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 당선, 비전없는 진보 향한 준엄한 경고
    2008년 08월 01일 10: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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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손기영 기자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후보가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강남3구’에서의 압도적 지지를 기반으로 주경복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두 달이 넘게 계속된 촛불의 위력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신자유주의, 부자중심의 교육을 가장 강력히 실현하겠다는 사람이 촛불의 중심지 서울의 교육감으로 당선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촛불이 결국 정치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 아니냐며 당혹감과 함께 패배감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그런대로 주경복 후보가 선전한 것이라며 서로를 다독이는 모습니다.

물론 좀 더 구체적인 자료를 가지고 면밀한 평가를 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도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선거에서 소위 진보후보가 패배한 것은 분명한 것이고, 그 원인을 냉철히 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 결과는 이른바 촛불 정국이 진보진영에게 보여주는 준엄한 경고의 메시지고 생각한다.

이명박-한나라당-신자유주의 맞서는 총체적 비전 없어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이명박 정부의 집권 초기에 진행된 선거였다. 보통 집권 초기에는 집권세력에 대한 기대심리가 정치적 지지로 나타나고 따라서 대부분의 선거에서 여권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 강부자, 고소영 내각과 소고기 협상 등 정권의 예상 밖의 실정이 없었다면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의 강세가 지속되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권의 잇따른 실책이 정권 초기에 반대의 공감대를 광범위하게 형성하는 기현상을 일으켰다. 그리고 주경복 후보는 이런 ‘바람’을 타고 선거에 나서게 되었다. ‘촛불후보’니 ‘이명박 정권 심판’이니 하는 구호가 이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 서울교육감 선거기간 동안 네티즌들이 만들어 퍼뜨린 블로그용 주경복후보 홍보 이미지 
 

그러나 이런 ‘예외적인 바람’은 주경복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는 데는 기여했지만 당선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주경복 후보의 공약을 보면서 ‘0교시 반대’, ‘영어몰입교육 반대’ 등 반대만 있고 대안이 없어서 적극적인 지지층 결집이 되지 않았다고 보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일부의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평등한 교육과 학생들의 권리에 대한 강조 등 주경복 후보의 공약을 보면 분명하고 창조적이 대안들이 많이 있다.

나는 공정택 후보에게 주경복 후보가 밀린 것은 분명한 ‘이미지’ 혹은 ‘총체적 비전과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정택은 경쟁중심으로 학력을 신장시키겠다는 교육관과 함께 이명박 정부와 함께 신자유주의 정책을 교육영역에서 추진하겠다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한데 반해 주경복 후보는 학생들의 인권이 중심이 되는 교육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한나라당-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비전에 맞서는 총체적 비전을 분명히 제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는 주경복 후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대해 신자유주의의 강화라는 분명한 대안을 주장하는 우파들에 비해 신자유주의 반대 이상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한 진보진영의 한계에서 기인한 것이다.

보수정권 반대가 곧 진보진영 지지는 아냐

공정택은 주경복 후보에 비해 떨어지는 공약의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한라라당-우파-공정택으로 연결되면서 분명한 신자유주의적 비전의 한 고리로서 교육에서 경쟁 강화를 통한 학력신장을 내세운 반변, 주경복 후보는 후보만 있었지 공정택에게 이명박-한라라당처럼 총체성을 부여하는 존재가 없었고, 주경복 후보의 교육정책이 지향하는 총체적 사회개조의 비전이 공정택에 비해 약하게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결과 이명박은 반대하는 사람들을 강력한 지지세력으로 결집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는 주경복 후보의 무능이라기보다는 이 땅 진보진영 전체의 무능의 결과인 것이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보자. 주경복 후보는 촛불정국이라는, 정권초기에 예외적으로 반정부 의식이 비상히 고조된 상황에서 선거를 치렀다. 그러나 총체적 비전의 부재로 패배했다. 촛불은 이명박 정권에 반대하기는 하지만 총체적 사회개조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진보를 열정적으로 지지하지도 않은 것이다.

이는 진보진영에게 촛불에 안주해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총체적인 극복 비전과 행동을 제시하지 않으면 촛불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적어도 강하게 결집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는 냉정한 경고를 의미한다.

이명박의 국정철학 전반, 우파들의 신자유주의 국가 운영 모델을 총체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국가사회 모델을 수립하고, 이를 투쟁 속에서 대중화-현실화하지 않는 이상 진보진영의 앞날도 반짝하는 국면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정치적 패배만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무겁게 보여주고 있다.

레드컴플렉스에 ‘유능한 반대자’ 그 이상이 되어야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집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주경복 후보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자 공정택 후보가 막판에 플래카드에 써 넣은 문구다. 이렇게 선거를 이념구도로 몰고 간 것이 공정택이 승리한 비결이라고 하는 분석도 많이 있다. 나는 공정택의 색깔론이 위기감을 자극해 공정택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데 일정한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교조 운운이 주경복 후보 지지자들을 공정택 후보 지지자로 돌려세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데 대략 이견이 없을 것이다.

