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나
    By mywank
        2008년 07월 31일 05: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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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부독재가 시민항쟁으로 무너져가던 80년대 후반, 교육의 민주화와 인간화를 선언하며 나선 교사운동에 정권의 물리적, 이데올로기적 탄압은 상상을 넘어섰다. 수천 명의 교사들이 손발이 묶여 경찰서에 끌려가고, 학교현장에서 쫓겨나는 고난의 시절을 겪을 때, 그러나 사람들은 전교조 선생님들을 지지했다.

    사람들의 희망과 믿음이었던 시절

    참교육의 희망을 한몸에 받으며, 모든 집회와 시위 장소에서 전교조(전교협 포함) 깃발은 박수와 환호의 대상이었다. 전교조 노래는 교사든 아니든 모두 따라하는 ‘인기곡’이었다.

    그로부터 20년, 전교조는 더 이상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나 믿음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적지 않은 사람들은 눈을 흘기며 전교조와 조합원 선생님들 바라보고 있다. 보수 우파들은 반전교조의 깃발을 높이 세우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지경에까지 왔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는 이런 전교조의 처지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반전교조’의 구호가 ‘반이명박’을 눌렀다. 적어도 투표를 한 사람들의 선택 결과에 한해서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 동안 무엇이 교육의 희망이었던 전교조를 교육현장의 ‘기피 대상’으로 만들었을까.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집니다’

    제 17대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된 공정택 후보의 선거현수막 문구다. 공 후보를 비롯해 그를 지지했던 보수성향의 단체들은 이번 선거를 ‘전교조 대 반 전교조’의 구도로 몰아가며, 전교조의 지지를 받고 있는 주경복 후보를 공격했다.

       
      ▲신정역 주변 횡단보도 앞에 내걸린 공정택 후보의 현수막. (사진=손기영 기자)
     

    대표적으로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29일 뉴라이트교사연합은 노골적으로 전교조와 주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획일적 평등교육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전교조 성향의 교육감이냐, 평준화를 보완한 교육정책으로 자녀들에게 꿈과 비전을 제시하는 교육감을 탄생시키냐는 이제 서울시민의 손에 달렸다”며 공세적으로 나왔다. 

    우파 "이명박보다 전교조를 더 싫어한다"

    이어 “전교조가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시각을 갖고 어린 학생들을 대해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며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서울시민들이 ‘6.25는 통일전쟁’, ‘교원평가제 반대’, ‘학교 선택제 백지화’, ‘미친 교육’, ‘이명박 OUT’ 이라는 구호를 버젓이 쓰고 있는 전교조 성향의 교육감후보들을 단호히 배척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상대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후보로 평가받고 있던 이인규 후보도 선거기간 동안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전교조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어 자신의 각종 선거홍보물 곳곳에 ‘이명박 OUT’과 함께 ‘전교조 NO’라는 문구를 넣으며, ‘반 전교조’ 전선에 함께 섰다. 

    주경복 후보 역시 전교조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전교조 지지 후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내세우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와 다른 방향의 움직임이 있었다. 주 후보는 각종 토론회나 인터뷰에서 “나는 전교조의 후보가 아니다”며 “전교조는 저를 지지하고 있는 단체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전교조 NO’라는 문구가 들어간 이인규 후보의 홍보물. (사진=손기영 기자)
     

    선거가 끝나자, 보수진영에서는 공정택 후보의 승리를 ‘전교조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라고 평가했다. 조갑제 씨는 31일 "반전교조 공정택이 친전교조 주경복을 눌렀다“며 ”유권자들은 이명박보다는 전교조를 더 싫어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교조의 처지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전교조 내부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우선 ‘전교조’ 쪽은 이런 현상에 대해 내부적인 원인보다는 외부적인 영향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교조 "외부 요인 크게 작용"

