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연주 해임제청안 통과
    By mywank
        2008년 08월 08일 12: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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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을 논의하기 위한 KBS 이사회가 8일 오전 10시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KBS는 이를 막기 위한 KBS 구성원들과 경찰들 간에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지며 아수라장이 되었다. KBS 이사회는 이날 ‘정연주 사장’ 해임안을 상정했고, 이를 통과시켰다.

    경찰은 이날 아침부터 KBS 주변에 수십여 대의 전경버스로 차벽을 쌓고, 길목 곳곳에 전경들을 배치해 사람들의 본관 출입을 철저히 봉쇄했다. 업무상 KBS를 드나드는 직원들도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해 본 뒤, 출입을 허용하기도 했다.

       
      ▲사복경찰이 KBS 본관 안으로 들어오자, KBS 노조 조합원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또 이날 오전부터 KBS 본관 3층 대회의장 주변 역시 청원경찰들에 의해 봉쇄된 상태였다. 하지만 오전 9시 경 KBS 직능단체 직원들과 KBS 노조 조합원 200여 명은 이사회를 저지하기 위해 3층 대회의장으로 향했다.

    이어 몇 분 뒤 100여 명의 사복경찰들이 이사회를 저지하려는 KBS 구성원들을 막기 위해, 본관 안으로 들어와 2층 로비를 점거했다. KBS 구성원들은 "여기가 어딘데 경찰이 들어오느냐"고 항의했고, 이후 이 소식을 들은 KBS 박승규 본부장이 경찰 관계자에게, 본관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다. 9시 반 경 사복경찰들은 KBS 본관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9시 50분 경 사복경찰들은 다시 본관 안으로 들어와서 이사회가 열리는 3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수십여 명의 KBS 조합원들은 다시 2층으로 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2층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이어 본관으로 진입하는 사복경찰들과 KBS 구성원들 간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유재천 KBS 이사회 이사장을 포함해, 이춘호·권혁부·박만·강성철·방석호 등 6명은 오전 8시 15분에 사복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본관 회의장으로 들어갔고, 남윤인순·박동영·이지영·이기욱 이사도 10시에 이사회장으로 갔다. 이춘발 이사는 개인사정으로 이날 불참했다.

       
      ▲사복경찰들이 이사회가 열리는 본관 3층 대회의실 앞을 봉쇄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100여 명의 KBS 직능단체 소속 직원들과 KBS 노조 조합원들 200여 명은 3층 대회의장 주변 복도에서 꽹과리와 플라스틱 생수병을 두드리며, “이사회 해체, 경찰은 나가” “강성철, 유재천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수십여 명의 청원경찰과 사복경찰은 계속 대회의장 앞을 봉쇄했고, KBS 구성원들을 강제로 복도 밖으로 밀어내려고 했다.  

    오전 11시 반경 남윤인순 이사와 이기욱 이사가 ‘정연주 사장 해임’ 안건이 상정된 것에 항의해 회의장을 퇴장했다. 이어 11시 50분 경 이지영 이사와 박동영 이사도 회의장에서 나와 6명의 친한나라당 성향의 이사들로만 이사회가 진행됐다.

    이어, 상정된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통과시켰다. 이사회가 끝나자 KBS 직능단체 소속 직원 100여 명은 "이사회는 무효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본관 2층 로비에 있는 민주광장에 모여 규탄집회를 벌였다.

    이날 오전부터 KBS 본관 앞에서 ‘방송장악·네티즌탄압 저지 범국민행동’ 소속 관계자들과 농성을 벌이고 있었던 민주당 천정배 의원과 7일 범국민행동 성유보 상임위원장의 연행으로 대행 직을 맡고 있는 민주당 최문순 의원도 집회에 동참했다.

       
      ▲이사회에서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통과시키자, KBS 직능단체 직원들이 1층 로비에 모여 규탄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천 의원은 “경제를 살리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국민들이 뽑았는데, 6개월도 안 되서 우리나라를 ‘독재시대’로 되돌리고 있다”며 “오늘 우리는 이사회를 저지시키지는 못했지만, 이것이 우리의 싸움의 끝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언론장악 음모를 포기할 수 있도록, 계속 싸워나가자”고 강조했다.

