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변호사 되는데, 판매원은 왜 안돼?"
    2008년 07월 22일 02: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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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나 변호사는 고객을 맞을때 앉아서 하는데, 판매원이 앉아 고객을 맞이하면 사용자는 판매원을 게으르다고 보고, 고객은 판매원을 건방지다고 인식한다"

22일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서서 일하는 서비스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 캠페인단 출범식에서 "의사나 변호사가 고객을 맞이하는 것과 판매원이 고객을 맞이하는 건 똑같은데, 왜 판매원은 의자에 앉을 수 없는가?"라고 반문하며 이같이 말했다.

건강권, 인권 문제

그러면서 그는 "서서 일하는 서비스여성노동자들에게 ‘의자’를 제공하는 것은 건강을 지키기 위한 과학적 접근을 넘은 인권의 문제임과 동시에 사회학적 문제이기에 국민의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는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서서 일하는 서비스여성노동자들이 의자에 앉을 수 있는지 없는지에 관한 문제는 복잡한 정치경제학적 의미가 함축돼있다. 원칙적으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계속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작업중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를 대비해 사업주의 의자 비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서서 일하기 하루 9~11시간

하지만 국민캠페인단이 조사한 현실에 따르면, 일하는 사람의 80%가 하루 서서 일하는 시간이 9~11시간이 넘으며, 일하는 곳에 의자가 배치된 곳은 76%, 그 중 35%만이 의자에 앉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71%가 하루 30분 이하의 휴식시간을 갖고, 보장된 점심식사 시간과 휴식시간이 없는 경우도 12.8%, 18.9%로 나타나 그나마 앉을 수 있는 35%의 의자조차도 무용지물에 그쳤다.  그 결과 서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은 건강을 위해 개선돼야 할 과제로 ‘아픈 다리 문제 해결’을 1순위로 꼽았다.

실제로 서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하지정맥류  발생 위험이 3~5년 동안 근무한 경우 3년 미만 근무 시보다 8배가 높았으며, 5년 이상 근무시 12배가 높게 나타나 사태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정맥류는 미용상 문제로 심리적 위축을 초래함과 동시에 질병이 진행될 경우 통증을 초래하고 혈관 합병증의 원인이 되는 심각한 질환이지만,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것만으로도 발병을 줄일 수 있다.

그 밖에도 서서 일하는 서비스여성노동자들은 상당수가 직업적 특성상 성대결절, 안구건조증, 알레르기 비염, 우울증 등의 질병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약 50% 는 일상적으로 물리적, 언어적 폭력 및 성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막기 위해 사업주가 산업안전법을 따르게 하려면  노동부의 근로감독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서비스여성노동자들이 고객을 기다리며 앉아 휴식을 취했을 때 고객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이해하고 동의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앉아서 쉴 수 있어야 더 나은 서비스 제공 가능 

민주노총은 이날 여성민우회, 참여연대 등 총 57개 단체와 함께 국가인권위에서 국민캠페인단 출범식을 갖고 사업주의 법 의무 이행과 서비스 노동에 대한 국민 인식 전환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유통서비스 여성 노동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고객은 왕이다’라는 기업의 구호 아래 숨죽이는 서비스 노동자들을 하대하는 사회 인식을 제거하고 이를 계기로 노동자들의 사소한 권리들이 더 많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오는 8월 11일부터 백화점 사업주 등에게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질의서를 전달해 면담을 진행하고, 인식 확산을 위해 더많은 단체를 캠페인에 참가토록 독려하며, 블로그 및 UCC 제작 등 웹과 공중파 언론을 통해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이날 출범식에 이은 토론회에 참석한 정진주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교수는 "단순하게 보이는 ‘앉을 수 있는 의자’에 앉는 문제는 다양한 사회적 이해 및 권력관계 등이 포함된 상징"이라며 "나이 어리고 날씬한 여성들이 승무원을 하는 한국과 달리 외국에서는 덩치가 있고 나이 든 승무원이 주로 활동하는 것처럼 서비스 노동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한다. 캠페인을 출발로 서비스직 노동자를 존중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자"고 말했다.

고객입장을 대변해 나선 홍경미 전국여성연대 정책위원장은 "지금까지 저희는 서비스 노동자들이 친절하게 웃음짓고 계산을 빨리하고 서서 일하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며, "여성운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성차별 문제 및 고용문제에 대해 관심은 많았지만 건강권에 대해 세심하게 관심을 돌리지 못한 점에 대해 반성한다"고 말했다.

여성운동하면서도 미처 몰랐다

그는 "의자의 의미에 대해 미처 인식조차도 하지 못했는데, 이를 잘 알려낸다면 저를 비롯한 국민들의 동의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 및 다양한 사업을 병행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부 김정연 사무관은 "그간 저희들도 제한된 인력으로 업무를 하다보니 제조업, 건설, 화학 중심의 안전사고 중심으로 활동하느라 유통분야에 대해서는 사실 많은 노력을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업주와 국민들에게 교육, 티브이 활용, 언론매체 등을 통해 법에 명시된 내용을 알리고, 사업주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겠다"면서 "동시에 제조업 분야에서 실시되고 있는 것처럼 의자를 제공할시 지원금을 제공하는 등의 제도 마련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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