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결과에 '방송장악 비판' 실종된 신문지면
    2008년 08월 06일 10: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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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5일 KBS 특별감사 결과 경영부실·인사전횡·방만 경영 책임을 물어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도록 KBS 이사회에 요구해 파문을 일으켰다. KBS 사장을 해임할 수 없다는 법적인 쟁점과 함께 감사원법에 명시된 ‘현저한 비위행위’에 정 사장이 얼마나 해당되느냐에 대한 논란을 일거에 무시한채 감사원은 해임요구안 의결을 강행했다.

6일자 아침신문의 보도태도는 이런 논란에 대해 감사원과 이명박 정권이 판단하거나 해온 방향대로 평가하거나 법적 요건이 안된 위법한 결정이라는 주장이 맞섰다. 무엇보다 눈에 띠는 것은 그동안 중립적인 위치에 있거나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신문들조차 정연주 물러나라라는 정권의 요구에 가세해 ‘합창’을 했다는 점이다. 조중동 뿐 아니라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세계일보 모두 정연주 사장이 용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가 노골화된 초법적인 조치라고 비판한 곳은 한겨레와 경향신문 뿐이었다. 이들의 외침이 점점 고립돼가고 있음이 이날 지면에서 읽힌다.

다음은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이다.

-경향신문 <감사원, KBS 이사회에 정연주 사장 해임 요구/정부 ‘방송장악’ 본격화>
-국민일보 <미, 아프간 재파병 요청할듯>
-동아일보 <만성적자 방만경영 인사전횡 ‘소송배임’…감사원, 정연주사장 해임제청 요구>
-서울신문 <정연주 KBS사장 감사원, 해임요구>
-세계일보 <부시, 아프간 재파병 요청방침>
-조선일보 <감사원, KBS 정 사장 해임 요구>
-중앙일보 <정연주 KBS 사장 해임 요구>
-한겨레 <감사원, KBS 정연주 사장 해임요구/법조계 "해임요구 법적요건 안돼">
-한국일보 <감사원, 정연주 사장 해임 요구>

조중동 ‘정연주 경영부실 책임’ 감사원 지적사항 1∼3개면 걸쳐 ‘받아쓰기’?

가장 적극적으로 감사원의 정 사장 경영부실 책임 지적사례를 소개한 곳은 동아일보였다. 동아는 <"흑자나면 수신료 인상 못할 수도" 수입증대 대책 외면>이라는 기사 하나로 3면을 다 채우며 △예상 수입 부풀려 지출 ‘펑펑’ △인건비 운영도 방만 △법인세 환급 소송 졸속 부당 처리 △공공기관 중 퇴직금누진제 유일하게 유지 △대학생학자금 편법지원 △과도한 유급 휴가 △상위직 인력 과다 운용 △상위직 유휴 인력 과다 운용 등의 감사원 주장을 옮겨 보도했다. 이어 4면에서도 <요건 미달자 20명 국장으로 특별 승격 인사전횡>이라는 기사 하나로 한 면을 거의 다 막았다. 3면과 4면을 포함해 모두 18가지의 지적사항을 소개했다. 실제 감사원이 지적한 사항은 29가지이다.

조선과 중앙일보도 각각 4면에선 감사원이 제시한 지적사항에 대해 거의 한면을 털어 상세히 소개했다. 그러나 조중동은 감사원의 해임요구안이 ‘대통령의 사장 임면권에서 임명권으로 변경돼 공영방송 사장의 독립성을 보장한 (통합)방송법의 입법취지와 배치된다’는 법적인 충돌 부분에 대해서는 ‘일각에서의 논란’으로 언급하고 말았다.

