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박 예감? 출발은 괜찮습니다"
        2008년 08월 11일 04: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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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19일 문을 연 <민중의 집>(공동대표 홍세화 심광현 정경섭)은 현재 다양한 시범 프로그램이 진행 중에 있다. 9월부터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이에 앞서 7월과 8월은 방학을 이용한 청소년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서서히 <민중의 집>이 지역에서 알려지고 있다.

    소문이 나다

       
      ▲ 썸머스쿨에 참여 중인 학생들 (사진=민중의집)

    먼저 청소년 썸머스쿨(여름학교). 이랜드 조합원의 중학생 딸이 먼저 등록을 했다. 마포지역 생활협동조합 게시판에 프로그램을 올리니 부모가 직접 찾아와서 아이들을 등록시킨다. 그리고 부모도 <민중의 집> 회원으로 등록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마포지역에서 기초생활수급권자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온 아이들, 그리고 학부모. “우리 애들이 강원도에서 올라 온지 얼마 되지 않아요. 이렇게 좋은 일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내 입으로 그 얘기를 전하자니 좀 낯 뜨겁긴 하지만, 실제 상황이다.

    <민중의 집> 게시판에 ‘쌤’ 이란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뭘까. 내용을 열어보니, “쌤 저 은경이에요, 사진 보려면 어디로 들어가여??”라는 글. 아, 요즘 중학생은 선생님을 샘이라고 하지 않고 쌤이라고 하나보네.

    수업이 끝나고 한 학생은 자타가 공인하는 베타랑 교사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수업하실 때는 농담도 좀 치면서 하세요.”

    화요일에는 성장소설을 중심으로 독서토론을 하고, 목요일은 영어로 배우는 미술사 수업을 진행한다. 지난 9일에는 교사와 아이들이 모두 ‘세계미술 거장전’을 보러갔다. 수업 후기를 적은 글에 학부모들의 흡족한 댓글도 올라온다. 아무래도 아이를 맡겼으니, <민중의 집> 게시판을 유심히 볼 수밖에 없을 터.

    아이들 <민중의 집> 주인되다

    학부모 1. 아이(광0)가 너무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같이 하게 되어 기뻐요. 선생님들 수고해 주십시오.
    학부모 2. 안녕하세요. 민0이 엄마예요. 민0이가 책 보고 싶어 스스로 찾아갔다니..ㅋㅋ.. 민0이가 책을 좋아하는 것 같진 않지만 첫 날 가보곤 <민중의 집>과 선생님들을 많이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민0이와 함께하는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들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썸머 스쿨이길 기대합니다^^ 우리 마을에 이런 좋은 공간이 생겨서 참 좋습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 편에 <민중의 집>에 필요한 물품을 보내주는 성의도 보여줬다. 무상교육을 지향하고 있는 이곳의 정신에 따라, 교육비는 무료인데 독서토론용 책을 구입해야 했다. 아직은 재정상태가 좋지 않다. 할 수 없이 회원들에게 호소한다. 회원들이 쏴준 실탄, 특별회비가 도착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역시 방학인지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마당극 교실. 모두 10회로 이뤄지는 마당극 교실은 전문 놀이패가 진행하기 때문에 더욱더 인기만점. 앞선 청소년 썸머스쿨과 아이들이 겹치지 않게 했다. 이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시간은 모두 아이들이 <민중의 집>의 주인이다.

    <민중의 집>에서 화요일은 가장 바쁜 날이 될 것 같다. 회원단체인 가든호텔노조(한국노총 소속) 김동규 사무국장이 <민중의 집>을 ‘사전 답사’차 방문했다.

    “주방이 생각보다 좁네요.” 이게 좁다니. 이런 주방은 어디가도 쉽게 볼 수 없는데. 정말 넓고 좋은데. “할 수 없죠. 대신 주민들도 함께 요리를 만드는 건 장소가 좁아서 힘들 거 같고, 우리가 시범을 보이고 그걸 주민들이 보는 수준으로 강좌를 진행해야겠네요. 저녁 때는 주부들이 오시기 힘드니까, 우리 노조는 오후 4시나 5시에 요리강좌를 진행하겠습니다.”

