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 정파-사회주의 논쟁 불붙었다
        2008년 07월 31일 05: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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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전진’이 뜨겁다. 진보신당 내 최대 정파라고도 할 수 있는 전진이 지난 23일 당 토론게시판에 ‘변혁운동의 과제와 전략주체’란 제목의 총노선을 공개한 이후 일부 당원들로부터 ‘해체 요구’까지 받는 등 당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여기에 전진을 옹호하는 당원들이 가세하면서 몇일 째 떠들석한 토론장을 형성하고 있다. 

    일부 당원 ‘해체’ 요구까지

    이러한 비판의 논점들은 다양하지만 전진과 같은 정파들의 존재가 당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인지, 전진이 총노선에서 밝힌 “노동운동-정당운동-사회운동 전반에 걸쳐 지도력을 갖는 정치조직”이란 개념이 어떤 의미인지, 사회주의노선에 문제가 없는지가 주요 논점이 되고 있다. 또 총노선 문건에 묻어나는 소위 ‘운동권 사투리’에 대해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전진에 대해 옹호하는 당원들은 정당 내 정파의 조직과 참여 등은 자율적인 것이며 정파 안에서의 고민과 방향들을 당원들에게 떳떳하게 내 놓고 당원들로부터 평가를 받는 것은 오히려 권장되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진에 대한 옹호 여부에 떠나 사회주의 노선은 진보정당으로서 당연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원인 중 하나는 현재 진보신당 내에 ‘새로운 당원’들의 수가 급증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갑자기 ‘그들에게는’ 낯선 ‘전진’이란 단체가 총노선을 등록해 놓고 어떤 해설도 붙여놓지 않은 것이다. 아이디 ‘토끼풀’은 “전진의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진의 과정을 우리가 모른다는 것”이라며 “과정이 없는 것들은 두려움을 준다”고 말했다.

    현재 전진 소속 당원들 일부가 글을 통해 논쟁에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전진의 공식적 입장이 나오지 않으면서 논쟁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총노선이 올라온 23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 새 당 토론게시판에는 100여개 가까운 글이 올라오며 뜨거운 논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다수는 정파 존재 인정

    정파의 존재에 대해선 진중권 당원 등 일부 당원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지만 토론에 참여한 대부분의 당원들이 ‘존재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아이디 ‘왼쪽날개’는 “대중정당인 이상 당내에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할 수 있고, 비슷한 의견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서 의견을 형성하는 것은 한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진과 같은 정파들이 생겨나면 다수의 논리로 당내 모든 결정사항을 주도해 나가지 않을까 하는, 소위 ‘패권주의’에 대한 우려다. 특히 전진이 총 노선에서 밝힌 “노동운동-정당운동-사회운동 전반에 걸쳐 지도력을 갖는 정치조직이 전진의 임무”라고 밝힌 것 같이 문단 곳곳에서 나오는 ‘지도’의 개념은 이러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왼쪽날개’는 “문제의 핵심은 이 그룹들이 ‘지도’를 관철하겠다는, 당을 바라보는 이들의 관계설정 방식 자체에 있다”며 “그들의 당내 활동이 당내의 논의와 결정을 실질적으로 구조화하고 계열화하는 것이라면 그러한 모든 당내 활동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 평당원 민주주의의 구조적 확립이 전제되고 이를 통해 당내 정치조직들이 의견그룹으로써 평등한 논의과정에 수평적으로 함께 참여하며 자신의 내용과 지향이 진정 올바르다면 당 내부 논의에서 승인되고 결정될 수 있는 의결과정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대필’도 “난 어느 곳에도 소속된 곳이 없는 진보신당 평당원으로 당 대회에서 의결을 행사할 권리가 주어진다면 소신에 따라 투표를 할 것이고 발언권이 주어진다면 개인 자격으로 발언할 것”이라며 “그런데 전진에서 결정사항에 따라 단체적으로 투표를 한다면 나의 권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이것이 집단이 가하는 개인에 대한 폭력”이라고 우려했다.

    "’지도’ 개념 내부에서도 논란 있었다"

    이어 “사회주의 혁명을 하든, 무엇을 얘기하든 좋으나 어떤 의견집단으로서 당에 어떤 권리를 요구하거나 단체의 이름으로 결정된 사항을 공표하지는 말아달라”며 ‘전진 총노선’을 당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전진 구형구 집행위원장은 “‘지도’의 개념에 대해 전진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었지만 노동-정당-사회운동 과정에서 적극 결합해 나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라며 “패권을 노린다거나 당직선거에 조직적 출마하는 것은 우리 역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진이 채택하고 있는 사회주의 노선에 대한 논박도 이어지고 있다. 아이디 ‘fender’는 “진보신당, 혹은 당내의 특정 정파가 어떤 형태로든 사회주의적 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자유지만 최소한 사회주의를 공개적으로 내세워서는 답이 나오질 않는다”며 “대한민국에서 당 이름에 ‘사회’나 ‘노동’이 들어가는 정당이 집권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라고 말했다.

    이어 “좌파적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이 되는 것은 몰라도 ‘좌파 정당’이 되어버리면 어마어마한 선전 노력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지지율 확보는 물 건너가는 것”이라며 “탈 이념적 정치현실에 이념적 접근방법을 고수하는 정치조직이 문제이고 특정 이념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국민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는 태도가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V.I.L’은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반대와 공동체적 연대에 기초하여 나가야 하기 때문에 사회주의라는 개념을 폐기해서는 안되며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사회주의라는 용어를 숨겼을 경우 그것은 극우세력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게 된다”고 말했다.

    ‘사회주의’ 용어 놓고 팽팽

    그는 이어 “사회주의란 명칭, 노동당이란 명칭은 감추고 숨길 때 무시무시한 것이지 드러내놓고 공개하고 회자될 때는 이미 무시무시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반헌법적 이념과 조직이 아닌 진보세력들이 사회주의라는 명칭을 두려워하고 애써 숨길 필요는 전혀 없고 오히려 당당히 전면에 내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구형구 집행위원장은 “연초 분당을 하면서 ‘민주노동당 내 의견그룹’이란 노선에 대해 수정이 필요했으며 몇 차례 회의와 지역순회토론을 통해 결정한 것이 이번에 올라온 총노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노선이 자주 수립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중과 진보신당 당원들에게 공개할 필요성을 느껴 올렸는데 지적대로 앞뒤설명이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각의 ‘전진’해체 의견에 대해선 “정치조직은 있을 수밖에 없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민주노동당의 정파 폐해는 심각했고 그런 줄서기, 조직투표 등은 막아야겠지만 정파 간 경쟁을 통해 당원의 지지를 구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전진 조직에 대해선 “현재 400여명이 가입되어 있는데 정비를 끝내고 나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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