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항 자유 상징→불결, 낙오 이미지
        2008년 07월 31일 09: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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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여행을 할 때였다. 이집트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이태리 피렌체 공항에서 환승 대기하는 동안이었다. 흡연 욕구가 간절했으나 비교적 시간적 여유도 있고 해서 짐짓 여유를 부리며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담배를 피우기 위해 ‘흡연 구역’을 찾기 시작했을 때에는 그 많던 흡연 지역이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그 큰 공항 구석구석을 헤매어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당장 담배 한 개비를 피지 못하면 다시 몇 시간을 참아야 할 생각을 하니 갑자기 초조감이 엄습해 왔다. 부랴부랴 매점직원에게 흡연지역이 있느냐 물으니 공항 내에는 없다는 대답으로 돌아온다. 혹시나 해서 여러 공항직원에게 물어보아도 돌아오는 것은 마찬가지다. 점차 환승시간이 다가올수록 공황장애에 가까운 금단증상만이 찾아 올 뿐이었다.

    어찌하여 알아낸 유이(有二)한 흡연방법은 엄청난 벌금을 각오하고 CCTV가 쫙 깔린 공항 후미진 곳에서 담배를 피거나, 공항 밖으로 나가 태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항 전체가 금연지역인 까닭인 것이다. 20여분 밖에 남지 않은 환승시간, 나는 결국 이태리에 입국신고를 해야만 했다. 5분 동안의 짧은 흡연을 위해서 말이다.

    너무나 문화적인, 너무나 경제적인

    언젠가 이 궁상맞고 초라한 기억을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때 함께 있었던 친구들이 박수치면 공감했던 흡연의 이미지는 다름 아닌 ‘낙오자’, ‘패배자’, ‘불결함’과 같은 극히 부정적 류가 대부분이었다.

    담배를 처음 배웠던 때 느꼈던 ‘저항’, ‘자유’와 같은 긍정적 이미지는 어느덧 흔적도 없이 사라졌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금연’이라는 시대적 조류를 쫒지 못해 ‘낙오’해버린 자들은 결국 밤을 새우며 술병과 담배연기로 방을 가득 채웠다.

       
     ▲ 사진 = 말보로 광고포스터

    지금은 비교적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담배소비는 담배회사들이 한 시대를 읽어 내는 능력과 그에 따른 광고, 마케팅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다.

    일찍이 담배회사들은 카우보이모자를 쓴 강인한 남성광고를 통해 카리스마 있는 강한 남성의 멋과 흡연과의 연관을 창조하였고, 이를 통해 남성들의 흡연율을 높이는데 적극 이용하였다.

    그 결과 담배회사들은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했다. 이 성공신화의 대표적인 브랜드가 지금도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말보로’ 이다.

    여담이지만 이 담배회사의 ‘카우보이’ 광고는 정치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쳤다. 남자들은 자신 내부에 내재되어 있는 남성성을 발휘하기 위해 전쟁이라는 남성들만의 잔치에 자발적으로 자원하여 동원되었던 것이다.

    결국 남자들은 군대에서 무한한 흡연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고, 자신의 ‘남성다움’을 과시할 수 있었다. 담배를 무료로 배급해주는 군대문화는 이때부터 생긴 전통인 셈이다.

    이후 이런 남성 중심적 담배 마케팅은 여성, 청소년층에게로 세분화되고 확대되었다. 그러나 단순한 확대가 아니라 문화적으로 기존 남성중심 사회 질서에 일정한 균열을 가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적극적으로 찾아낸 것이다.

    즉 담배회사의 문화 마케팅은 남성중심 사회의 금기와 억압으로부터의 ‘자유 분망한’, ‘주체적인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이런 문화적 수용을 통해 시장확대를 적극 모색했던 것이다.

    이는 1차 대전 이후 확대된 자본주의에서 여성들이 경제활동인구로 대거 참가하고 독립적인 경제력을 갖추는 시기와 묘하게 일치한다. 결국 1924년 미국 담배소비의 5퍼센트에 불과하던 미국 여성의 비율은 1931년에는 14퍼센트에 이르게 된다.

