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보험사 돈벌이 위한 '봉'인가?
    2008년 08월 01일 04: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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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제주도에서 국내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논란이 일단락되었다. 제주도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국내 영리법인 병원 도입을 막아 이명박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는 하나의 큰 흐름을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제주도민 덕분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물론 언젠가는 이들이 또 다시 영리법인 병원 도입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제주도민의 조사 결과에서 국내 영리법인 병원 도입을 반대한다는 의사가 확인된만큼 다시 또 추진하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터여서 정부로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국내 영리법인 병원 도입 문제가 이처럼 다행스럽게 일단락되어 한숨을 돌리려 했는데, 느닷없이 의료민영화의 또 다른 문제가 터졌다.

이번엔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였다. 전국민 개인정보를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와 연계하겠다는 정부의 생각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 정책자료집인 ‘성공 그리고 나눔’에도 명시되어 있던 것이며, 지난 3월초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문서에서도 언급되었던 내용이다.

민간보험회사에게 국민개인정보를 넘겨주는 명분과 통로

이것이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의 내용은 금융위원회(과거 금융감독위원회)가 보험사기 예방 차원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에 개인정보를 요청할 경우 이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교묘한 포장술이 포함되어 있다. 첫째는 민간보험회사가 직접 요청하는게 아니라 ‘금융위원회’가 요청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민간보험회사가 금융위원회 뒤로 숨어 직접 화살을 맞는 것을 피하고자 했던 것 같다.

둘째는 ‘보험사기’를 명분으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전국민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보험사기’와 관련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 사진=보건의료노조

그러나 이런 포장은 쉽게 들통나기 마련이다.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미 사법부가 판결을 내리기 위해 요청할 경우 공공기관은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한 검찰 등 수사기관은 보험관련 범죄가 발생하면 형사소송법 199조와 공공기관 개인정보 관련법 10조3항을 근거로 건보공단에 질병정보를 요청해 열람할 수 있다. 따라서 보험사기 범죄사건의 경우도 이런 점을 활용할 수 있으며, 이미 그렇게 해오고 있었다.

곧 들통날 이명박 정부의 숨은 의도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보험업법을 개정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금융위원회’가 이런 범죄수사나 재판에 필요한 것이 아닌 경우에도 국민의 개인정보 열람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범죄가 아니라 범죄로 ‘의심’이 되더라도, ‘보험사기’에 대한 확증이 없고 ‘보험사기로 의심’ 되더라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다.

사실 이렇게 되면 금융위원회는 보험사기를 핑계로 전국민의 개인정보 열람을 남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금만 의심이 되더라도 이를 확인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에서는 ‘효율적인 확인’이라고 표현하지만, 그만큼 손쉬운 확인 방법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민의 사생활 침해와 정보유출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데 있다. 만일 ‘의심’이 되어 개인정보를 확인한 결과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그 사람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아마도 이에 대한 윤리적 검토조차 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더군다나 이런 식으로 금융위원회를 통하여 개인정보의 확인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보험회사는 수많은 국민들을 ‘보험사기 범죄 잠재적 가능자’로 여기며 개인정보 확인을 요청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보험회사는 전국민의 개인질병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 ‘보험업법’ 개정안은 금융위원회를 앞장세우고 ‘보험사기’를 명분삼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정보를 보험회사가 빼돌릴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인 것이다. 이를 통해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를 도모할 작정을 이명박 정부가 하고 있다.

국민의 개인정보를 활용하여 돈되는 사람만 가입시킨다

보험회사가 이처럼 전국민의 개인정보를 활용하여 무엇을 하려는지는 너무나 분명하다. 이미 보험업과 관련된 많은 연구논문과 발표자료에서 보험업계는 보험가입 신청자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내리는 이른바 ‘언더라이팅’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표현을 지난 10년이 넘게 주장해왔다. 전국민의 개인정보를 활용하여 보험가입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속내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이제는 우리 국민들이 개인정보와 사생활에 대한 인권적 의식이 성숙하고 개인정보 누출에 대하여 민감해 지자, 보험업계는 그동안 주장해왔던 솔직한 주장 – 언더라인팅에 사용하겠다는 주장 – 을 내세우기가 힘들어졌다.

돈 많고, 건강한 사람만 보험들라?

   
 ▲ 드라마 <라이프 특별 조사팀>
 

그래서 ‘보험사기 예방’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세웠다. 보험사기로 연간 1조원 이상이 지출된다는 근거없는 허풍을 떨기도 하고 ‘보험사기’에 대한 국민의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드라마 제작(MBC에서 방영된 ‘라이프 특별 조사팀’)까지 지원하는 등 나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개인정보를 은근슬쩍 빼돌리려는 술수를 부리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전국민의 개인정보가 보험회사에게 넘겨진다면, 결과는 뻔하다. 보험회사는 건강하고 돈 잘버는 사람은 어떻게든 자신의 보험에 가입시키려 하면서, 희귀질환에 걸렸거나 장애인이거나 빈민이거나 예전 어떤 병을 앓았던 적이 있는 사람이거나 부모가 유전적 소인이 큰 질병을 앓았던 사람들조차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배제시키는 차별이 발생할 것이다.

국민하고 또 한판 붙자는 것인가?

이제는 우리 국민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명박 정부는 또 다시 거짓말을 했다. 입만 열면 ‘안한다, 안한다’ 하지만 결국 할 것은 다 하려 든다. 의료민영화 안한다면서 국내영리법인 병원 도입을 추진했고, 이것이 막히니 이제는 전국민 개인정보를 민간보험회사에게 넘겨주려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그런데 만일 이명박 정부가 이런 식으로 밀어붙여 전국민 개인정보가 보험회사에게 넘겨주려고 시도한다면, 이건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만큼이나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외교면 외교, 경제면 경제, 교육이면 교육,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이런 식으로 자꾸만 국민들과 갈등을 빚는 정책을 내놓으려는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정말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 싶은 것인지 정말 궁금할 뿐이다.

그런데 또 이명박 정부는 도발을 하고 있다. 국민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민간보험사의 배를 불리워주려고 한다. 이것은 국민에 대한 도발이다. 국민하고 또 한판 붙자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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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31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 보낸 원고를 수정, 보완하여 다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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