다 (사진=손기영 기자)
     

    사원행동은 본사와 지역에 운영위원장을 1명씩 둔다는 방침에 따라, 양승동 PD협회장과 이광규 청주지부장을 공동 운영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이어 김병국 부산지부장, 강동원 대전지부장, 정재준 창원지부장, 김현석 기자협회장, 이도형 경영협회장, 이내규·박기호·정일섭 언론노조 KBS 본부 중앙위원, 이형걸 아나운서를 운영위원으로 선임했다.

    매일 밤 KBS 앞에서 촛불투쟁

    사원행동은 현 ‘KBS 이사회 해체’를 투쟁목표로 설정하고, 오는 13일 오후 새 사장 선임 문제를 논의하게 위해 열리는 이사회를 원천봉쇄할 방침이다. 이어 언론노조를 통해 MBC·SBS·YTN 등과의 ‘연대파업’을 추진하는 한편, 매일 저녁 7시 KBS 앞에서 ‘공영방송 사수’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기로 했다.

    사원행동은 또 정 사장 문제를 둘러싸고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노조와의 관계와 관련, 노조가 현 KBS 이사회를 인정하지 않고 이사회 해체를 위한 행동에 동참할 경우, 함께 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12일 노조 측과 만나 13일 이사회 저지와 향후 관계설정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출범식에 참석한 KBS 사원들 (사진=손기영 기자)
     

    사원행동은 이날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단결된 대오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를 끝까지 막기 위해, 피땀을 흘린 선배들처럼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내외 모든 세력과 단결과 연대할 것

    이어 “우리는 공영방송 사수를 위해 투쟁하는 사내외 모든 세력과의 강고한 단결과 연대를 지지한다”며 “KBS 개별노조의 힘으로 저들을 막을 수도 우리를 지킬 수도 없기 때문에, 우리는 공영방송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 사내외 모든 세력과 연대하고, 시민단체와 언론노조가 내미는 손을 뿌리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영방송 사수 투쟁의 핵심에 노동조합·언론노조 KBS 본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노동조합이 공영방송 사수투쟁의 선봉에 나서 줄 것을 촉구 한다”며 “노동조합 집행부가 시대의 소명과 조합원의 열망을 제대로 수렴한다면, 우리는 노동조합의 전위대가 되어 공영방송의 가치를 훼손하려는 자들과 맞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승동 사원행동 공동 운영위원장(KBS PD협회장)은 “지난 8일은 KBS의 치욕적인 날이었지만, 그런 치욕과 함께 희망도 보았다”며 “사원행동 출범의 배경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기도에 대해서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는 분명한 목표를 정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주광장 한 쪽 벽면에 ‘국민의 방송 KBS’란 문구와 방송투쟁을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어 양 운영위원장은 “KBS 사원행동의 투쟁목표는 현 KBS 이사회의 해체라고 규정했다”며 “지난 이사회는 정치적인 표적감사를 그대로 안건으로 상정한 뒤 통과시켰고, 이사장 역시 직권을 남용해 불법으로 경찰력까지 동원하면서 이사회를 진행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KBS 노조가 그동안 말과 달리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에, KBS 노조가 행동해서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사원행동의 동력이 노조의 중심동력이 될 것”이라며 “KBS 노조 측에서 이사회를 인정하지 않고 이를 해체하는데 행동에 동참할 경우, KBS 노조와도 함께 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노조, 진정성 보여라"

    이광규 사원행동 공동 운영위원장은(KBS 노조 청주지부장)은 “KBS 노조는 KBS 지키는 선봉에 서야 한다”며 “산별탈퇴 투표를 진행하면서 구성원들의 마음을 찢고 있는데 이를 즉시 철회해야 하고, KBS 노조가 제자리에 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 운영위원장은 “90년 4월 이곳 민주광장 맨 바닥에서 침낭을 피고 잠을 청한 기억이 난다”며 “그동안 투쟁의 성과로 오늘날 ‘방송 민주화’가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끝까지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의도를 봉쇄하자”고 강조했다.

       
      ▲출범식을 마친 사원행동 측은 본관 5층에 마련된 유재천 이사장실로 찾아가, 이날 발행한 특보와 청테이트로 사무실 입구를 봉쇄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김현석 사원행동 운영위원(기자협회장)은 “지금 사원행동이 출범하는 것은 분열이 아니라 더 큰 통합을 위한 시작”이라며 “KBS 노조가 투쟁의 중심으로 우뚝 서기를 바라고, 투쟁의 현장에서 노조와 사원행동이 하나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 운영위원은 “이 문제를 KBS 혼자만으로는 싸울 수 없기 때문에, MBC·SBS·YTN 등 모든 방송사들이  뭉쳐 연대파업을 해야 한다”며 “언론노조를 통해, 이것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밝혔다.