    1950년대 ‘메카시즘’으로 경직되고 획일화된 미국사회는 전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에게 좌절과 희망 없는 사회로 다가왔을지 모른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사회에 대한 ‘이유 없는 반항(제임스딘, 1955년)’의 세대를 거쳐, 전 세계가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과 ‘자유’의 물결로 넘실거리는 1960년대, 미국의 담배회사들은 다시 그 문화적 예민함을 마케팅에 적극 도입한다. 그 결과는 담배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이어졌음을 주지의 사실이다.

    담배회사들의 이러한 문화적 마케팅은 ‘저항’과 ‘자유’를 갈망하는 세대의 욕망과 맞아 떨어지면서 ‘담배’ 그 자체를 시대적 아이콘으로 떠오르게 한다. 제임스 딘, 자유로운 영혼인 히피들, 체게바라 등 60년대를 상징하는 문화적 아이콘 대부분은 이처럼 담배와 직·간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

    사실 담배의 ‘저항적 성격’은 1980년대 우리나라의 운동권에서도 발견된다. 가부장 질서와 억압적 사회분위기 속에서 자랐던 많은 남·여 대학생은 때로는 ‘담배’를 의식적으로 태우면서 시대와 구질서에 대항하여 ‘저항’하였다.

    담배산업의 성장과 위기

    이런 의미에서 담배산업은 그 자체로 상업적 경제적 성공뿐만 아니라 문화산업 발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상품의 기능과 효능을 강조하던 기존의 마케팅이 ‘영화’, ‘포스터’, ‘만화’ 등과 같은 문화적 기법들이 도입되고, 마케팅이 ‘상징’과 ‘이미지’라는 문화영역까지 확장된 것이다.

    이를 통해 이전 시대와는 다르게 소비자는 단순한 ‘상품구매’를 넘어 ‘문화’까지 수용하는 ‘적극적 소비자’로 재탄생되었다. 즉 상품생산이 문화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발전된 문화산업이 다시 상품 수요의 확대로 귀결되는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그 결과는 담배산업의 경제적 성공과 문화산업의 도약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성장한 세계 담배산업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세계보건기구 통계는 전 세계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수가 12억 명이 넘으며, 흡연을 위해 전 세계에서 소비된 담배는 2005년 한해 약 5조6,571억본(개비)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직, 간접적인 담배산업이 연간 3천5백억 달러(한화 350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담배산업의 규모는 여기에 국한되어 있지는 않다. 즉 담배 생산과 유통, 담배 생산을 위한 비료, 종이, 인쇄 등 담배산업에 온갖 물자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산업뿐만 아니라, 담배 마케팅을 위한 광고업 종사자, 담배 때문에 질병에 걸린 사람들을 위한 제약회사와 병원, 담배로 인한 화재를 진화하는 소방분야, 담배소송을 준비하기 위한 변호사 등까지 넓혀보자면 그 범위는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광범위하다.

    이러한 담배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의학의 발전되고 담배의 유해성이 밝혀짐에 따라 담배에 대한 사회의 전방위적인 ‘저항’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담배의 중독성과 유해성을 밝히지 않은 담배회사들에게 줄줄이 소송이 제기되고 있고, TV 등 공적 매체에서는 더 이상 담배광고가 상영되지 않으며, 담배포장에는 섬뜩한 경고문구로 담배는 포장되어진다. 또한 많은 나라에서 공공 공간에서의 흡연이 금지하지는 법률이 제정되는 등 흡연에 대한 법적·제도적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최근 ‘흡연’이라는 문화적 코드는 지난 담배역사에서와는 다르게 정반대의 ‘상징’과 ‘이미지’로 전환되고 있는 형국이다. 즉 사람들에게는 흡연 없는 ‘건강한 신체’, ‘청결과 위생’이 시대적 시대의 교양으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결국 ‘금연’을 결행하거나, 최소한 금연이라는 스트레스에 빠지고 있다.

    이렇듯 ‘흡연’에 대한 많은 법적·제도적 제재와 부정적 사회적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선진국(EU와 미국)에서는 담배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면 이러한 현상은 대부분 ‘선진국’ 또는 ‘복지국가’에서 나타나는 국한적인 모습일 뿐이다. 오히려 러시아,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 아시아 등 국가에서 담배시장은 상승되고 있으며, 흡연율 역시 결코 줄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왜 일반 선진국을 중심으로만 ‘금연문화’가 새롭고 강하게 제기되는 걸까?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사회·문화적 요인과 더불어 경제적인 요인이 크게 자리를 잡고 있다.

