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 "원래 가진 사람은 무섭다"
    By mywank
        2008년 07월 31일 09: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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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공정택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린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대해, “애초에 가망이 없는 싸움, 그래도 ‘촛불’ 덕분에 박빙의 승부라도 연출할 수 있었던 같다”고 평가했다.

    진 교수는 31일 새벽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선거는 패했고, 이로써 의제의 확산에는 일정 정도 제동이 걸렸다”며 “하지만 제주에서 있었던 영리병원 저지의 성과와 더불어 이번 교육감 선거 싸움도 제가 보기에는 결코 나쁘지 않았고, 모두 훌륭하게 싸웠다”고 말했다.

    이어 진 교수는 공정택 후보 당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강남 몰표’ 현상을 지적하며 “원래 가진 사람들은 저렇게 무섭다”며 “‘못 가진 사람들이 못 가진 것은 무엇이 제 밥그릇인지조차 구별 못하는 그 순진함 때문’이라는 심 대표 얘기가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진 교수는 마지막으로 격려의 말을 전하며 “이 싸움을 이끌어온 주경복 후보께 ‘위로’를, 그를 도운 선거운동원과 자원봉사자들께 ‘격려’를, 투표마감까지 문자와 전화를 거느라 분주했던 진보신당과 아고라의 수많은 손가락들에게 ‘감사’를, 애초에 가망이 없었던 이 선거를 박빙의 승부까지 밀고 간 우리 모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 * *

    진중권 교수 글(전문)

    진보신당의 당원들도, 아고라의 회원들도,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 모두 할 수 있는 데까지 모든 힘을 다해 싸웠습니다. 애초에 가망이 없는 싸움, 그래도 촛불 덕분에 박빙의 승부라도 연출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선거는 패했고, 이로써 의제의 확산에는 일정 정도 제동이 걸렸지만, 제주에서 있었던 영리병원 저지의 성과와 더불어 이번 교육감 선거 싸움도 제가 보기에는 결코 나쁘지 않았습니다. 모두 훌륭하게 싸웠어요.

    강남의 계급 투표 보셨지요? 원래 가진 사람들은 저렇게 무섭습니다. 못 가진 사람들이 못 가진 것은 무엇이 제 밥그릇인지조차 구별 못하는 그 순진함 때문이겠지요. 심대표 얘기가 기억나네요. 종부세 도입됐을 때, 할아버지들이 그렇게 전화를 하셨답니다. "할아버지 몇 평 사세요" "나, 22평" "그럼 할아버지는 애초에 종부세 대상이 아니예요" 대한민국 돌아가는 원리가 대충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이건 디폴트 값이니 탓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꾸려고 우리가 진보신당을 만든 것이구요. 길은 좀 달라도 촛불을 들었던 수많은 시민들의 뜻도 바로 그것이겠지요. 오늘 밤을 축제처럼 보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유감이지만, 오늘의 축제를 1년 10개월 뒤로 잠시 미뤄 놓읍시다.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승리의 길을 찾아야지요. 승리가 그렇게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 애초에 현실이 이 꼴을 하고 있지는 않겠지요.

    이 싸움을 이끌어온 주경복 후보께 위로를, 그리고 그를 도운 선거운동원과 자원봉사자들께 격려를, 투표 마감까지 문자와 전화를 거느라 분주했던 진보신당과 아고라의 그 수많은 손가락들에게 감사를, 그리고 애초에 가망이 없었던 이 선거를 박빙의 승부까지 밀고 간 우리 모두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여러분, 정말 훌륭하게 싸웠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전사들에게 최고의 명예를…. 여러분, 당신들은 정말 최고의 전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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