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 체포하면 2만원 준다(?)"
        2008년 08월 06일 02: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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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시 미 대통령이 극진한 영접 아래 여장을 풀고 있을 5일 저녁, 시민들은 청계천-종각-종로2가-종로3가, 명동성당까지 자리를 옮겨가며 쇠고기 재협상을 외쳤다. 대한민국 경찰은 그런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연행하면서 빨간색 색소가 담긴 물대포를 쏘아댔고 빨간색소가 섞인 물은 마치 피처럼 도심 아스팔트 위를 흉하게 흘러내려갔다.

       
     ▲경찰의 진압도중 한 시민이 쓰러지자 다른 시민들이 몸으로 막고 있다. 경찰이 손에 든 기다란 쇠파이프는 호스를 연결해 색소를 뿌리는 소형 물대포다(사진=정상근 기자)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맞아 열린 90번째 촛불문화제는 시작부터 험난했다. 무대차량은 이미 경찰에 의해 압수되어 청계광장에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날 촛불 문화제는 간신히 준비한 작은 앰프와 봉고차량 지붕을 무대삼아 연설을 하고 꽃다지 공연을 이어갔다.

    처음 연단에 오른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경찰이) 백골단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길거리에서 시민을 체포하면 2만원, 그 시민이 구속되면 5만원의 포상을 걸었다는 제보가 왔다”며 “우리 목에 2만원, 5만원의 상금을 걸어 마구잡이로 체포한다 해도 우리는 전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신형 무기 ‘소형 물대포’

    이어 연단에 오른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간의 쇠고기 문제는 이미 지나간 문제이므로 정상회담에서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는데 촛불이 아직 들려 있는데도 문제가 없다고 할 것이냐”라며 “한미 쇠고기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는 한 촛불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꽃다지 공연으로 달아오르던 문화제는 그러나 시작 20여분 만에 경찰의 경고방송이 시작되고 청계광장 뒤편으로 경찰이 진입을 시도하면서 급하게 종료했다. 경찰들은 신형무기인 기다란 파이프인 ‘소형 물대포’을 준비했고 시민들은 촛불과 피켓을 들고 인도를 가로막는 경찰들을 향해 항의하기 시작했다.

    청계광장을 좌우로 틀어막은 경찰은 빨간 색소가 포함된 소형물대포와 대형물대포를 시민 머리위로 발사하며 무차별 연행을 시작했다. 지난 진압 과정에서 주로 남성들이 연행의 표적이 되었지만 이날은 여경들도 연행 작전에 참여해 사지가 들린 체 연행되는 여성들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또 종로구청 방향 골목에서 시민과 전경 사이를 막고 있던 광우병 기독교 대책위 소속 목사 일부가 연행되기도 했다. 기독교 대책위 소속 한 목사는 “지금 4명의 목회자가 연행된 것 같으며 이들은 성북경찰서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1만여명 시민 문화제 참여

    하지만 경찰은 시민들이 이미 모전교를 점거해 청계광장을 완전히 틀어막지는 못했다. 문화제에 참여한 1만여 명의 시민들은 종각 쪽으로 이동해 4거리를 점거한 체 농성을 시작했다.

    9시 30분 경, 시민들이 종각 앞을 완전히 점거하자 경찰은 빠른 속도로 진압작전을 전개했고 이 과정에서 연행자와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은 시민들을 인도에 밀어 넣었지만 시민들은 인도를 통해 다시 대로로 빠져나왔다. 그렇게 경찰과 시민간의 쫒고 쫒기는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강기갑 대표 등 민주노동당 최고위원들과 당직자들이 종각에서 농성하고 있다. 이날 민주노동당은 끝까지 시민과 함께 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사진=정상근 기자)
     

    한편 시민들과 함께 종각에서 농성하던 강기갑 대표 등 민주노동당 최고위원들은 진압이 마무리되던 중 도로에 앉아 “우리도 잡아가라”며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강 대표는 “대한민국은 패권 야욕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있는 부시 대통령을 거부해야 하는데 경찰이 막고 있다. 여기가 미국 땅인가? 경찰이 미국 경찰인가?”라며 격하게 비판했다.

    물대포 무용지물 만든 시위대

    대부분의 시민들은 종로2가 쪽으로 이미 나가 있던 <아고라> 등 천 여명의 시민들과 합류해 스크럼을 짜고 경찰의 진입작전에 대비했다. 곧 경찰은 빨간 물대포를 뿌리며 시민들을 몰아붙였고 시민들은 폭죽을 터뜨리고 계란과 물병 등을 던지며 저항했다. 경찰에 의해 뿔뿔이 흩어졌던 시민들이지만 엄청난 함성을 지르며 저항의지를 보여주었다.

    경찰은 다시 한 번 진압을 시작해 시민들을 인도로 몰았지만 시민들은 다시 종로3가 쪽으로 진출해 다시 대오를 형성하고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시민들이 계속 이동하며 방어선을 구축하자 경찰의 물대포는 무용지물이 되었고 경찰도 기습적으로 뛰어서 진압을 시도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경찰이 쫒아오기 바쁘면서 해산은 어려워졌지만 연행자는 속출했다. 미란다 원칙 고지도 없었고 도망가는, 저항하지 않는 연행자들을 이리저리 흔들어가며 거칠게 연행했다. 한 상가에 들어갔던 시민들을 쫒아가 연행하기도 했다.

    연행자를 취재하는 기자에게 “잡아가겠다”며 협박을 하고 <뷰스앤뉴스> 최병성 기자가 경찰에 밀려 부상을 당하고 <경향신문> 기자가 연행되는 등 기자들의 수난도 이어졌다.

    연행자 취재 기자에 협박

    종로3가로 진출했던 시민들은 다시 종로4가 쪽으로 이동했다가 상당수는 해산하고 다른 시민들은 종각에 있던 시민들과 합류했다. 또 서울 시내 곳곳에서 몇몇이 무리를 이루어 게릴라 형식으로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11시 40분 경 종각에서 농성하던 강기갑 대표 등 민주노동당 최고위원들은 명동성당으로 이동한 후 명동성당입구에서 농성을 시작했으나 경찰은 명동성당 입구까지 진출해 당원 및 시민들을 무차별 연행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최형권 최고위원 등 일부 지도부와 당직자들이 연행되기도 했다.

    남아있는 시민들은 다시 명동성당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강기갑 대표는 "오늘 밤을 잊지 말고, 민주화를 다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갖고 끝까지 함께 하자"고 제안했고 이에 시민들이 호응하며 다시 거리행진을 시도하고자 했으나 경찰에 의해 차단되고 오히려 새벽 1시, 경찰의 무지막지한 연행이 시작되었다.

       
     ▲경찰이 빨간 색소의 물대포를 쏘아대자 시민들이 폭죽을 터뜨리며 저항했다.(사진=정상근 기자)
     

    경찰은 경고방송까지 생략하고 시민기자단과 인도에 올라선 사람들까지 거칠게 연행했다. 경찰 사이에서는 기자 완장을 찬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연행하라는 무전 내용이 울려퍼졌고 이에 격분한 시민들이 “나도 잡아가라”며 소리를 지르는 등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후 200여명의 시민들은 다시 명동성당 부근에 모여 농성을 이어갔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남은 시민들에게 밤샘농성을 제안했고 시민들이 받아들여 명동성당 앞에서 농성이 이어졌다.

    한편 이날 경찰은 밤 12시 기준 135명을 연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는 중학생까지 포함되어 있다. 명동성당 부근에서 이루어진 연행까지 합하면 150명은 넘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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