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제주도민 심판 뜻을 알아?
    2008년 07월 30일 06: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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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는 크게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축은 의료서비스 재원 구조를 민영화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제도를 축소·위축시키고, 민간의료보험이 건강보험을 대체하거나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시키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건강보험공단의 질병정보를 민간의료보험과 공유하는 것,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상품을 제도화하는 것, 당연지정제를 완화 혹은 폐지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의료민영화의 두 축

또 다른 한축은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의료기관의 민영화이다. 이미 국내 병의원의 90%가 민간이고, 영리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민영화되어 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보다 더한 놈이 있다. 바로 ‘영리병원’이다.

영리병원은 한마디로 주식회사 병원이다. 돈을 많이 벌어 수익을 더 많이 낼수록 주가도 올라가고 더 많은 투자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병·의원들이 돈을 밝히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진다.

   
 ▲사진=보건의료노조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부터 ‘내국인 영리병원’을 허용하려고 했던 시도가 대표적 사례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장관과 대통령까지 나서서 ‘건강보험 민영화’는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 민영화를 위한 핵심 조치들이 지속적으로 기획·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믿기 어려운 소리일 뿐이다.

이번 제주 내국인 영리병원 허용 건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구체적으로 추진된 첫 의료민영화 시도였기에 그 결과의 향배에 따라 후속조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던 중대 사안이었다.

제주의 경우 농업과 관광이 주력산업이다. 값싼 외국 농산물이 밀려들고, 외국관광이 활성화되면서 제주 경제가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면에서 출범한 특별자치도는 우수 영리병원을 유치하여 의료관광을 활성화시켜 제주의 미래, 먹고 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제주에서 영리병원을 통한 의료관광의 성공 가능성이다.

한국 의료관광 산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제주도 당국이 모델로 삼고 있는 것이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의료관광 성공사례이다. 이들이 주식회사 병원을 기반으로 의료관광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병원서비스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매우 저렴하다는 데 있었다.

태국의 경우 제조업 노동자 평균 임금이 한국의 10% 수준에 불과하고 기타 부대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에 우수한 양질의 서비스를 국내에 비해서 아주 저렴한 가격에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나라에도 공부 ‘잘 하는’ 사람들이 있고, 미국에서 수련 받은 의사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그들 나라의 우수한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을 소수 귀족 영리병원에 집중 투자하여 과거 한국의 70~80년대식으로 외화벌이에 성공하고 있다. 주 고객은 자기나라의 의료비가 감당이 안 되는 미국의 의료보장 소외계층과 전국민의료보장제도가 갖추어진 나라가 없는 동남아 중·상류층이다.

최근 미국의 저명한 보건경제학자의 한 사람인 라인하트는 태국과 인도의 영리병원들이 70년대 일본 자동차 기업이 미국 자동차 산업에 했던 짓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 현재 국내 3차병원의 평균 치료비와 태국 등이 미국 환자들에게 비행기 값, 숙박비, 1인 병실 사용료 기준으로 제시하는 치료비와 비슷한 수준이다. 태국과 같이 서비스 고급화하고, 비행기 값 포함시킨 상태에서 영리병원의 기대 수익률을 뽑아내려면 우리나라의 의료비는 현재보다 4~5배나 뛰게 될 것이고,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태국에 가봐라, 택도 없다는 거 금방 안다"

신발산업이나 섬유산업이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에 밀리는 이치와 동일하다. 혹자는 그래도 우리나라 국가 수준과 의료기술의 수준이 있는데, 고급화로 승부를 보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다. 태국의 영리병원 한번 가보면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절감할 것이다.

   
  ▲사진=보건의료노조
 

정리해보자. 제주를 비롯한 국내 어디에서든 영리병원 허용하고, 의료비 마음대로 받을 수 있게 풀어주면 대규모로 투자하여 삼성병원보다 더 좋은 최고급병원 지을 수 있다.

월급 많이 주면 최고의 의료진 채용도 가능하다. 인력 더 채용해서 백화점식 친절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명품 병원을 차려놓아도 치료받으러 우리나라에 외국환자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왜? 태국가면 똑 같은 치료를 60%~80%나 저렴한 가격으로 받을 수 있는데 누가 오겠느냐는 것이다.

‘의료’에 첨단의 이미지가 있어서 그렇지 실상은 신발산업과 똑 같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영리병원을 기반으로 동남아 국가처럼 의료관광이 성공하기에는 국민소득이 너무 높아서 안 된다는 것, 이 사실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제주도 당국은 의료관광 활성화가 제주 미래를 책임질 핵심 산업이고, 좋은 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영리병원이 허용되어야만 한다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의료민영화에 대한 전국민적 우려가 높은 시점에서 제주에서 ‘내국인 영리병원’ 허용을 관철시키겠다고 적극 나선 것이다.

현정권, "고맙다 제주도"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 보면 촛불정국에서 의료민영화 본격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제주도가 적극 나서주니 얼마나 고마웠겠는가? 그러면서도 중앙정부는 의료민영화를 추진한다는 지탄을 벗어나기 위해 제주도민의 절대다수가 원하고 있다는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요구했고, 제주도 당국은 여론조사로 증명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이후 제주도지사는 여론조사에서 과반수 찬성이 없다면 영리병원을 접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서 영리병원 찬성 여론몰이에 나섰다.

전체 인구가 55만에 불과한 제주에서 10여 일간 제주도 공무원들이 직접 만나서 영리병원 도입 필요성을 교육·홍보한 20대 이상 성인의 숫자가 10만명을 넘겼으니 그 정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관변단체들과 도내 주요 기업들이 동원되어 영리병원 찬성 광고로 지역신문을 도배했고, 영리병원 찬성 기고가 줄을 이었다.

여론조사 기간 동안에도 공무원들은 도민들을 대상으로 찬성 호소 전화를 계속해댔다. 과거 경험을 토대로 도에서는 70% 이상의 찬성을 장담했고, 시민단체에서조차 60% 이상의 찬성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온 결과는 ‘반대 39.9%, 찬성 38.2%’였다. 제주도 당국의 완패로 끝이 났다.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도민의 준엄한 심판이었다고 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제주도민들의 현명한 판단 덕에 향후 의료민영화 추진에 일정한 제동이 걸린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상황이 그리 만만치는 않다. 이미 현 정부에서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 개정 절차에 돌입하였다. 핵심은 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개인의 치료정보와 민간의료보험 상품개발을 위해서 집단정보를 민간보험회사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의료민영화 밀어부치면 제2광우병 사태

이러한 정보가 보험회사에 넘어가게 되면 건강보험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민간의료보험 상품이 나오게 된다. 문제는 정부의 의도를 국민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현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시도는 좌절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제주 영리병원 논란을 통해 확인된 국민들의 뜻을 현 정부가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면 제2의 광우병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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