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도한 짐 우려 속 '강한 지도력' 기대
        2008년 07월 25일 10: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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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대로 강기갑이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인력난’에 시달리던 민주노동당의 강력한 구원투수로 떠오른 이후 촛불정국에서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정치인으로 자리잡은 그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 대표에 선출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사진=진보정치
     

    이로써 민주노동당은 대선 직후 심상정-천영세로 이어져온 7개월여 간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끝내고 강기갑 대표체제를 구축하면서 정상 지도부를 출범시킨 셈이다. 이는 ‘리더’로서  정치인 강기갑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강기갑 ‘리더’로서 시험대에 처음 올라

    강 대표는 비록 투표율이 낮긴 했지만 68.3%라는 높은 득표율을 보이며 당선이 됐다. 이는 정파를 떠나 당원 전체에서 고르게 지지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강기갑 체제의 지도력을 더욱 탄탄히 해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적으로 지적되는 대목은 강 대표가 의정활동 능력을 인정받은 정치인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쉽지 않은 조건에 처해 있는 민주노동당을 이끌어나갈 힘의 원천인 당내 조직력과 ‘리더십’에서 취약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강 대표의 출마 자체가 자주파 쪽에서 강하게 권고에 의해 이뤄졌으며, 선거에서도 이들의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과 이들이 당내 절대 다수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 대표가 이들의 영향력을 넘어서는 행보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강기갑 대표가 당내 사정도 잘 몰라왔고 분당 과정 등 당이 어려울 때도 목소리를 낸 적이 없던 것이 사실”이라며 “강 대표가 짐도 많은 마당에 당내 문제에 얼만큼 관심을 보일지,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며 이는 사무총장 인선 등 당직자 선정 과정이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세력 의식하지 않아도 될 것"

    하지만 방석수 당 사무처장은 “연합 단위에서 강기갑 후보가 대표로서 적합하다고 생각했었지만 결과에서 확인되듯이 예전처럼 지역당원들을 줄을 세워서 투표할 필요가 없을 만큼 고른 지지를 받았다”며 “조직적 힘만으로 당선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강 대표 본인이 (연합 세력들을)의식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합 자체적으로도 공조직적 기능은 강화하며 순기능을 발전시켜 나가려 하고 있고, 공식적 지도부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당내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재창당, 진보대연합 등 비대위 체제에서 공론화된 당내 과제들이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특히 강 대표가 TV토론회를 통해 “당 정체성을 강화하지 않는 진보대연합은 본질을 소홀히 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진보대연합이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수호 선본의 한 관계자는 "이수호 위원장이 강조했던 만큼 혁신과 재창당을 위한 움직임이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강 대표 체제에서 외연확대 노력은 상대적으로 무디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대표 수락연설을 통해 “2010위원회와 혁신재창당위원회를 중심으로 민주노동당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혁신-재창당 의지를 밝혔다. 한 당직자도 “대의원 대회에서 통과된 안이기 때문에 부정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위원들 역할이 중요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도 “제일 중요한 것은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 간의 작은 긴장관계에 주목하기보다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파시즘적 행태를 보이는 이 시대에 맞는, 포괄적인 새로운 정체성을 창조할 때 민주노동당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진보대연합을 강조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병행해야 하는 등 강 대표 혼자 짊어진 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겸직’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5명에 불과한 국회의원으로 거대 보수정당과 맞아야 하는 민주노동당의 원내 전략이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민웅 교수는 “원내대표를 하면서 지역구 관리와 당 대표까지 맡아야 하는 부담이 있고 다른 당 원내대표와 위상도 맞지 않으며 당 대표라는 자리가 정치적 위험성을 앉고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자신의 문제 의식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강 대표도 원내외 관계에 대한 구상이 있을 것이고 이 구상이 성공한다면 강기갑 체제도 성공을 거두는 것”이라며 “당원들의 손으로 선출된 만큼 대표에게 힘을 싦어주고 최고위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복잡한 심정

    한편 이수호 후보의 큰 패배로 민주노총의 ‘심정’은 다소 복잡하게 되었다. 이석행 위원장이 이수호 선본에 결합하는 등 직접적으로 당내 경선에 뛰어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를 거두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민주노총이 그동안 선거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어렵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수호 후보가 얻은 1차, 2차 득표율인 20~30% 수준은 민주노총 조합원 당원수에도 많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강 대표의 대중적 지지도가 높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과 동시에 민주노총 지도부의 정치적 영향력이 낮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반면 방석수 사무처장은 "이석행 위원장을 포함해 적극적으로 선거에 결합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장에서도 아름다운 경선을 강조해왔고 이 위원장이 강기갑 대표가 당선되면 강 대표에게 힘을 모아주자고 말한 바 있다"며 "심정적, 정서적인 손실은 있겠으나 당과의 관계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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