    전교조 임병구 기획국장은 “오랫동안 우리사회가 ‘과잉이념화’되고, 이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선거과정이 계속 반복되면서 발생된 현상 같다”며 “비정상적인 구도를 선거에 나오는 후보들이 바꿔보려고 노력하기는커녕 이를 더욱 고착화 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후보는 전교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시민들의 머릿 속에 더욱 각인시키려 노력"했으며 주 후보의 경우 “전교조 지지를 숨겼다기보다는, ‘득표 전략’으로 우회하기 위해 그런 방법을 택한 걸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교조 서울지부 천보선 정책위원은 “그동안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언론과 보수단체들로부터 전교조의 이미지가 많이 조작되어 온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도 처음 전교조가 만들어졌을 때 추구했던 방향과 활동내용에는 변함이 없는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 보수언론 등을 통해 왜곡되어, 반대만 하는 과격한 모습의 단체로 일반시민들에게 인식되어 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와는 결을 달리 하는 견해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전교조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전교조 내부적으로도 스스로를 되돌아보자는 논의들이 꾸준히 있어왔지만, 이번 선거 후에는 이 논의가 본격화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전교조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사진=전교조 광주지부)
     

    그는 전교조가 일반대중들에게 ‘비호감’이 된 이유에 대해 “전교조가 합법화 된 이후에 ‘조합주의’적인 흐름이 강화된 측면이 있었다”며 “교사들의 권리신장에 대한 성과는 있었지만, 학생 그리고 노동자와 서민 등 일반시민들을 위한 활동과 성과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강한 이념 지향, 약한 시민 요구 반영

    이어 “이와 함께 그동안 전교조가 이념지향적인 부분이 강했고, 교육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으려 했던 점도 있었다”며 “요즘은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학부모들도 자녀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은 욕구 때문에, ‘입시준비를 강화해 달라’, ‘보충학습 야자를 더 시켜달라’고 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호감’을 극복하기 위한 내부적인 논의들을 이야기하면서, “전교조가 단지 교원의 권리뿐만 아니라 노동자 서민 등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이념지향적인 부분도 어느 정도 줄여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며 “이와 함께 교육에 대한 일반대중들의 욕구와 정서를 어느 정도 인정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교육에 대한  일반대중들의 욕구를 인정하는 방법으로 ‘교원평가제’를 아예 수용하거나, 보충수업 거부나 외고 자사고 폐지 등의 주장 역시 거두자는 주장까지도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 교육감 시민선택’에서 간사로 활동했던 ‘좋은교사운동’ 김진우 정책위원장은 “역사적으로 전교조가 합법화 되기 이전에는 나름대로 도덕성 우월성을 갖고 있었지만, 합법화 이후에는 7차교육과정․NEIS, 교원평가제 문제등에 대해 반대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집단이기주의’가 발생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원평가제 반대가 영향"

    이어 김 위원장은 “결정적으로 국민 대다수가 찬성했던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면서, 국민들의 여론과 반대로 가는 모습을 보였다”며 “여기에 보수진영의 ‘색깔론’의 대상이 되면서, 과거에 비해 일반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고 전교조 내부에서도 ‘전교조란 이름을 걸면 될 것도 안된다’는 회의론이 퍼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연설을 하고 있는 주경복 후보 (사진= 손기영 기자)

     

    김 위원장은 또 “주경복 후보 역시 당장 조직적인 영향력은 있지만, 최종적으로 갈 때는 전교조란 한계가 명확히 드러날 것이란 판단 하에, 전교조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며 “특히 이번 선거가 일반국민들이 참여하는 직선제였기 때문에 더욱 이런 판단을 하게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이숙환 사무국장은 “전교조가 처음에는 아이들의 참교육을 위해 결성되었지만, 어느새 우리 아이들의 권리보다는 교직원들의 복리후생에만 신경쓰는 일반 노동조합쯤으로 학부모들에게 비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무국장은 “수업시간에 통일문제에 대해 교육한다든지 어린 학생들이 받아들이기에 과도한 내용을 가르치고 있는데, 학부모 입장에선 이런 것들이 열린 참교육이 아니라 ‘의식교육’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참교육과 의식교육

    이 사무국장은 또 “이와 함께 회사나 여러 곳에서 이미 업무에 대한 평가를 보편적으로 하고 있는데, 자신들은 평가에 대상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서강대 정외과 손호철 교수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와 관련 “이번 선거가 ‘이명박 대 반 이명박’ 구도가 아닌 ‘전교조 대 반 전교조’ 구도로 흘러갔다”며 “일반 대중들에게는 전교조가 중립적인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중립적인 성향의 대다수 일반 유권자들은 보수진영에서 펼친 이 프레임의 영향을 받아 ‘반 전교조’ 쪽으로 표심이 향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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