    흡연의 경제적 비용과 문화적 태도

    먼저 국가가 강력하게 금연정책을 펴는 경제적 요인을 살펴보자. 그 중 중요한 하나는 흡연으로 의한 질병 발생과 국가가 지불해야 하는 의료재정과의 관계 때문이다. 보통 흡연율이 높으면, 흡연과 관련된 질병 발생이 높아지게 된다.

       
     ▲금연홍보 포스터(사진=미시건주 금연관리공단)

    그런데 암, 심혈관질병 등 흡연 관련 질병 대부분은 그 성격상 고비용 질병이다. 또한 많은 암사망자의 직접적 원인(WHO는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의 91%, 다른 암 사망자의 16%, 심혈관 질병 사망자의 14%가 흡연에 의한 사망이라고 보고하고 있다)이 흡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담배를 피운다는 개인의 취향과 선호가 전체 국가의료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흡연의 성격 때문에 의료재정에 대한 국가부담이 클수록 국가는 개인의 흡연 억제를 위한 강력한 경제적 동인을 가진다.

    한 연구결과는 우리나라의 현재의 흡연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 흡연관련 질병의 경제적 비용은 6조 6천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의 흡연율을 캐나다 수준으로 줄일 경우 대략 1조 8천억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흡연의 예방 및 금연정책이 국민의 건강 증진과 의료비 감소에 절대적인 요인인 것이다.

    그러나 각국의 의료재정의 구조에 따라 국가의 금연정책은 정도의 차이를 발생시킨다. 대체로 총의료비 중 본인부담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흡연’에 비교적 관대한 문화와 정책을 보이고 있으며, 사회 또는 국가부담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금연’에 대한 엄격한 태도로 나타나는 것이다.

    즉 의료비의 본인부담률이 25%내외인 OECD 국가와 56%인 우리나라에서 비교해보면, OECD 국가에서는 ‘흡연’에 대한 태도가 법적·제도적으로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관대하다.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는 ‘금연문화’의 물질적 기반은 해당 나라의 의료재정 구조에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다.

    ‘금연’을 위한 가장 강력한 경제적 방법은 담배가격 인상이다. 따라서 의료재정의 국가지원이 73%를 차지하는 무상의료의 국가인 영국의 담배가격은 세계 최고 수준(5파운드(한화1만원))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담배가격은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담배가격 인상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 논란은 주요 정부기관에서조차 차이가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담배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악화와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논리로 담배가격 인상을 주장하였고, 재경부와 물가상승요인 발생을 이유로 반대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이 와중에 코미디 같은 일이 발생하였는데, 지방세수 감소를 이유로 한 행정자치부와 지방정부의 담배가격 인상 반대였다. 이러한 일은 담배소비세의 대부분이 지방재정에 사용되고 있는 재정구조 탓이었다. 강원, 전남, 전북 등 일부 군들은 지방 세 수입의 40%이상을 담배소비세에 의존하고 이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과 재정안정화를 위해 ‘금연’을 촉진해야 할 국가가 거꾸로 ‘내 고장 담배사기’라는 판촉활동을 해야 하는 코미디를 연출한 것이다.

