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계급투표 한 게 아니다"
        2008년 07월 31일 09: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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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후보가 이겼다. 하지만 주역은 공정택 후보가 아니었다. 강남, 서초, 송파의 소위 ‘강남 3구’였다.

    공정택 후보는 17개 구에서 주경복 후보에게 밀렸다. 25개 중 8개 구에서만 이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강남 3구에서의 압도적인 표차 때문이다. 강남 3구의 몰표는 다른 구에서 뒤진 부분을 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뛰어넘을 수 있도록 하여 공정택의 신승을 이끌어냈다.

    강남의 자기 발등 찍기

    공정택과 주경복은 2만2,053표 차이가 났다. 그런데 강남 3구는 주경복 후보에게 6만208표(31.96%), 공정택 후보에게 12만8,192표(68.04%)를 주어, 6만7,984표의 격차를 만들어냈다. 2배가 넘는다. 그리고 이 간극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를 두고 ‘강남의 계급투표’라고 말한다. 하지만 ‘反 주경복’, ‘反 전교조’, ‘反 촛불’ 투표라고 볼 수는 있으나, 계급투표로 지칭하는 건 약간 조심스럽다. 다른 언론사의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강남의 공정택 편애는 자칫 강남의 자기 발등 찍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문제를 하나 풀어보자. 강남과 강북의 중상층 중에서 고교평준화 해체에 보다 적극적인 계층은 어디일까. 답은 강북의 중상층이다(짐작이 아니라 연구 결과다). 강남의 중상층은 가만히 있어도 8학군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하면, 평준화의 근간인 근거리 배정이 무너져 강북의 학생이 강남에 들어오면 강남 입장에서 반갑지 않다.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계층은 다른 이들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강한데, 즉 임대아파트 아이들과 섞이고 싶지 않거나 “쟤랑 놀지 말라고 했잖아”라고 하고 싶은데, 근거리 배정이 깨지면 ‘배제’가 여의치 않게 되는 것이다.

    공정택 후보는 교육감 재직 시절 ‘학교선택제’의 기본 계획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방안까지 시뮬레이션 해놓은 상태다. 그리고 이번에 정책공약으로 제시했다. 당선되었으니, 원래 예정대로 2010년부터 하기만 하면 된다.

    학교선택제, 자사고 확대 강남에 불리

    그런데 학교선택제가 강남에게 좋은 것일까. 강남과 강북의 중상층만 놓고 보면, 강북의 중상층이 더 좋아해야 한다. 강북의 아이가 강남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울타리가 깨질 수도 있고, 비기가 유출될 수도 있다.

    물론 학교선택제로 인해 강남의 아이가 강북으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강남의 아이들은 강북의 특목고나 전국의 자사고로 진학하고 있다. 그런 만큼 강남은 학교선택제에 대한 손익 계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정택에게 몰표를 주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자기 발등 찍기는 특목고와 자사고 확대다. 공정택 후보와 이명박 정부는 특목고와 자사고 확대에서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행정적인 절차에서의 마찰은 있을지 모르나, 특목고와 자사고를 함께 늘려나갈 것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강남 입장에게 이득일까. 강북의 뉴타운 지역마다 자사고가 들어서는 게 강남에게 좋은 것일까.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 이미 강남의 학생들은 외고와 자사고에 상대적으로 많이 진학한다.

    정확하게는 강남에 있는 학원가와 엄마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중학교를 마치고 강남 밖에 있는 특목고와 자사고로 많이 간다. 외국의 유명 사립고등학교로 조기유학을 떠나기도 한다. 그리고 국내외 일류대로 간다. 교육에서의 최종목적지는 일류대이고, 그 중간 정거장이 특목고와 자사고인 셈이다.

    그렇다면 강남 입장에서 제일 좋은 그림은 ‘특목고 = 일류대’다. 특목고로 진입하는 순간, 별 다른 일이 없으면 일류대가 보장되는 거다. 숫자로 표현하면, 국내 상위 5개 대학 정원이 2만 명이고 특목고 정원도 2만 명인 그림이 최적의 상태다. 그리고 현재 한국 교육의 모습은 최적의 상태에 가깝다.

    싫어하는 것을 배제한 투표

    이명박 정부와 공정택 후보가 약속한 대로 특목고가 늘어나면 문제가 발생한다. 국내 상위 5개 대학 정원이 2만 명으로 유지된 상태에서 특목고 정원이 10만 명 정도로 늘어나면 경쟁률은 5대 1이 된다.

    지금은 특목고에 들어가기만 하면 어느 상위권 대학이냐를 놓고 다투지만, 앞으로는 특목고에 들어가도 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싸움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정택에게 투표한 강남의 학부모는 자기 아이에게 더 피곤한 길을 안겨준 격이다.

    이런 이유로 강남의 몰표를 계급투표로 지칭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자신과 같은 계급이라고 판단하는 공정택 후보에게 ‘묻지마 투표’를 했다고 말하는게 정확하다. 물론 그 이유는 ‘反 주경복’, ‘反 전교조’ 때문이다.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걸 선택한 게 아니라, 자신이 싫어하는 걸 배제한 것이다.

    따라서 공정택 후보에게 승리를 안긴 일등공신은 강남이었지만, 강남의 보수층을 움직인 것은 공정택 선본의 ‘전교조 대 反 전교조’ 구도라고 할 수 있다. 믈론 이것 또한 계급투표라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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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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