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도에 '주한미군' 보내자고?
        2008년 07월 23일 11: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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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한미간의 협상은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외교의 실체를 너무도 분명하게 드러내 주었다. 국민들의 건강권과 검역주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부 보수세력과 대기업 수출산업의 이익만을 위해 미국 축산업체의 영업사원임을 마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조기비준과 한미동맹의 신뢰회복을 통해서만 한국의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는 이명박 정부의 철없는 믿음은 이미 FTA재협상이 필요하다는 미국의회의 선언에 의해서도 거부된 바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와 의회는 이명박 정부의 헌신적인 친미 행각조차도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 대해 제대로 된 문제제기 한 번 해보지 못한 이명박 정부는 이제 또 무엇을 가져다 바칠 것인가?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적어도 겉으로는 ‘대드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일 게다. 이미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과 더불어 미일관계를 중시하겠다고 했다.

    또 “일본에 부드럽게 나가면 그쪽도 부드럽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고, 심지어 권철현 주일대사는 독도문제와 역사왜곡문제에 대해 낡은 과제라고 규정하고, 일본 쪽에서 도발하는 일이 있어도 ‘호주머니에 넣어두’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 사진=해양경찰청
     

    “독도, 호주머니에 넣어두겠다”

    그러나 한일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과거사에 연연해 하지 않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그가 원하는 ‘미래’가 무엇이었던 간에 일본에 의해 철저하게 무시되고 짓밟혔다. 미국이 그러했던 것보다 훨씬 더 노골적으로 일본은 이명박 대통령의 ‘순수한 의도(?)’를 짓밟았다.

    ‘한일간의 새로운 미래’를 선언했던 이명박-후꾸다의 4월 정상회담 당시 이미 일본은 중학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개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명박이 누구도 알 수 없는 ‘미래’를 말하고 있는 순간 일본은 냉정하게 자신의 과거를 정당화하면서 현재의 이득을 계산하고, 미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포석을 깔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한일회담 성사를 위해 ‘독도를 폭파시켰으면 좋겠다’던 김종필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매국노에 다름아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나라땅을 팔아먹는 식의 발언을 하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물론 미국과는 달리 이명박 대통령은 한일관계의 역사적 성격에서 자연스럽게 인정되고 있는 ‘대들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일대사 소환, 독도에 해병대 배치 검토, ‘실효적 지배’라는 표현대신 ‘영토수호문제’라고 천명하는 것은 그 첫단추일 것이다. 쇠고기문제로 실추된 국민적 지지를 반등시키기 위한 ‘이벤트’가 그런 의미에서 계획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한일신어업협정의 파기, 9월로 예정되어 있는 한중일정상회담 취소 등도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재미를 봤던 일본의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 진출 저지 등도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옛말에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이라고 했던가? 태산이 움직일 듯 요란하더니만 쥐새끼 한 마리만 지나가더라나!

    결국 이명박 정부의 독도문제에 대한 대일본정책은 소리만 요란했지 실제 효과는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 역사의 경험을 통해 한국 정부의 ‘관행적 대응’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임을 이미 알고 있다.

    아무래도 쇠고기 문제로 바닥을 기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을 반전시키려는 정략적 의도 때문에 ‘말’은 과감하게 쏟아내더라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우리의 예상이 지나친 것일까?

    이명박 정권의 지지율 정략

    우리는 한일양국정부가 ‘독도문제’라는 영토분쟁적 문제를 단순히 영토문제가 아닌 서로의 국내정치적 입장에 따라 ‘독도문제화’를 즐겨왔던 그 이중적 상황을 직시해 나가야 한다.