    이는 유럽국가에서 값비싼 담배가격이 흡연자가 미래 질병치료를 위해 국가에 지불하는 일종의 보험 납입금이라는 성격을 가지는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의 담배가격 인상논란은 흡연자와 정부에게 또 하나의 상품가격 인상으로 비추어질 뿐, 미래 자신들에게 되돌아오는 수익(benefit)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담배산업은 몰락할 것인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부는 강력한 금연바람에 담배산업은 어떻게 될까? 일반적으로는 담배기업들이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이라 예측하나, 정작 담배업체들의 매출과 순익을 보면 크게 타격을 입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이유의 하나는 전세계적으로 담배산업에 대한 여러 가지 규제와 제한들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러한 규제들은 새로운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불가능하게 하여 이미 시장을 선점한 다국적 담배산업들의 마케팅과 위상은 더욱 강화된다는 점이다. 즉 TV 등에서 담배광고 금지 조치는 실제 흡연을 감소시키기 보다는 시장경쟁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는 담배산업을 국가독점 또는 주도하고 있는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 등 개발도상국에 대한 다국적인 담배기업들의 영향력을 크게 만들고 있다. 즉 세계화, 규제완화라는 국제질서의 확대 속에서 지역 생산국가의 담배산업은 위축되어 결국은 자본력과 마케팅에서 앞서는 다국적 기업의 인수합병의 대상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이 2005년 말 인도네시아의 삼포에르나를 알트리아(Altria) 그룹을 48억 달러 규모에 인수합병하였으며, 최근 이들은 한국의 담배공사를 사들이려는 시도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둘째로는 세계 담배시장에서 선진국이(미국 4% 등) 차지하는 비중은 작은 반면, 아프리카,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의 비중은 70%를 넘는다. 이러한 까닭에 선진국의 금연문화가 세계 담배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적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국적 담배회사는 선진국에 마케팅을 집중하기 보다는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마케팅과 판촉을 강화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셋째는 흡연자들이 ‘건강’을 이유로 저타르, 저니코틴 담배에 대한 수요가 증대하기 때문에 금연문화 확산과 흡연율 감소에도 불구하고 담배 판매량은 급격하게 줄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는 담배소비가 가격변동에 비탄력적인 성격을 가진다는 요인과 기존 흡연자들이 저타르 담배로 바꿀 경우, 중독성으로 인해 저타르 담배 수요를 확대시키는 현상에 기인한다.

       
     ▲자료=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성인남성의 흡연율이 2004년 52.3%에서 2006년 42.5%로 감소세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담배의 반출량은 2004년 38억4천 만갑에서 2005년 42억4천 만갑으로 증대하였으며, 2006년 8월 현재까지 31억7천600만갑이 반출된 것을 볼 때 증가 추세는 분명하다.

    이는 저타르 담배시장이 급속하게 확장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담배회사들이 ‘건강’이라는 위기요인을 ‘저타르’ 담배 공급을 통해 기회요인으로 전환시킨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문화의 소비와 경제

    지금까지 담배를 둘러싼 경제적, 문화적 배경들에 살펴보았다. 이 사례를 통해 보았듯이 담배산업의 성공은 단순히 경제적 요인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상품에 마케팅에 문화적 요소를 적극 도입하고, 상품과 더불어 문화의 소비를 함께 도모하고 있다. 현대 상품 생산과 마케팅에서 이러한 경향은 점차 일반화되었고 더욱 강조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소비재’의 질에는 차이가 크게 없거나 있다하더라도 미미한 수준이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소비재의 대부분의 중국이나 인도에서 생산되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현대 상품의 생산과 유통은 단순히 경제적 요인으로만 설명하려는 시도들은 분명 많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 사회학자 뻬에르 부르디외는 경제를 분석하는데 ‘문화적 요인’과 ‘사회적 관계’에 대해 분석을 집중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경제학 이론은 기껏해야 구매력으로 환원된 소비자나, 모두 동일하게 소유하고 있다고 간주하는 기술적 기능을 갖고 있는 제품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제이론의 추상성을 탈피하려면 특정한 제품을 생산하는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장과 이 장이 묶어세우는 소비자 집단 간의 관계에 대한 경험적 분석을 계속 증가시켜야 한다. 오직 이러한 방식으로만 우리는 진정 과학적인 실천이 경제학 이론을 확립할 수 있다. (뻬에르 부르디외, 구별짓기 1권)

    즉 최근 명품소비, 영어교육과 같은 사회적 현상을 분석하는데, 단순히 경제적 요인분석을 통해서는 오히려 핵심을 빼고 말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또한 이런 분석은 최근의 ‘금연운동’이 국가의료재정 악화, 노동력의 가격 상승 등과 같은 물질적·경제적 요인이 충분하다 하여도 자연발생적으로 그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담배회사들의 ‘흡연’을 독려하기 위한 문화적 필터를 이용하여 성공하였듯이, 금연운동의 성공조건은 경제적인 요인을 다시 문화의 소비, 사회관계에 대한 면밀한 고려와 필터를 통해 이루어져야 만이 가능하다는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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