한겨레 "감사원 KBS 사장 해임요구 법적요건 안돼" 경향 "방송장악 본격화"

이 같은 법적인 문제점을 가장 분명하게 지적한 곳은 한겨레였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 <감사원, KBS 정연주 사장 해임요구/법조계 "해임요구 법적요건 안돼">에서 감사원의 해임요구에 대해 "감사원법상 해임요구 규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경영악화를 초래했다’는 식의 해임요구 사유가 감사원법 32조9항에서 해임요구 사유로 규정한 ‘현저한 비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게 아니냐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김갑배 전 대한변협 법제이사의 말을 빌어 "비위라는 것은 경영상의 과오라든가 하는 부분은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누적적인 손실 등은 경영상 잘못이 있다면 과오로 볼 수 있겠지만, 경영상의 문제이지 개인 비리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전했다.

정 사장의 인사권 남용에 대해서도 한겨레는 서울중앙지법 판사의 말을 빌어 "인사권 남용이라면 위법에 가깝다는 것인데, 인사의 전권을 쥔 사람이 내린 인사결정에 대해 쉽게 남용이라고 판단할 수 있냐"고 전했고, 다른 판사의 말도 빌어 "경영행위에서도 가령 고의적으로 적자를 발생시키는 행위를 반복한다든가 하면 ‘현저한 비위’라고 볼 소지가 충분하지만, 정 사장이 그런 행위를 했는지는 불분명한 것같다"고 지적했다.

정 사장이 받고 있는 세금 환급소송 관련 배임혐의 내용에 대해서도 한겨레는 "고의적 배임행위인지 불분명하고 고발인 쪽과 정 사장 쪽 주장이 판이한 상황"이라며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것은 물론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은 단계다. 여러 법률에서 비위 행위와 관련해 확정 판결 전에는 이를 징계의 근거로 삼지 못하게 만든 것도 자의적인 징계를 막으려는 취지를 갖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결정이 방송장악이라는 점에 무게를 뒀다. 1면 머리기사 <감사원, KBS 이사회에 정연주 사장 해임 요구/정부 ‘방송장악’ 본격화>에서 "YTN 사장에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구본홍씨가 임명된데 이어 감사원이 정 사장에 대한 해임을 요구키로 하면서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방통위와 검찰에 이어 감사원까지 전방위적으로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 압박에 나서면서 방송장악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심화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조중동 "정연주 조만간 해임될 것" 전망

조중동은 이와 함께 일제히 오는 8일 이사회서 정 사장의 해임권고안이 의결돼 금명간 사장이 교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일보는 3면 <KBS이사회가 수용하면 정사장 ‘사실상 해임’>에서 "이제 KBS 이사회와 사장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감사원의 요구를 받아들일지가 남아있는 변수"라며 "양측의 분위기는 이미 정 사장을 물러나게 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있어 KBS 사장 교체는 9부 능선을 넘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고 분석했다.

조선은 감사원 관계자의 말을 빌어 "임용될 때도 이사회의 제청을 거치기 때문에 해임할 때도 이사회가 제청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도 4면 <KBS 이사회도 해임 권고 가능성 높아>에서 "정 사장 사퇴가 가시화하며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라면서도 "또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감사원의 해임 요구는 방송사상 유례없는 일이고 언론노조 등이 강력 반발함에 따라 큰 파장도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유재천 이사장의 말을 빌어 "국가기관이 요청한 것이니 이사회에서 감사원 요구를 수용할지에 대해 다루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면서 "이사회가 사장을 직접 해임할 수 없으니 감사원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해임을 권고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동아일보도 5면 <이사회 해임 제청→대통령, 해임 결정→이르면 내주 사장 공모>에서 이르면 내달 초 새 사장이 임명될 것으로 분석했다.

한겨레 "정치적 중립 팽개친 ‘방송장악 하수인’ 전락"
경향 "KBS 사장 1명 바꾸려고 국가기구 총동원"