    얼마전 백지연의 끝장토론에서 뉴라이트 대표가 주장했던 주한미군을 동해에 배치해서 미국의 힘으로 독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보수세력이 얼마나 비주체적이고 맹동적 대미추종주의를 갖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의 독도에 관한 주장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미국에 대해 고작 한다는 소리가 그정도라면 그 다음에 나올 얘기는 또 뭐겠는가? 미국이 원하는 것을 다해주면서 미국의 환심을 사고, 그래야만 미국이 우리를 위해 독도를 지켜줄 것이라는 철없는 주장이 버젓이 횡행하게 될 게 뻔하다.

    나라와 주권을 송두리째 갖다바치고 얻어내는 ‘독도 실효적 지배’!! 미국의 이익과 대한민국의 이익을 일치시켜야만 대한민국이 살 수 있다는 그런 주장이 이 땅의 보수세력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은 연민을 넘어 슬프고 한스러운 현실일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독도에 해병대를 배치’하고, 독도침탈시 작전계획이라는 ‘동방작전’을 공격형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울릉도를 강력한 해공군기지로 재편하자는 식의 군사주의적 대응이 정당성을 갖는 것이 아니다.

    일부 보수세력과 민족주의적 경향을 갖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에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힘이 없어서 너무도 많이 침탈당하고, 짓밟혔던 지난 역사를 생각한다면 언뜻 손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이지만, 그것은 사실상 여러 의미에서 올바른 전략적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이런 주장은 ‘분쟁지역화’와 이를 근거로 ‘군사대국화’를 추구하는 일본 우익세력의 주장에 힘을 실어 줄 뿐이며, 그것을 뛰어 넘는 수단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의 사슬 속에 갇혀 있는 한국정부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주장일 뿐만 아니라 이를 계기로 미국의 개입력이 더욱 더 커져버릴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한계도 존재한다.

    다시 말해 미국의 뜻에 의해 우리 의지와는 무관하게 독도 영유권 문제가 해결돼 버릴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도경비를 주한미군에게 맡기자는 주장과 쌍생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독도문제의 본질은 너무도 분명하다. 일본이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과거의 제국주의침략을 정당화하는 것이며, 군국주의적 경향의 역사적 근거를 만들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실제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추진하는 세력들이 주도해서 독도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당연히 이는 한일간의 분쟁만이 아니라 동북아 차원의 군사적 긴장과 도발을 확대하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다. 미일동맹이 바로 이와 같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용인하면서 재편되고 있다는 현실은 이 문제의 심각성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준다.

    한일 분쟁 넘어 동북아 긴장 문제

    따라서 중요한 것은 독도가 한국영토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한일간, 나아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체제를 실현해 나가는 방향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평화주의적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동도와 서도를 매립하고, 해양호텔을 건립하고, 해저터널을 만든다는 식의 허황된 실효적 지배가 아니라 일본의 야욕을 드러내고, 저지하는 전세계적 규모에 걸치는 소프트 파워의 구축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정부나 정당이나 시민단체들이 함께 움직여야 할 지점이다. 반크의 외롭지만 끈기있는 노력이 찬사를 받을 수 있는 지점이다. 물론 그런 노력이 단지 자국영토명기라는 민족주의적 시각에만 갇힐 필요는 없다. 침략을 반대하고, 평화의 정착을 염원하는 국제여론을 형성하고, 그 힘으로 독도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나 이와 관련 일본어 방송 등을 통해 일본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직접적인 설득과 교양도 매우 중요할 것이며, 일본 내의 정당, 시민단체들과 함께 독도가 한국땅이며, 나아가 한일양국이 아픈 과거사를 딛고 독도문제를 뛰어 넘어 평화주의적 연대를 실현할 공동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공동의 역사연구, 공동의 교과서편찬 등만이 아니라 독도생태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신청하고,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생태계 보전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 등도 그런 프로그램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한국정부가 시대착오적인 한미동맹에 매달리고,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MD체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식의 행태를 보이는 것이 독도문제만이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확대, 유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지상주의’가 거꾸로 일본의 독도영유권주장과 군사대국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동맹의 질서를 너머 다자간 평화보장체계를 형성해나가는 노력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도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주간 진보신당> 4호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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