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영리병원, 여섯 가지 거짓말
        2008년 07월 23일 04:22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제주특별자치도가 그동안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쪽에서 주장해온 논리들을 반박하고자 홈페이지에 ‘국내 영리법인 병원 설립 관련 설명자료’를 내걸었다.

    제주도에 영리병원이 허용되더라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유지된다는 점, 제주도의 헬스케어타운 내에만 한정한다는 점, 영리병원은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제주도에 양질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 점, 그리고 제주도의 신 성장동력인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 등이다.

    마치 그동안 의료민영화를 추진해온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논리들을 종합해 복사해 놓은 듯하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문제는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 투성이라 전문가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국민들이 처음 접하면 ‘아, 제주도를 위해 꼭 필요한 거군!’이라 생각할 만도 해 보인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내놓은 논리란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부작용은 전혀 없으며 제주도를 위해 무조건 좋은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할까? 다시 쟁점을 하나씩 살펴보자.

       
      ▲ 사진=보건의료노조
     

    제주도민 위해 꼭 필요한 것?

    첫째, 영리병원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거다? 대표적인 거짓말이다.

    이명박 정부가 바라는 의료민영화의 천국인 미국을 예를 보자.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 그리고 공공병원이 혼재되어 있는 미국은 병원 특성에 따른 비교연구가 활발하다.

    그에 의하면 대체적으로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에 비해 의료의 질이 떨어지며, 사망률은 더 높다. 대신 의료비는 더 높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영리병원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단 말인가? 자세히는 다음의 글을 클릭해보기 바란다. 「영리병원이 허용이 되면 의료서비스 질은 좋아질까?」 

    둘째, 제주도에 영리병원이 들어서면 더 이상 서울로 치료받으러 가지 않아도 된다? 이는 제주도에 들어설 영리병원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전혀 사실이 아니다. 많은 제주도민들은 암과 같은 큰 병이라도 걸렸을 경우 대다수가 서울의 큰 병원을 찾아가는 경우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본 적이 있다. 영리병원이 제주도민의 그런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제주도에 들어설 영리병원은 서울의 큰 병원을 대체할 수 있는 병원이 아니다. 단지 수술도 받고, 휴양 및 관광도 병행할 수 있는 서비스에 한정된 의료만을 제공해준다. 미용, 성형과 같은 비급여나 척추수술과 같은 소규모의 전문병원이 들어설 뿐이다. 정부와 제주도가 여전히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세째, 제주도의 의료관광(medical tourism)산업이 동남아 국가와 비교해서 경쟁력이 있을까? 제주도의 의료관광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병원의 경쟁상대는 태국, 인도, 싱가포르의 영리병원들이다. 이들은 주변의 중국, 일본, 미국의 의료관광 소비자 유치를 두고 경쟁하게 된다.

    이들과 승산있는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측면이 있다. 의료서비스의 질, 의료진과 원활한 의사소통, 그리고 진료비 수준이다. 먼저 의료의 질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다. 의료의 질은 의료인력 수준에 의해 결정되는데 동남아 병원들의 의사들은 모두 미국 등에서 수련받은 해외파들이다. 의사소통능력도 한국 의사들보다 더 뛰어나다.

    가격경쟁력? 글쎄 …

    그렇다면 나머지 진료비 수준에서는 경쟁력이 있을까? 보건산업 진흥원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의료비는 태국(66%), 인도(53%), 싱가포르(105%)의 영리병원에 비해 높았다. 만일 이 격차는 우리나라가 영리병원을 허용하기 이전 자료이며 영리병원이 허용됨으로써 추가로 증가하게 될 의료비를 고려하면 그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된다. 즉, 경쟁력이 별로 없다.

    네째, 제주도에만 한정되므로 전국적 확대는 없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영리병원이 제주도에만 한정될까? 사실 처음에 이명박 정부는 영리병원을 전국에 전면적으로 허용하려 했었다. 그것이 여론에 의해 제주도까지 밀려났을 뿐이다.

    영리병원은 특정지역에만 한정되기 때문에 전국적 영향이 없다는 식의 주장은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제주도특별자치도와 동등한 법적 지위를 갖는 경제자유구역에도 곧 국내 영리병원이 허용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 확실하다. 이런 의견에 대해 정부는 아직 명확히 아니다라고 입장을 표면한 적이 없다.

    다섯째, 영리병원에도 당연지정제가 그대로 적용이 되므로 건강보험이 붕괴될 일은 없다? 이것은 제주도와 정부가 최근 한발 물러선 것이다. 애초에는 당연지정제를 적용할 뜻이 전혀 없었다. 당연지정제 폐지에 대한 반발여론이 확산되자 부랴부랴 한 발 물러서 영리병원에도 당연지정제를 그대로 적용하겠다고 선언한 것뿐이다.

    그러나, 영리병원에 당연지정제 적용이 지속되기는 사실상 어렵다. 왜냐면 법적으로 외국인이 설립한 영리병원은 당연지정제에서 배제되어 있다. 그런데 내국인이 설립한 영리병원은 당연지정제 적용을 한다? 이는 법적으로 모순이다. 위헌소송이 걸리면 어찌 될까?

    경제자유구역과 외국인병원에서는 …

    여섯째, 의료비 증가는 없다? 정부의 거짓말은 계속된다. 영리병원이 되었는데도 병원이 돈을 버는 수준이 비영리와 똑같다면 뭐하러 영리병원을 만들겠는가? 영리병원은 기본적으로 수가통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비록 일부가 건강보험 적용으로 인해 당장 수가인상이 어렵더라도 의료비를 상승시킬 수 있는 요소들은 곳곳에 있다. 대표적으로 호텔식 고급 룸서비스, 검증 안된 고가 신의료기술도입, 각종 비급여 항목들을 개발할 것이 뻔하다. 이것으로도 충분히 전체 의료비를 상승시킬 수 있다. 헬스케어타운 내에 각종 호텔급의 숙박시설, 휴양, 관광시설을 한꺼번에 조성하는 이유는 뻔하지 않는가?

    제주도 특별자치도는 24~25일 양일에 걸쳐 여론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50%의 찬성이 나오면 영리병원을 추진하고, 반대가 많으면 접는단다. 그래서 온갖 감언이설을 총동원하여 관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모두 거짓말투성이 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 위험 쇠고기 문제에 대해 온갖 거짓말과 꼼수로 일관했듯이 말이다. 의료민영화를 둘러싼 길고긴 싸움이 제주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촛불이 꺼져서는 안 될 이유 중 하나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