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시 방한반대 촛불 폭우 속 3천명
    By mywank
        2008년 08월 03일 12: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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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들이 부시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손기영 기자)
     

    5일 조지 부시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2일 저녁 7시 청계광장에서는 3천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부시방한 반대’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은 5일 집중 집회를 알리기 위해 ‘가두 홍보’에 나섰으나, ‘기동대’까지 투입한 경찰은 시민 13명을 연행하는 등 강경집압을 벌였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재협상 없는 방한은 없다, 미국은 재협상에 나서라’, ‘국민의 뜻을 따를 의지가 없으면, 이명박은 부시와 함께 이 땅을 떠나라’ 등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대통령을 함께 비판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눈에 많이 띄었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남성은 “이제 대한민국 국민들이 든 ‘촛불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미국도 알 것”이라며 “부시대통령이 방한하는 8월 5일 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들어, 부시대통령을 놀라게 하자”고 말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서는 ‘율동 공연’도 진행되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문화제 현장에서 만난 박세태 (25)씨는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건강권을 볼모로 광우병 쇠고기까지 사오면서,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려고 했지만, 부시는 동맹을 강화하기는커녕 ‘독도 문제’를 통해 우리나라 국민들을 철저히 배신했다”고 지적했다.

    유예진 씨는 (20)는 “우방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게 도움을 주고 그래야 하지만, 한미 FTA·미국산 쇠고기 문제 그리고 독도 문제까지 철저하게 우리나라를 이용하려고 했다”며 “우방이라 아니라, 자신들의 ‘예속국가’ 쯤으로 생각하는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반길 이유가 있겠냐”고 비판했다. 이어 "쇠고기 재협상 할 생각 없으면 아예 오지 말라"고 강조했다.

    문승국 씨(28)는 “부시대통령의 방한선물로 재협상을 염원하는 수만 개의 ‘촛불’을 선물해 주자”며 “그동안 ‘반미’라는 말이 무언지 잘 몰랐고, 스스로 반미주의자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지만, 지난 쇠고기 협상을 때부터 ‘반미감정’이 저절로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청계천변 산책로를 따라 행진하는 시민들. (사진=손기영 기자)
     

    저녁 7시 40분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은 오는 5일 부시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열리는 집중 촛불문화제를 알리기 위해, 명동과 종로 일대에서 ‘가두 홍보’를 벌이기로 했다. 하지만 경찰은 차벽과 전경들로 청계광장 주변을 봉쇄해, 이를 막았다.

    청계광장에 조금씩 내리던 안개비는 어느 덧 ‘장대비’로 변했다. 길목이 완전히 가로막힌 시민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청계천변 산책로를 따라 행진했다. 청계천에는 ‘지금 폭우가 내려 청계천의 수위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신속히 대피하여 주십시오’라는 대피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쇠고기 협상 보고 반미가 됐다

    방송을 들은 시민들은 청계천 변을 따라 신속히 이동했고, 종로와 명동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출입계단을 통해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수위가 올라가고 있던 청계천으로의 진출입을 막기 위해, 이미 계단의 모든 게이트는 잠겨있었다.

    시민들은 “좀 있으면 수위가 높아진다고 하는데, 사람들 못나가게 막으면 어떻하냐”, “이러다 우리 떠내려가는 거 아니야”라고 항의했다. 주변에는 시위진압을 위해 다른 장소로 이동하고 있던 경찰관들이 있었지만,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경찰은 시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15분 뒤에서야 게이트에 설치된 자물쇠를 풀어줬다.

       
      ▲이날 처음 투입된 경찰기동대. (사진=손기영 기자)
     

    청계천에서 나온 시민들은 예정대로 종로와 명동 방향으로 ‘가두 홍보’에 나서려고 했지만, 경찰은 한화빌딩 앞 사거리에서 종로 2가 방향으로 나가는 길목을 다시 봉쇄했다. 길목이 막힌 시민들은 종로 주변에서의 ‘가두홍보’를 포기하고, 명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시방한 반대 한다”, “재협상을 실시하라”. 가두홍보에 나선 시민들은 주말을 맞아 명동 주변을 찾은 다른 시민들에게 5일 집중 촛불문화제의 참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경찰은 다시 시민들이 있던 명동 밀리오레 앞 차로 양쪽을 완전히 봉쇄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이날 처음으로 집회에 투입된 ‘경찰기동대’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경찰이 진압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시민들은 스크럼을 짜고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기동대가 한 시민은 “오늘은 연행자와 부상자가 발생되면 안 됩니다”라고 외치며, 다른 시민들에게 ‘몸조심’을 당부했다.

       
      ▲경찰에 강제진압에 맞서 스크럼을 짜고 있는 시민들. (사진=손기영 기자)
     

    밤 9시 반 “해산하지 않으면, 색소를 섞은 물포를 사용 하겠다”는 경고방송이 흘러 나왔다. 이어 명동 밀리오레 주변 양쪽 차로를 완전히 봉쇄하고 있던 경찰은 살수차와 경찰기동대를 앞세워 강제진압에 나섰고, 차도에 있던 시민들을 인도 쪽으로 몰아넣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경찰에 진압을 피해 인도 쪽으로 몸을 피했지만, 10여명의 시민들이 계속 차도에 남아 경찰에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차도에 있던 시민 4명과 이를 취재 중이던 <한겨레신문> 허 아무개 기자까지 강제로 연행했다.

    특히 허 기자는 연행 당시 “나는 기자다”라며 자신의 신분을 밝혔지만, 경찰은 그를 호송차에 태웠다. 하지만 뒤늦게 신분을 확인한 경찰은 10분 뒤 그를 풀어줬다.

    밤 10시가 넘자 경찰은 주변에 배치된 물대포차와 병력을 철수시켰고, 다시 차량을 통행시켰다. 한편, 시민들은 자정이 넘어서 까지 명동역 주변 인도와 명동성당 앞에서 “이명박은 물러가라”, “평화시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시위를 벌인 뒤, 자진해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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