    "21세기에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날까 했었다"

    이날 출범식에는 KBS 사원들의 자유발언 시간도 마련되었다. KBS 1라디오 국은주 PD는 “한 달 전 쯤 방송장악 시나리오가 진행될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21세기에 설마 그런 일은 일어날까’란 의구심을 가지면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난 금요일에 ‘내가 착각을 했고, 정신을 번쩍 차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 PD는 “오늘 오전에 대통령이 정연주 사장을 해임되었는데, 정연주 해임여부가 자체가 논의의 핵심이 아니”라며 “정연주가 아닌 나중에 다른 사람이 KBS 사장으로 와도 정권의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해임될 거란 것을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BS 나신하 기자는 “정치와 노동운동 등에 대해 깊이 있게 알지 못하지만, 저는 방송이 너무 좋아 지금까지 KBS에 있어 왔다”며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고, 방송이 더 이상 위협받으면 여러분과 더 큰 투쟁을 벌이겠다”이라고 말했다.

       
      ▲출범식이 끝나고 사원행동은 ‘경찰난입 규탄 및 책임자 처벌요구’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출범식을 마친 사원행동 측은 항의의 표시로 본관 5층에 있는 유재천 KBS 이사장실로 향했지만, 유 이사장은 자리에 없었다. 이들은 이사장실 앞에 이날 발행된 ‘사원행동 특보’를 부착했고, 청테이프를 이용해 이사장실 출입문을 봉쇄했다.

    유재천 이사장 고발하기로

    다시 본관 2층 민주광장으로 내려온 사원행동 측은 오후 2시 반부터 ‘KBS 경찰 난입 규탄 및 처벌요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방송국 안에 경찰병력의 투입을 요청한 유재천 이사장에 대해 ‘직권남용’ 협의로 고발하기로 했으며, 이를 동조한 한나라당 추천 KBS 이사 5인에 대한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8일 사복경찰 300명이 KBS를 불법 난입한 사건은 언론사에 치욕으로 영원히 남을 정권의 언론탄압”이라며 “사원행동의 조사결과 경찰난입의 1차 책임은 유재천 KBS 이사장에게 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사원행동은 “유 사장은 이사회 전날 한나라당 추천 이사 5인과 함께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1박을 하며 경찰투입을 모의했다”며 “유 이사장은 KBS의 공식요청 없이는 경찰투입이 힘들다는 의견을 경찰이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영등포 경찰서장과 KBS 안전관리팀장을 불러 이를 진두지휘 했다”고 지적했다.

    오태훈·고민정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출범식에는 최문순 민주당 의원,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성유보 ‘방송장악·네티즌 탄압 저지 범국민행동’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300여명의 KBS 구성원들이 참석했다.

    노조, 사원행동은 정사장 지지 같이 하기 어려워

    이날 사원행동 출범과 관련해, KBS 노조 강동구 부위원장은 “지금 노조도 KBS의 문제해결을 위해 대해 노력하고 있다”며 “‘낙하산 인사’ 저지 문제에 대해서는 그쪽(사원행동)과 뜻을 같이 할 수도 있겠지만, 그쪽 사람들은 애초부터 정연주 사장을 지키려고 했기 때문에, KBS 노조는 이들과 같이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강 부위원장은 “KBS 노조도 현 이사회의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오늘 오전에도 조합원들이 이사실에 올라가 출입문을 봉쇄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그쪽과의 ‘공통분모’ 문제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를 해보지 않아,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KBS 본관 2층 로비 앞까지 경찰병력을 배치했던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 사원행동 운영위원들이 경찰병력 철수를 요구하자 병력을 본관 계단 아래까지 철수시켰고, 이날 오후 ‘경찰난입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되자 KBS 본관 앞을 봉쇄하고 있던 전경버스와 경찰병력 대부분을 철수시켰다.

    하지만 오후 4시가 지나자 경찰은 다시 KBS 본관 앞을 전경버스로 봉쇄하고, 본관 계단 주변에 전경들을 배치시켰다. 사원행동 측은 오후 5시부터 민주광장에 내일 오전부터 KBS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릴레이 단식’을 위해, 농성천막을 설치하고 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