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상청 욕할 일이 아니다
        2008년 07월 23일 06: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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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태풍이 예사롭지 않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일상화되었다. 마른장마를 체험하는가 하면, 열대성 폭우를 체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환경재난과 환경위기라는 문제를 다룰 때면 늘 우리는 민방위/예비군비상연락망, 소방방제체제, 경찰/군 병력 등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각 동사무소에는 재난위기 매뉴얼이 구석에 먼지가 쌓여 비치되어 있지만 그것은 관료적인 행정의 문제 속에서만 다루어질 뿐이지, 실지로 생활하고 있는 현 주민들의 삶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지 않다. 현재의 환경재난의 문제는 언제나 사람들의 삶의 핵심에서 벗어나 있다.

    으레 날씨가 이상하다 싶으면 기상청에 대해서 비난을 하고 있지만, 그 이상해지는 날씨의 핵심에는 우리가 배출하고 있는 화석연료의 이산화탄소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을 슬쩍 덮어버린다.

    날씨 변화의 원인은 분명 우리가 소비하면서 증대시키고 있는 온실가스에 있다. 그것은 화석연료에 기반 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재앙과 같은 환경위기는 현실화될 것이며,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사회에서 대안세력들은 환경위기, 환경재난을 자신의 정치적 프로그램에서 누락시키고 있다. 그러나 생활정치 속에는 반드시 환경재난에 대한 태도를 밝히는 것이 포함되어야 한다.

       

    환경위기의 원인, 주체, 대안 삶의 방식

    대안세력의 정치적 태도에 포함되어야 할 것은 ① 환경위기의 근본적인 원인과 주체를 밝히며 책임성을 묻는 것, 즉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한 사회적, 전 지구적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② 환경재난에 직면했을 때 사회적 네트워크나 공동체들이 어떤 행동에 나서야 하는가에 대한 프로그램, 즉 환경재난의 상황에서 행동요령을 분명히 자신의 네트워크와 공동체의 힘이 닿는 한에서 전달하는 문제이다.

    ③ 환경재난 당사자들이 단순히 천재지변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 책임에 대해서 사회적/전 지구적 차원에서 시각을 갖고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④ 재난 예방적 차원에서 취해야 할 대안적 삶의 방식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분명히 하는 것이다.

    환경재난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마치 마땅히 어쩔 수 없었던 천재지변처럼 보도하는 미디어의 목소리에는 결코 진실성이 없다. 지구온난화가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는 과정에 발생하게 될 피해자들에게 더 이상 화석연료에 기반 한 삶의 형태는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이상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를 지구라는 행성이 지속해 낼 수 있는 내재적인 능력이 없음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며, 더 이상 성장주의와 개발주의를 통해서 생명의 가치를 파괴하면서 시장의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다는 발상도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안세력들은 이 행성공동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환경재난의 사건들을 예사롭지 않게 보아야 한다. 그 사건의 핵심에는 여전히 근대의 틀에서 성장하려는 욕구에 사로잡혀 있는 자본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안세력들은 자본주의적 진보주의 발상과 단절하여, 제로성장으로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성장주의, 개발주의 세력은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산업이 원자력의 20배에 달하는 일자리를 만들면서도 성장률을 높이기보다는 저성장 자원 순환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또 대표적인 예로 생태 친화적 농업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환경위기와 관련한 대안세력의 연구는 기존 좌파사회주의혁명의 상황에서 인류가 겪었던 것을 더 심도 있게 연구하는 것이었다. 평의회, 소비에트, 꼬뮨의 자율적인 행위양식이 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 것처럼, 환경위기의 상황에서도 생명민회나 마을 공동체가 즉각적인 네트워크 구성의 행동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본주의적 진보주의와 단절해야

    그러나 환경위기의 상황에서 아직 마을 공동체나 대안세력의 행위양식은 수동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기존의 관료시스템이 만들어 놓은 매뉴얼이 만들어 놓는 네트워크가 매우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행위기반양식을 구성하는 것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대안세력이 환경위기에 능동적일 수 있다는 것은 환경위기의 원인에 대해서도 능동적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위기의 현장에서 문제의 원인해결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명확히 하는 활동이 요구되며 지속적인 캠페인과 행동이 요구되는 것이다.

    성장주의, 개발주의가 주도권을 갖게 된 배경에는 우리가 사소하게 넘어가고 있었던 여러 가지 삶의 문제들에 있다. 성장주의, 개발주의가 가져다 줄 환경파괴의 문제를 제대로 사회적 의제로 만들 수 있는 세력이 없었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한국사회의 정치현실에 있다.

    그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대안세력은 환경재난에 대한 적극적이고 민중적인 행위양식의 발굴을 통해서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아직 시공간적으로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 불분명하게만 보이게끔 하는 자본주의의 만화경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민중은 환경의 문제에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민중들이 겪고 있고, 앞으로 겪게 될 재앙과 같은 환경위기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대안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과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대안세력이 해야 할 일일 것이다. 그러한 부분을 정리해 보자면 이러하다.

    1. 생태계 혼란과 이상기후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현행의 삶의 형태를 제고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2. 환경 파괴적이며, 지속가능성의 여지를 파괴하는 ‘자본’의 맹목적인 충동을 제어하고, 미래세대의 시각에서 성장의 욕구를 재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3. 성장주의 세력이 유혹하는 일자리의 성격과 다른 생태친화적 일자리의 대안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4. 환경위기와 환경재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회적 연결망과 사회적 기반을 스스로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5. 이러한 자율적인 조치와 더불어 온실가스 배출량 축소라는 전 지구적 의제를 현실화 할 수 있는 제로성장시대의 삶의 방식을 현실화하여야 한다.

    대안세력들은 강력한 태풍과 폭우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리고 행동해야 한다. 자연재해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은 자연적 현상으로 간주하려는 오래된 관성에서 비롯된 정치풍토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환경위기의 현장에서 발로 뛰는 대안세력이야말로 가장 일관성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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