    최문순 의원은 “20년 동안 언론생활을 해왔지만, 오늘 같이 참담한 마음이 든 적은 처음”이라며 “어제도 범국민행동이 주최하는 촛불집회에서 실무를 담당해야 할 사람들이 모두 연행되었고 오늘은 정연주 사장 해임안이 통과되었으며, 13일에는 MBC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 의원은 “이것은 언론인만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문제"라며 "KBS를 최전선에서 지켜야 할 사람은 바로 여러분이고, 이러한 현실을 그냥 받아들이는 순간 언론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규탄집회를 마친 KBS 직능단체 직원들은 보도국 홍보실 등 KBS 곳곳을 돌며,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 통과의 부당성을 다른 직원들에게 알렸다. 이어 오후 2시 반 다시 2층 민주광장으로 돌아온 이들은 향후 투쟁계획을 발표했다.

    양승동 KBS PD협회장은 “월요일 낮 12시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향후 ‘낙하산 사장’ 저지 등에 대해 대책을 논의하는 ‘사원총회’를 진행하고, 월요일부터 매일 저녁 6시 KBS 앞에서 시민들과 함께 정연주 사장 해임안 통과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삭발을 하고 있는 KBS 박승규 노조위원장(왼쪽)과 강동구 부위원장 (사진=손기영 기자)
     

    이어 오후 3시부터 KBS 노조도 민주광장에서 ‘공권력 투입 규탄 및 낙하산 저지 집행부 전원삭발 결의대회’를 열고, 노조 집행부 10여명이 삭발을 감행했다.

    삭발을 하기 전 마이크를 잡은 박승규 KBS 노조위원장 “오늘 공권력이 방송국에 투입된 것에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며 “정연주 사장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지만, 분명히 이런 식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KBS 사장을 드러내려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생각이 다른 분들이 다른 생각을 낼 수는 있지만, 합법적인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부정하고 일부 기구를 만들어서 노동조합을 해체하려고 하는 것에 우려를 금치 못한다”며 “저는 이 순간이 지나면 내부에 의견차이가 줄어들어, 합류할 수 있는 순간이 다가올 것 같다”며 KBS 직능단체를 에둘러 비판했다.

    박 위원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KBS 직능단체 직원들이 거세게 항의했고, 박 위원장은 “이에 우리 KBS의 현실입니다”라고 말하며 잠시 눈을 감았다. 향후 투쟁계획에 대해 박 위원장은 “오늘 삭발식이 끝나고 청와대 앞에 가서, 규탄집회를 벌이겠다”며 “앞으로의 계획은 논의를 더한 뒤 결정 하겠다”고 말했다.

       
      ▲오전 9시 KBS 본관 앞에서 열린 범국민행동 기자회견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한편, 이에 앞서 오전 9시  KBS 본관 앞에서는 범국민행동 주최로 ‘KBS 이사회 중단’ 기자회견도 열렸다. 회견장에는 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천정배·최문순 민주당 의원, 권미혁 여성민우회 대표, 신태섭 전 KBS 이사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감사원이 정연주 사장 해임요구안을 가결한 것을 빌미로 KBS 이사회가 정 사장 해임 권고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왜곡 투성이의 감사결과를 토대로 한 감사원 요구를 KBS 이사회가 안건으로 인정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KBS 이사회가 감사원의 정연주 사장 해임요구안에 응한다면 그것은 바로 방송장악 행동대임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공영방송을 관영화해 정권홍보 방송으로 만들려는 음습한 세력의 침투조는 당장 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신태섭 전 KBS 이사는 자유발언에서 “이명박 정부는 거짓으로 국민을 속이고 날조를 하고 있다”며 “‘KBS가 편파방송을 한다. 좌파 방송을 한다’고 하지만, KBS는 그런 방송을 한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 전 이사는 “KBS가 땡전뉴스를 하다가, 요즘에는 공정성·신뢰성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것이 진정한 경영실적인데, 자기들이 원하는 수치를 의도적으로 뽑아내서 ‘부실경영’이라고 매도하는 것 역시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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