       
       ▲  민중의집 ‘화요밥상 모임’ (사진=민중의집)

    가든호텔노조 요리강좌 인기

    이른바 ‘화요 요리강좌’. 가든호텔 노조의 조합원인 요리사들이 직접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에 와서 자신의 전공 요리를 펼쳐 보이는 프로그램이다. 김동규 사무국장의 전공은 스파게티고, 어떤 조합원은 초밥일테고, 누구는 국수일 수도 있고, 이런 식으로 전공을 살리는 강좌가 배치되면? 대박 예감.

    ‘화요 요리강좌는 벌써부터 많은 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면 과장이지만, 적어도 이런 풍경은 연출한다.

    “계세요. 여기서 마당극 무료가 가르쳐 준다고 해서, 한번 찾아왔어요.” 아이와 함께 온 어머니. 아이도 저만치 서있다. “들어오세요. (아이를 향해) 너도 들어와. 마당극은 내일부터 시작입니다. 무료죠. 그리고 화요 요리교실이라고 있는데요, 그건 이 지역에 있는 가든호텔 노동조합에서 조합원인 요리사가 어쩌구…저쩌구…”

    두 모녀가 모두 눈을 반짝거렸다. 그런데 어머니보다 딸이 먼저 호들갑을 떤다. “엄마 꼭 들어. 엄마 무조건 들어. (나를 보고)우리 엄마 좀 듣게 해주세요. 엄마, 여기서 배워서 나 제발 맛있는 거 좀 해줘. 스파게티 좋네. 엄마 꼭 들어 알았지, 응?”

    “까불지 말고, 조용히 해. 일단 얘 마당극은 접수해 주세요. 근데 그 요리강좌 언제부터 해요.” 노동조합이 지역과 이렇게 호흡하는 게 바로 민중의 집이다.

    화요 요리강좌가 끝나면, 곧이어 저녁부터 화요 밥상모임이 진행된다. <민중의 집> 안성민 사무국장의 부친은 목사님이시다. “화요밥상 모임은요, 회원들이 일주일에 한번 편하게 나와서 얘기할 수 있는 그런 모임으로 만들려고 해요. 교회에서 수요예배가 있잖아요. 그런 형식이죠.”

    화요밥상 모임과 보통 사람들을 위한 문학강좌

    편한 모임 중요하다. 지난주 처음 시작한 화요밥상 모임에서 홈페이지를 보고 아이와 함께 찾아온 부부는 <민중의 집>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리고 다음주 화요 밥상모임의 메인 요리사 역할까지 맡았다. 지난주는 콩나물밥을 만들어서 회원 10여명이 나눠 먹었는데, 다음주는 더욱 기대가 크다.

    8월21일부터는 지역내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6주간의 문학강좌가 열린다. 강사는 고려대, 경원대, 광운대에 강의를 나가는 현직 작가들과 지역 내 출판사인 <작은책> 편집위원. 물론 이들도 <민중의 집> 회원이거나 이 집의 정신(?)에 동의해 무료로 강의를 진행해 준다.

    평범한 사람들이 문학을 향유하고, 글을 쓰고, 나를 생각하고, 우리를 생각하는 내용으로 짜여져 있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첫 번째 프로그램이나 다름없기에 긴장이 좀 된다.

    이 밖에도 2박3일간(8월15~17일 강원도 원주)의 여름농활이 준비 중에 있고, 9월부터는 매주 금요일 지역에 위치한 상담센터에서 <민중의 집>을 통해 접수된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심리상담을 진행한다. 아이들 상담부터 시작해 성인들까지 팀을 이뤄서 매주 진행한다. 지역 상담센터에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 진보신당 부산 당원들이 ‘민중의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민중의집)

    아직 <민중의 집> 프로그램은 반도 소개하지 않았다. 앞으로 자주 <레디앙>에 소식을 올릴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소식 하나 더. 얼마 전 진보신당 부산 당원들이 <민중의 집>에서 1박2일을 하면서, 마포 <민중의 집> 팀원들에게 부담감을 팍팍 심어주었다. 여기가 잘 돼야 이 운동이 퍼져 나갈 수 있다. 자세한 민중의 집 프로그램 내용은 jinbohouse.net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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