한겨레는 3면 머리기사 <"정치적 중립 팽개치고 ‘방송장악 하수인’ 전락">에서 감사원 감사에 대해 "착수 경위부터 감사 과정, 결론 도출에 이르기까지 모두 관례를 벗어난 비상식의 연속이었다"며 "감사착수부터 결과 발표까지 고작 55일밖에 걸리지 않은 데서도 드러나듯이 모든 것이 일사천리,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애초부터 뚜렷한 목적을 지닌 ‘짜맞추기 감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4면 머리기사 <감사원 결정 따져보니 ‘공영방송 특수성’ 고려없이 ‘적자규모’만 부풀려>을 통해 적자 규모, 방만 경영, 인사전횡 등 감사원의 주요 지적사항에 대해 KBS의 정면반박의 내용을 포함해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3면 머리기사 <KBS 사장 1명 바꾸겠다고 국가기구 총동원>을 통해 감사원의 해임요구에 대해 "결국 방송을 권력의 도구로 삼겠다는 시도"라며 "이는 역으로 국가 기구 자체의 신뢰위기를 자초한다는 지적"이라고 비판했다.

조중동 "정연주 스스로 사퇴하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각각의 사설을 통해 정연주 사장에게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 수신료를 걷어 쓰는 국민의 방송을 이렇게까지 제멋대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인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정 사장은 노무현 정권 내내 KBS를 정권의 수호견으로 실컷 전락시켜 놓고는 이제 와서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사장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야말로 소가 웃을 소리다. 정연주씨는 당장 스스로 물러나는 게 그나마 마지막 추한 꼴을 덜 보이는 길이다."(조선 <정연주씨, 감사원 발표 보고도 계속 눌러앉아 있을 건가>)

"정 사장은 해임 이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정도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코드인사의 대표적 사례다. 그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했다. 취임직후부터 이념적으로 편향된 프로그램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불법시위를 지원하면서 촛불시위대로 하여금 방송사를 지키게 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핵심 과제는 공정한 방송이지 정치적으로 편파적이며 경영에 무능하고 부도덕한 사장의 임기 보장이 아니다. 그런 인물이 ‘언론자유수호’를 주장하다니 개탄할 일이다. 반미, 반정부 투쟁을 철학이자 목표로 하고 있는 인물을 공영방송의 수장을 그만두고 재야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는 것이 솔직할 것이다."(중앙 <언론자유 욕보이지 말고 퇴진하라>)

"이번 감사결과는 그가 국민이 낸 수신료로 흥청망청 적자 경영을 한 무능한 경영자에 불과함을 보여주고 있다.…그의 성적표는 어느 모로 보나 낙제점이다.…노무현 전 대통령의 코드사장으로 임명돼 편파방송을 일삼고 좌편향적인 특집으로 거듭 물의를 빚은 정 사장이 방송의 공정과 독립성을 거론하는 것은 난센스다.…정 사장이 이번 감사결과에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도 더는 그 자리에 눌러앉아 있을 자격이 없다. KBS는 새로운 경영자를 맞아 조직 곳곳에 남아있는 ‘정연주 폐해’를 청산하는 일에 나서야 할 것이다."(동아 <KBS ‘정연주 폐해’ 청산하고 대수술 나서라>)

조중동 외에도 한국일보와 서울신문 국민일보도 사설을 통해 각각 정 사장에 대해 ‘감사원 결정을 받아들이’거나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 ‘마지막 명예를 택하라’ ‘버티는 게 명예인가’라며 사퇴를 압박했다.

한겨레 "’방송장악 쿠데타’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감사원" 경향 "국민적 저항 자초할 뿐"

반면 한겨레는 <‘방송장악 쿠데타’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감사원>라는 사설을 통해 "감사원의 결론은 ‘청부 감사’ 주문에 따른 짜맞추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부실경영이나 인사권 남용 등을 이유로 해임을 요구한 것은 감사원법에도 명백히 어긋난다. 통상 넉달 이상 걸리는 것을 55일 만에 해치우고, 감사위원회를 당겨 연 것도 청와대 ‘일정’에 따른 수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대통령은 말로만 법질서 확립이니 선진화니 하지 말고, 민주주의를 20년 전으로 후퇴시키는 방송장악 시도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도 사설 <공영방송 장악 기도, 국민적 저항 부를 것>에서 "이 정권은 공영방송을 권력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기도가 결국에는 국민적 저항을 자초할 뿐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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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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