8~90년대에 레드컴플렉스는 운동세력에 대한 지지를 떨어뜨리고 탄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레드컴플렉스는 많이 약화되었고, 그 결과 운동세력에 대한 직접적 타격 보다는 기득권세력의 위기감을 자극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역으로 진보세력에게 레드컴플렉스 자체보다는 우파가 레드컴플렉스를 통해 자기 지지세력을 결집을 공고히 하듯이 진보정치세력의 결집을 공고히 할 수 있는 기제가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강력한 대안구상이든, 우파 집권에 대한 위기감이든 우리가 사회에서 진보 전반이 공유할 이성적 정서적 코드가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제 우파들의 공격적 레드컴플렉스가 아니라 방어적 레드컴플렉스에 맞서는 진보 전반이 공유할 이성적 정서적 가치와 대안을 적극적으로 형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앞의 총체적 국가운영 모델의 수립과 깊은 연관이 있은 문제일 뿐만 아니라 ‘민주’를 넘어서는 ‘진보’의 정치적 기반을 강하게 형성하는 꼭 필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이를 게을리 하면 진보는 파편화된 이미지 이상을 가지기 힘들 것이고 유능한 반대자일 수는 있어도 선택할만한 대안세력이 되기는 힘들 것이다.

강남 보수층의 ‘묻지마 지지’

   
 ▲ 주경복후보 홍보동영상 중에서

이번 선거를 보면 공정택 후보는 강남, 서초, 송파 등 소위 ‘강남3구’에서 주경복 후보를 더블스코어로 앞지르며 승리의 발판을 다졌다. 이 강남3구는 이번 선거에서 유독 투표 참여율도 높았을 뿐만 아니라 표의 결집도가 어느 때 보다 높았다.

이를 보며 일부에서는 강남 계급투표의 승리라고도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다. 강남은 한국 사회 기득권세력으로서 철저하게 자신들의 계급적 이해에 따라 투표를 했고 결국 승리했다.

그러나 강남3구가 자신의 동네에 임대아파트 같은 것 지어서 물 흐리게 하지 않겠다는 것을 넘어서 공정택 후보의 정책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투표했는지는 의심스럽다. 공정택 후보의 간판 공약인 학교선택제는 소위 ‘8학군’에 대한 강남의 독점권을 위협할 것이 분명한데도 강남3구는 공정택을 적극 지지한 것이다.

나는 이 장면에서 강남3구에 밀집한 보수세력들이 이명박 정부 초기 촛불집회 등으로 정권이 흔들리는 상황을 보면서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고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다’는 생각으로 공정택을 ‘묻지마 지지’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권의 위기 상황, 전교조 운운하며 우파의 결집을 강조한 공정택의 선거운동, 강남 50대 이상 노년 유권자들의 강력한 결집 등등은 그 가능성을 높여주는 상황적 요인이다. 특히 임대아파트 건설 반대 등은 부동산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강남의 보수세력에게 오히려 공정택을 지지해야할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대안 제시 못하면 촛불은 춧불일 뿐

이렇게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회적 정의 따위에는 무관심한, 자기의 아이들이 가난한 아이들과 어울리면 ‘물 버린다’고 생각하는 무서운 이기심, 아파트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자식이 받을 차별과 멸시야 당연한 것이라는 이 노골적인 이기주의에 맞서지 않고서는 한국에서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힘들 것이다.

이런 면에서 교육과 부동산 등 생활정치에서 부터 벌거벗은 이기주의에 대한 강도높는 비판과 공격을 감행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싸움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이 욕망의 카르텔은 한국 사회 전반을 질식의 상태로 몰고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지난 대선과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보여주고 있다.

좌파는 보통 개인의 책임보다는 개인을 그렇게 만든 사회적 구조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이를 바꾸는데 힘을 집중한다. 그러나 보니 개인의 사회적 책무와 도덕적 삶에 대해서는 강조하기 어렵고 이는 자연스럽게 우파의 영역으로 방치되기도 한다. 물론 강남공화국에 생산-재생산하는 구조에 대한 공격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 해서는 공론의 장에서는 조용히 있다가 기표소에만 들어가면 욕망의 노예가 되어 벌거벗은 이기주의에 따라 투표하는 행태를 멈출 수 없다. 따라서 이후에는 개인의 삶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의무에 대해 진지한 성찰하고 욕망의 이기주의에 대해 보다 철저한 비판과 공격과 비판을 감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번에 주경복 후보가 얻는 표는 결코 적은 표는 아니다. 그러나 주경복 후보가 反이명박, 反한나라당 연합후보였다는 점, 민주당부터 사회당까지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지지한 후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많은 표를 얻은 것도 아니다. 딱 그만큼의 표를 얻은 것이고, 이렇게 본다면 이번 선거에서 주경복 후보는 촛불 정세의 힘을 거의 받지 못했다고 봐야할 정도다.

결국, 촛불은 이명박 정권의 정책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고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을 대중화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가 있지만, 진보진영이 반대를 넘어서 총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촛불은 촛불일 뿐, 진보진영의 정치적 진로는 험난할 것이라는 점을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분명히 보여준다. 이런 면에서 이른 패배감도 문제지만 섣부른 자위는 진보진영에게 더 큰 독(毒)이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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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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